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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햇살 좋은 날

2015/10/18 햇살 좋은 날

 

오늘 동경은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잔뜩 흐렸다. 어젯밤에 확인한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은 맑다고 했는 데… 적어도 빨래와 청소를 하고 싶다. 뒷쪽으로 다른 집에서 빨래를 널었는지 봤더니 빨래를 널었다. 나도 빨래를 해도 되겠구나. 우선은 몸을 푼다. 스트레칭을 하고 빨래와 청소를 할 준비에 들어간다. 짙은 색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세탁기에는 욕조에 남은 물을 쓴다. 손빨래는 욕실에 던져놓고 아침을 준비한다. 평소에는 아침에 달걀을 먹기에 주말에는 달걀을 안 먹으려고, 감자와 어묵과 배추를 볶았다.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할 일을 준비한다. 청소기를 내놓고, 매트들을 베란다에 널면서 서서히 청소와 빨래를 동시에 한다. 짙은 색 빨래를 널고,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옅은 색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물을 부었다. 세수하고 쓴 타월과 잠옷도 벗어서 세탁기에 넣었다. 목욕탕도 욕조와 바닥을 스펀지와 솔로 밀어서 청소했다

걸레도 내놓고 청소기를 돌린다. 걸레질까지 마쳤다. 옅은 색 빨래도 널었다. 수챗구멍까지 청소해서 쓰레기를 모아서 버렸다. 큰 후라이팬도 하나 버렸다. 요새는 후라이팬이 비싼 것과 싼 것에 차이가 별로 없다. 비싼 브랜드라고 가격은 스무 배나 차가 나서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잘 생각해서 사야지. 오늘 할 일을 대충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오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날씨는 점점 좋아져 간다

날씨가 아까워서 안 되겠다.. 여름 샌들을 정리해야지. 여름샌들을 베란다에 다 내놓고 말렸다. 여름샌들을 정리해서 집어넣으려면 겨울 신발을 내놔야 한다. 겨울신발을 내놨다. 여름샌들을 먼지를 털고 말려서 봉지에 넣어서 정리했다. 햇볕이 좋아서 겨울 신발도 말렸다. 겨울 신발을 손질하고 구두약을 칠해서 닦았다. 손질을 한 겨울 신발을 언제라도 신을 수 있게 정리했다. 걸레도 빠삭하게 말렸다

아직도 햇볕이 한창 남았다. 여름에 썼던 모자 세 개를 가져다 빨았다. 베란다에 신문지를 깔고 모자 형태를 조절해서 말렸다. 모자도 거진 다 말렸다. 모자는 아직 방에서 말리고 있지만,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예상 외로 많은 일을 했다

마지막으로 일찌감치 저녁을 해서 먹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열무에 잔새우와 생강을 넣고 볶은 것이다. 동시에 국수를 삶아서 거기에 얹어서 먹는다. 저녁을 먹고서 산책을 나선 것은 5시가 넘었다. 저녁노을이 예쁠 것 같아 후지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걷는다. 공원에서 후지산을 보고 멀리 산 능선이 보이는 곳으로 걸었다. 후지산을 비롯해 여러 산들이 연결된 실루엣이 예쁘게 보였다. 그리고는 작은 산이 있는 공원으로 갔다. 공원을 두 바퀴 돌면서 보니 가는 초승달이 빛난다.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올라오기 전에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거의 서서 좁은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빨래를 말리고 청소를 하고 구두들을 손질했다. 큰 일을 한 것은 없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다. 그래도 아주 만족스럽게 보낸 하루였다. 아무리 내가 뭔가 하려고 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오늘은 날씨가 도와줘서 일을 많이 했다. 알찬 하루를 보냈다

사진은 여름에 찍은 것이다. 아직도 같은 꽃이 피어 있지만, 햇살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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