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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겨울나라가 된 동경

2016/01/18 겨울나라가 된 동경

 

오늘 동경에 눈이 많이 왔다. 아마, 어젯밤에 비 오는 소리가 들렸는 데, 기온이 낮아서 눈이 된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더니 온 세상이 눈에 덮였다. 도서관에 가는 월요일이나, 도서관에 가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이불속에 들어가서 어젯밤에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하늘은 잔뜩 흐리지만 눈이 와서 세상이 밝아 보인다. 나뭇가지에도 눈이 많이 쌓였다. 눈에 물기가 많아 눈이 무겁다. 나뭇가지가 쌓인 눈을 버티다가 후두둑 눈이 떨어진다. 집이 추우니까, 목욕을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해야지. 요새는 목욕을 자주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한다. 감기몸살이 심해서 지난 주는 완전히 쉬는 기간이었다. 논문도 멈추고 강의만 어떻게 겨우 했다. 몸의 감각도 많이 돌아왔다. 그래도 밤이 되면 기침이 나고 목에서 가래가 나온다

지나고 보니까, 감기몸살은 지났지만, 목이 부은 것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학기말 스트레스인 것 같다. 평소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있지만, 학기말이 되면 나도 학생들도 민감해진다. 거기에 문제시되던 학생이 거의 난동에 가까운 난리를 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르쳤던 중 가장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이 있어서 단위를 받는 학생이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단위를 받는 학생이 다수에 단위를 못 받는 학생이 소수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단위를 받는 학생이 소수에 그칠 것 같다. 겨울방학 숙제도 예문 만들기를 지시했지만, 숙제를 한 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내가 숙제를 내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였다. 평균적으로 지시를 안 듣는 수위가 너무 낮다. 학생들은 주위를 보면서 주위에 맞춘다. 다른 학생들만큼 하면 되겠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이 너무 하향일 때는 그 것도 아니라는 걸 나도 처음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 학기 일주일에 90분 수업이 두 번, 30회를 했으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로 최저한의 성과를 바라는 기준이 높거나 낮은 것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 학습의욕이 너무 낮다. 학습의욕은 학생들 스스로가 지니는 것이다. 물론, 그 걸 더 개발하고 유지하는 걸 도울 수 있지만, 없는 걸 만들 수는 없다. 학습의욕이 없는 학생이 수업에 나와서 앉아 그 시간에 지시한 것을 해도 자신의 걸로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 유형의 학생들이 늘었다. 수업시간에 나와서 수업을 받지만 전혀 학습이 진전되지 않는 학생들이다. 선생들은 믿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했던 경험으로 방법으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같은 방법을 쓴다. 방법을 바꿔도 전혀 효과가 없다. 선생들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

학습을 하는 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그냥 대학까지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학생들이 있어도 대학에 오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수준이 낮은 편도 아닌 딱 중간인 학생들이다. 수준이 낮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동료의 말에 의하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강의를 못 알아듣는다고. 거기에 학생들이 살아갈 기력이 없어서 학습의욕을 기대하기도 힘들단다. 그래서 화를 내지도 못 한다고 했다. 그저,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심정이 된단다. 특수학교가 아니라, 보통 대학생들 이야기다

학생들이 이렇게 자랐다는 것은 학생들 탓만이 아니라, 윗세대와 사회가 그렇게 키웠다는 것이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대학생이 되면 건강하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고도 포함되는 종합적인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양극화는 구조적으로 심각해져서 학생들이 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생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 틀에 끼어 꼼짝달싹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건 학생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긴급히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다. 국민의 자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정치는 위험하다

날씨처럼 세상도 한방에 바뀌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갑자기 겨울나라가 된 동경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 희망도 눈 속에 묻혀서 싹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을까? 비록 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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