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벚꽃구경 1

2016/04/06 벚꽃구경 1

 

오늘 동경은 오랜만에 맑게 개었다. 벚꽃이 피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빨리 꽃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빨래가 밀렸다. 아침부터 이불과 베개를 널고 담요를 빨았다. 작은 걸 두 장 먼저 빨아서 널고 말리면서 두 번째로 큰 담요를 빨았다. 베란다가 꽉 차서 빨래를 널 공간이 부족하다.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빨래를 말리고 꽃구경을 갔다가, 가까운 학교에 가서 할 일이 있었다. 학교에는 오후에 간다고 메일을 보내 놨다. 일기예보를 봤더니 내일은 비가 오고 날씨가 다시 나빠진다. 벚꽃이 활짝 피어서 이제는 날씨가 나빠지면 벚꽃이 질 것이다

벚꽃이 핀 계절에는 적어도 한 번은 꽃구경을 제대로 해야 한다. 바쁘게 담요를 뒤적이면서 말리는 중에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꽃구경을 가자고 12시쯤이라, 지금부터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연락을 하겠단다. 친구가 다시 연락이 온 것은 1시 반이 넘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꽃구경을 하고 학교에 가서 일을 못 마치겠다. 친구가 일이 생겼다고 자기네 집으로 와 달란다. 빨래가 바람에 날려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달란다. 주변을 다 찾아 헤맸지만 없었단다. 친구가 집 옆에 선 나무에 검정 티셔츠가 옷걸이에 걸린 채로 걸려있는 걸 발견했다. 친구는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고 한참이 걸린다. 그동안 티셔츠가 걸린 나무를 다시 보러 갔더니, 나무 밑에 친구 원피스가 떨어져 있다. 결국 친구가 다시 내려와서 출발한 것은 3시가 가까워졌다

집에서 역에 가까운 강가를 걸었다. 꽃잎이 나부끼면서 강에 많이 떨어졌다. 바람이 불어서 꽃잎이 나부끼고 있었다. 둘이 강가를 걷고 사진도 찍었다. 참고로 창문 앞에 멋있게 피던 벚꽃은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불쌍할 정도로 볼품이 없어졌다. 미안하지만 벚꽃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초라해졌다

벚꽃이 터널을 이룬 곳에 갔더니 벌써 4시가 되었다. 학교에 못 갈 것 같아서 전화를 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내일 오전에 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서 이렇게 땡땡이를 친 적이 없었다. 이제야 사람이 되어가는 건지, 어쨌든 꽃구경을 우선 하기로 했다. 근데 여기도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꽃나무 밑을 걸으니 하늘이 보인다. 그렇게 빽빽하게 화려했던 나무 밑은 뭔가 허술하고 참 속이 상하다. 요새 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사람들은 나무에 억하심정이 있는지 나무를 볼품없이 만드는 것이 목적인 모양이다. 이건 친구도 격렬하게 동의했다. 둘이 꽃 터널을 걸으면서 화를 냈다. 우리 세금을 써가면서 경관을 망치는 일을 하다니… 내가 화를 내니까, 친구가 진정서를 내라고 한다. 내가 민원을 냈다가 한국사람이 민원을 냈다고 무슨 화를 당하라고 못 하겠다고 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원없이 꽃구경을 즐겼다. 집에 돌아왔더니 저녁 7시가 넘었다. 내일 비가 와서 꽃이 지더라도 아쉽지 않게 꽃구경을 했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에 젖은 벚꽃  (0) 2020.04.11
벚꽃구경 2  (0) 2020.04.11
눈과 벚꽃  (0) 2020.04.11
새순의 계절  (0) 2020.04.11
벚꽃구경 강가-12  (0)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