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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별볼일 없는 하루

2013/02/28 별볼일 없는 하루

 

오늘 동경 날씨는 흐렸다가오후가 되어야 개었다.

 

그래서 어둡고 추운 날씨였다어제 일기예보로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 데비는 오지 않았고 예상 기온보다 약간 높았다예상 기온이 5도에서 7도였다. 내일부터 3일간은 최고기온이 10도가 넘는다요새 계속 최고기온이 낮았으니 따뜻해진다는 의미다.

 

어제는 오전에 5일만에 식품을 사러 슈퍼에 갔다내가 항상 사는 과자를 사고 오랜만에 가서 빵과 과일도 샀다그동안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니 금방 덥게 느껴진다기온이 높은 건 아니다슈퍼에서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 눈앞에 여름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얇은 짧은 소매를 입었다거기만 공기가 다르다고 할까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춥지가 않은 가봐… 살짝놀랬다항상 가는 가게에 들렀더니 물건들이 별로 없다나에게 팔 물건이 있으면 가져 오란다제가 외국에 많이 가잖아요외국 갈 때 가져가면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팔지 않아요

 

사실이 그렇다여기저기를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아는 사람이 많다그렇다고 갑자기 선물을 사려고 해도 비싸기만 비싸지 살 만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래서 평소에 괜찮은 물건이 착한 가격에 나오면 사둔다마치취미처럼다행히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내 눈을 믿어주고내가 사는 물건들을 좋아해준다내가 사는 걸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안주기로 했다

 

쇼핑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에 갔다현관에서 실내화를 벗다 보니 양말까지 한꺼번에 벗겨졌다실내화와 양말이 세트 같다. 어쩌다가 이런게, , 재미있다집에서는 줄창 양말을 신고 지낸다밤에 잠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말이 벗겨져 있으면 당황스럽다아니간밤에 뭔일이 있었던 거야아무 일도 없었다단지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말이 벗겨져서 이불속 어디론가 줄행랑을 친 것 밖에는… 집을 나설 때는 두 상자 사온 크래커를 들고 나가서 친구네 우체통에 한 상자 집어넣고 간다

도서관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햇살이 따가워서 땀이 났다세상에, 2월 가장 추운시기 햇살인데도햇살은 따갑다햇살이 따가운 것은 공기가 맑은 것과도 관계가 있다추운 날씨라 햇살이 반갑기만 한 데이 게 더울 때라면무서운 햇살이 될 것이다도서관에 가는 길은 40분정도 걸린다쇼핑을 갔다 와서 바로 갔으니 한시간 이상을 걸은 셈이다땀도 나지만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얼굴을 만져보니 뜨겁다한번 달구어진 얼굴은 식지 않고 도서관에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갔다도서관에 가는 길에 수선화가 피어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항상 내가 쓰는 도서관 4층은 도서관을 정리하는 기간이라고 들어갈 수가 없다물론거기서 책을 빌릴수도 없다속상하다놀이터에 간 사람이 놀이터에 못 들어가는 심정이다익숙치 않은 곳에서 가져간 책을 읽고 두 권을 반납했다새로 빌릴 책이 없고새로 본 책이 없으니영 재미가 없다요전에 사진을 잘못 찍은 민화를 찍으려고 카메라도 가져갔는데…그래도 집중해서 몇 시간 책을 읽고새로운 잡지들도 체크를 했으니 만족해야지…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 들렀다새로 나온 패션잡지가 있었는 데전혀 신선하지가 않다새로 나온 게 신선하지 않다면 살 이유가 없다이래저래 어제는 뭔가가 양이 차지 않는 날이었다돌아오는 길에 병을 버린 박스에서 육각형으로 된 예쁜 라벨과 뚜껑이 달린 걸 줏어왔다예쁜 라벨과 뚜껑에 모양이면쓰는 동안 기분이 좋다. 꿀이나 유자차를 넣어야지오후에는 흐려있어서 해가 질 시간에석양이 잘보이는 공원을 걸었지만석양이 보이질 않아서 어두웠다그리고 바람이 세차서 낮에 따가운 햇살이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추웠다.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멸치에 다시마새우가루를 넣어서 국물을 만들고 버섯과 당근에 미나리를 넣어서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넣었다두릅나물을 국물에 넣을 까 망설였다그런데 두릅나물은 오징어회라든지생으로 먹는 게 향기가 좋을 것 같아남겨뒀다봄이 가깝다고봄의 향기가 나는 먹거리가 반갑다국물을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평소에 국물을 안먹는 데가끔은 국물을 먹고 싶어진다배가 불러도 무겁지 않으니 기분이 편하다만복감도 가끔 필요하다그러나배가 부른 것과 언제까지나 배가 무거운 것은 다르다…

오늘은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 소리가 안나서 비가 올거라서 공사를 안하는 줄 알았다오후가 되야 공사소리가 조금 났다망치로 두둘기며 할 일을 대충 끝냈나보다내일은 건물 뒷쪽을 씻어낸다는 데뒷쪽 베란다가 더렵혀진다는 의미다오늘밤에 자기 전에 뒷쪽 문들을 다 잘 닫고 자야지아니면 더러운 물이 들어온다.

 

요즘 모헤어실로 뜨개질을 하는 데진도가 느리다가는 모헤어실은 뜨기도 귀찮지만뜨다가 마음에 안들어도 풀어내기가 어렵다즉 풀어내면 안된다마음이 봄을 향해서 그런지따뜻한 털실보다 봄 느낌이 나는 산뜻한 실을 쓰고 싶다벌써 마음이 거기로 향하고 있다지금 하는 걸 빨리 마쳐서 다음에는 좀 산뜻한 봄냄새가 나는 걸 만들어야지… 그런데, 아직 추울 때 겨울 걸 더 만들어놔야 되는 거 아닌가… 잘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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