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대학생

봄학기 종강

2014/07/28 봄학기 종강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0도로 선선한 날씨였다. 동경은 지난 수요일부터 어제까지 최고기온이 36도였다. 지난주는 기온이 높은 데 습기까지 많아 지내기 힘든 날씨가 계속되었다. 지난 주는 수요일에 과외수업까지 하느라고 좀 피곤했다. 수요일은 밤까지 신주쿠에 있었는 데, 9시 기온이 29도였다. 더위를 먹어서 실려간 사람이 100명이 넘고, 사망자가 3명이였단다. 더위도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적인 더위가 되고 말았다.

지난 금요일 수업으로 종강을 했다. 원래는 내일 화요일 수업이 마지막이었는 데, 지난주에 과외수업을 해서 내일은 휴강이다. 이사한 후에 고단한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허리에 밴드를 조여매고 수업을 했었는 데, 회복하거나 치료받을 시간이 없어서 점점 악화되어간다. 목요일도 종강이었고, 금요일에는 마지막 수업이라서 나름 신경이 쓰인다. 종강이 되면 학생들이 섭섭해한다. 목요일 여성학에서는 일 학년 남학생들이 수업 전에 들어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종강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저 선생님 솔직히 저희는 방학이 필요 없어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재미있는 일도 없어요” 그냥 수업을 하면서 놀고 싶다고 떼를 쓴다. 방학은 내가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남자아이들이 방학도 반갑지 않다는 세상이라니, 참 재미가 없나보다. 그렇게 떼를 쓴다고 방학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금요일 학교에 갈 때 역까지 걸을 때 왼쪽 다리가 아파서 비명이 나온다. 역까지 걷는 게 늦어서 지각하게 생겼다. 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금요일에는 할 일이 많았다. 수업은 시험을 보고 평상시에 받은 점수를 확인한다. 수업평가조사도 해야 하고 바빴다. 점심시간에는 후배와 점심 약속이 있었는 데, 수업이 늦게 끝나서 허겁지겁 후배 연구실로 갔다. 후배네 학생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후배 얼굴을 보니 피곤함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깔끔떠는 후배가 피곤해서 회의 중에 커피를 마시면서 졸아서 커피가 입에서 줄줄 새었단다. 졸지않은 척 위장을 하려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 걸 웃었다. 요새는 얼마나 무리하게 과로하고 있는지 서로 자랑하는 자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맛있는 쿠키를 선물로 받고 수업시간이 시작되어 허겁지겁 돌아왔다. 정작 의논할 말은 잊고 말았다

금요일로 종강하는 미국친구와 방학을 잘 지내라는 인사할 겨를도 없었다. 지난 주에 내가 좋아하는 깡통을 가져다줘서 작은 선물로 쌈장을 만들어서 가져갔다. 그 것도 친구 책상 위에 놓고 돌아다녀서 제대로 말도 못 했다. 친구는 나보다 한국음식을 더 좋아해서 사다 먹는다. 임신한 조선족 선생도 금요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번에 살구잼을 만들어줬다고 도라지 무침을 해서 가져왔다. 얼굴을 볼 시간도 없었다. 책상에 사랑스러운 메모가 놓여있었다. 작은 성의가 담긴 선물을 주고받기에도 경황이 없었다

더운 날씨에 학교에 가기가 싫어서 늦게까지 남아서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마쳤다. 하는 김에 성적도 대충 내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이 쓴 감상문을 읽었다. 수업이 끝나서 슬프고 섭섭하단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내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단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한 만큼 성과도 확실히 나왔다. 수업 때 평균점수가 너무 높아서 학생들도 나도 놀랬다. 일주일에 두번 수업이 있었는 데, 거의가 결석도 없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노트를 세네권 쓴 학생도 있다. 수업을 할 때는 몰랐는 데, 열심히 했나보다. 열심히 공부하느라고 학생들이 불에 타고난 숯덩이가 되어 돌아간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숯덩이가 되면 나도 까맣게 탔다는 말이다. 내 수업은 가장 강도가 높다고 한다. 학생이 졸업하면서 대학에 들어와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줄 몰랐다고, 고마워한다. 수업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휘말려가는 것이다. 열심히 한 만큼 성과는 확실히 나오고 달성 감도 있다. 인간적으로도 성장한다. 그러기에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고 슬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시간은 바쁜 것이 좋다. 수업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은 시험 때문에 긴장을 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수업이 끝난다고 슬퍼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학생들은 처음에 나를 무서워한다. 학교내에서 수업의 강도와 밀도가 가장 강하다는 데, 너무 엄격할 것 같이 보인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밀감을 느낀다. 학생들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수업이기도 한다.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패션 체크를 하고, 귀엽다고 치마를 잡아당겨서 벚겨질 상황이 일어나고, 많은 것들이 수업을 통해서 교차한다. 아주 강도높고 밀도가 있는 진한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대학의 수업은 그다지 강도가 높지도 밀도가 있지도 않다. 이렇게 무식하게 수업하면 선생과 학생이 힘들다. 나는 성과를 내는 편이지만, 성과와 학생들 만족감에 연결이 안 된다면, 고문 같은 시간이 된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불태우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종강이 되면 그렇게 나를 속 썩이던 학생들도 갑자기 철이 드는지,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내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고맙다는 감상문을 받는다. 그렇게도 말을 안 듣던 학생들이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쓴 편지 같은 감상문을 읽으면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뭐야,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배신을 때린다는 말인가, 어쩌라고…

수박족의 냉장고 사진 2와 새로 산 여름이불(초록색에 닭무늬)와 패드, 집에 있던 꽃 사진이다..

'일본대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깡패들의 세상?  (0) 2020.08.01
종강 시즌  (0) 2020.08.01
리포트 마감일  (0) 2020.08.01
헷갈린다  (0) 2020.08.01
한국 유학생 A,B,C  (0)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