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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나의 김장

2013/12/04 나의 김장


오늘도 동경은 맑고 따뜻하며 건조한 날씨였다. 아침 일교시에 수업을 했다. 비교 사회론이라는 과목이다. 그리고는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우체국에 세금을 내러 갔다. 아주 작은 우체국이라 한가하다. 손님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창구에 갔더니 서류에 기입하고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세상에 손님도 없고 한가한 데, 기다리란다. 기다리다가 화가 났다. 그냥 돈과 납부고지서를 가지고 나올 때 뒤에서 부른다. 싫은 소리를 했다. 기다리다가 갈려고 했다고, 창구사람이 미안하다고 한다. 일본에서 서비스라는 것은 손님을 참고 기다리게 하는 것 같다. 손님의 인내성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할까. 어떻게 일을 보지만 매번 스트레스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했는 데, 한 권 기일이 늦었다. 아니 대출기한 연장을 잊어버렸다. 패널티가 있어서 늦은 만큼 책을 못 빌린다. 그건 어쩔수가 없다. 현재 빌린 책이 있어서 이 책은 연장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이 책의 기일은 12일이다. 10일까지 패널티로 연장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10일 이후에는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내가 알고 싶은 사항은 설명이 없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앵무새냐고? 근데, 이 직원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정말 긴장한다. 내가 나쁜 사람인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뭘 물어볼 수가 없다. 답답해서 미치겠다. 울화통이 터진다. 아이고 답답해.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읽고 필요한 책을 체크했다. 항상 읽는 잡지도 읽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했다

무인판매를 하는 곳에서 싱싱한 당근과 감자를 샀다. 그리고 집 가까운 농가에서 무를 두 개 샀다. 둥근 무우와 보통 무다. 싱싱한 무청이 달려있는 보기 드문 무. 각 100엔씩이다.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를 값싸게 많이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사실 무 두 개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문제다. 그러나 고민은 나중에 하자.

집에 돌아와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내일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베란다에 널었던 공원에서 주워 온 감이 살짝 말라서 아주 맛있어졌다. 기쁜 마음으로 낼름 먹어 치운다. 둥근 무우는 달고 부드럽다. 어떻게 먹지,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들뜬다. 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하나를 썰어도 양이 아주 많다. 소금에 살짝 절였다. 수업준비를 하면서 뒤집고 또 뒤집고 살짝 절여졌다. 싱싱한 당근도 하나 넣었다. 색감이 예쁘라고… 거기에 식초에 절인 다시마를 잘라서 넣었다. 유자가 있으면 유자를 넣고 싶은 데, 유자가 없다. 워낙 갑자기 하는 일이라, 재료가 없다. 생강을 좀 썰어서 넣었다. 맛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식초를 좀 넣었다. 병에 넣어서 밀폐했다. 기념촬영하고 냉장고 옆에 세웠다. 익는 데 며칠 걸리겠지. 맛이 어떨까?

사실 김장을 할 필요는 없다. 김치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요새 오마이뉴스에 김장에 관한 기사가 많이 올라온다. 부럽다. 자기 밭에서 재배한 배추에 신선한 재료에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들이다. 까짓것 나도 김장을 해버렸다. 이동네에서 재배한 신선한 무와 당근으로 했다. 나도 이걸로 김장을 한 셈이다. 나의 김장, 후 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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