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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쨍하고 뜨거운 주말

2015/07/12 쨍하고 뜨거운 주말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3도나 되는 뜨거운 날이었다. 올여름은 장마가 신물 나게 길어 날마다 비가 와서 온 세상이 버섯을 비롯한 곰팡이들의 천하였다. 나도 모르게 곰팡이와 버섯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습도가 95도 이상이나 되는 질척거리는 나날을 보내면서 한도 끝도 보이지 않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장마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사사로운 저항으로 눈에 번쩍 띄어 정신이 번쩍 날 것 같은 형광색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정도다. 매일 비가 오니, 신을 신발도 곤란하고 비가 와 길이 미끄러워서 산책도 못하는 답답한 시간이었다. 일조시간이 아주 짧은, 즉 해가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비가 와서 춥기도 하고 집은 축축하고 빨래를 해도 마르지도 않는 마냥 참아야 하는 날들이었다. 기나긴 장마로 인해, 드디어 인간에게도 곰팡이가 필 즈음에 쨍하고 해가 떴다. 갑자기 기온이 팍 올라가서 32도나 되었다는…내일은 최고기온이 34도 라는 데… 도서관에 갈 일이 걱정이다

금요일에 기온이 올라가서 30, 그래도 비가 와서 어두운 날씨였다. 수업이 끝나서 집에 올 시간에 맑아오니까, 그 것만으로도 들떠서 흥분했다. 내일은 맑을 것 같아!!! 어제 토요일에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고 바람도 있었다. 날씨가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바람이 부니까, 열풍처럼 느껴졌다. 장기에 걸친 장마로 저장된 습기를 걷힌 열풍이라, 자연사우나 같은 느낌이었지만, 해가 나온 게 어디냐. 너무 오랜만에 맑은 날씨여서 어제는 이것저것 말리고 빨래를 하느라고 바빴다. 우선, 이불을 말리고 침대커버도 벗겨서 베란다 가득히 말렸다. 집안에 까는 매트와 베게도 말렸고,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도 말렸다. 손빨래는 전날 밤부터 말렸고 침대 매트리스도 세워서 바람을 쏘여 여름용으로 바꿨다. 더운 날에 좁은 집에서 바람을 쏘이고 말리기에 바빴다

오늘도 날씨가 맑고 더워서 이불빨래와 매트들을 빨아서 베란다 가득히 널어서 말렸다. 청소도 하고… 그렇다 보니 주말이 지나간다. 주말에는 옥수수와 수박을 먹으면서 지냈다. 수박을 많이 먹어서 땀냄새에서도 수박냄새가 난다. 여름이 되면 수박을 먹어서 땀냄새도 수박냄새가 날 정도로 먹어 둔다. 그러나, 날씨가 이렇게 더우면 수박을 사는 것도 힘들다. 무거운 수박을 사서 언덕을 올라올 힘이 없어서… 더위에 힘이 뺏긴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으니 수박을 사 올 기회가 남아있다.

어젯밤에는 아는 친구가 생일파티를 한다고 해서 정말로 오랜만에 밤에 외출을 했다. 그리고는 술도 안 마시고 얌전히 밤 12시에 들어왔다. 술도 못 마시지만, 그 친구와 만나면 음주량을 갱신하는지라, 경계했다. 어제는 쥬스만 두 잔 마셨다.

어젯밤에 외출을 하면서 보니까, 내가 사는 주변은 선선해졌는 데, 역이 아주 더웠다. 역은 밤 12시 가까워도 여전히 더웠다. 역은 더운 곳이라는 걸 알았다

학교 강의는 학기말이 가까워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진다. 수업평가도 있고, 레포트도 받아야 하고, 평가를 해서 점수도 내야 하니까… 학생들도 당연히 긴장감이 높아간다. 특히, 결석이 많은 학생이라든지, 학습태도가 불량한 학생들과 신경전을 벌인다

항상 정해진 코스처럼 다가오지만, 학기마다 다른 학생들과 만나는지라, 긴장감은 여전하다. 학생들이나 나에게도 좋게 학기말을 맞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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