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4 냄새
요새 동경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정신이 없다.
아직 장마철이 끝나지 않아서 비가 안 오는 날도 흐려서 더운 날 보다 지내기가 수월하다. 내가 사는 곳은 언덕 위다. 그리고 주위가 공원에 둘러싸여 있어 공기도 좋고 기온도 낮다. 일을 나갈 때는 앞쪽으로 언덕을 내려가고 주말에는 뒤쪽으로 언덕을 내려 가까운 대학도서관에 간다. 일을 나갈 때도 가까운 역은 3분이지만 주로 약15분 걸리는 큰 역까지 간다. 큰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백화점도 있고 영화관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백화점에도 들렀고, 한달에 한번 정도는 영화관에도 갔었다. 백화점 지하에 식료품 매장이 있어서 주로 거기서 쇼핑을 했다. 근데 요새는 살게 있어도 백화점에 안 간다. 귀찮아진 것이다.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다. 학생들에게 물어도 주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한다고 한다.
몇 년 전인가 일본에서는 주부들이 남편 옷을 세탁기에 집어넣을 때 손으로 집지 않고 젓가락으로 집어서 넣는다고 했다. 냄새가 심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심한 결벽증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렴 같이 사는 사람 옷을 손을 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냄새가 날까 싶어서… 그러나 일본에서 살다 보면 특히 남자들이 많은 데서 일을 하다 보면 몸에서 가끔 심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목욕을 한다는데도…
사람에 따라서 체질적으로 체취가 강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먹는 음식으로 독특한 체취를 일시적으로 풍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셔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있을 수 있는 허용되는 범위다.
일반적으로 일본사람들은 자신들이 청결하고 냄새에 민감하다고 여긴다. 여기에서 말하는 냄새는 문화적인 문맥도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이전에는 마늘냄새를 그렇게 싫어했다. 일본 사람들에게 마늘냄새라는 건 즉 조센징을 뜻하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요리를 할 때 마늘을 쓰는 일이 드물다. 1990년대에 들어서 이탈리안이 보급되면서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볶는 게 보편화되면서 마늘냄새에 익숙해진 감이 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이 마늘을 먹는 걸 보면 생마늘을 갈아서 라면에 듬뿍 넣는 등, 마늘을 먹는 데 익숙한 한국사람이 봐도 심하게 냄새가 날 것 같다. 그리고 김치도 일본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도 매운맛과 냄새 때문이었다. 물론 그 냄새도 조센징의 음식이어서 싫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야키니쿠라는 일본식 불고기는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거기에는 소고기라는 서민들이 평소에 자주 먹을 수 없는 좀 비싼 음식이라서 같은 조선 음식이라도 김치와는 격이 좀 달랐다. 야키니쿠도 주로 남자들이 술과 같이 밖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야키니쿠집도 허술한 고기 굽는 냄새와 냄새가 나는 곳으로 주로 남자들이 가는 곳이었다. 야키니쿠집이 그 전 보다 냄새와 연기가 안 나고 깨끗해서 여성들도 가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것은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다. 그리고 요즘 일본사람들이 한국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그런데 일본음식에도 물론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 청국장과 비슷한 삶은 콩을 발효시킨 낫토, 생선을 말릴때 특별한 액체에 담갔다가 말린 쿠사야, 오키나와에는 두부를 발효한 것도 있다. 이런 음식들은 냄새가 심하지만, 자신들이 익숙한 것이라서 냄새를 악취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느끼는 악취라는 것은 일종의 병적인 상태인 사람들을 가리킨다. 단순히 줄담배를 피운다든지 술을 많이 마셔서 냄새가 나는 상태가 아니다.
나도 내 몸에서 장마철에 빨지 않은 걸레가 썩는 냄새, 바퀴벌레 냄새를 느낀적이 있었다. 그 때 치료를 담당하던 사람이 대학 선배여서 물어봤다. 내 몸에서 그런 냄새가 났는데, 실제로 그런 냄새가 나는 건지, 내가 머리가 이상해진 건지를. 선배가 의문을 풀어주었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특정부분이 자극을 받으면 이런저런 성분이 분비가 되는데, 그 걸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 느낌이 맞았던 것이다. 만약에 그 선배가 내 의문에 답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 조상중에 바퀴벌레가 있는 줄 알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일부 일본 사람들이 풍기는 심한 냄새는 일종의 병이거나, 병적인 상태로 간주하고있다. 즉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요양을 필요로 한 환자들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환자들은 일본 사회의 심한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이라는 과로에 찌들어서 생기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 그래서 그 들의 몸이 심한 냄새를 풍기면서 치료를 해달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병리현상이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다, 사회학자로서의 진단이다.
이들의 입었던 옷에서 그 가족들이 직접 손대기도 싫을 정도로 악취를 풍기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그 부인들이 특히 결벽증이어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