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7 혐오범죄를 키워온 정치와 사회
오늘도 동경은 흐리고 오후가 되어 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였다. 요새 날씨가 흐려서 기분이 상쾌한 것은 아니지만, 기온이 낮아서 지내기가 수월하다. 오늘은 느지막이 도서관에 가서 4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왔다. 주요 주간지도 4 권 읽었다. 그 중에는 내가 읽고 싶었던 기사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를 파는 곳에 들러서 방울토마토와 보통 토마토에 오쿠라를 두 봉지 사서 돌아왔다. 일찌감치 소면을 삶고 오이를 채치고 오쿠라와 콩을 데쳐서 저녁으로 먹었다.
도서관에서 도쿄신문과 아사히신문을 읽었지만, 별다른 뉴스가 없었다. 어제는 동경도지사 선거의 유력한 후보자 세 명에 관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나도 동경도지사 선거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누가 동경도지사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눈길을 끄는 후보가 있어서다. 주로 재일동포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많은 헤이트 데모를 해온 재특회(자이토쿠카이) 회장이었던 사쿠라이 마코토가 출마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헤이트스피치나, 헤이트 데모를 ‘표현의 자유’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혐오범죄’이며, 그 대상에게는 ‘테러’에 속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재일동포나 한국인이라고 일본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하면서 보호 받아왔다.
인터넷으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봤더니, 동경에서 가까운 가나가와현 사가미시에서 장애인을 무차별로 죽인 사건이 크게 보도가 되었다. 계속해서 뉴스가 올라오는 걸 보니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하는 모양인데, MSN을 보면 그다지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아마, 내일 신문에 크게 자세히 보도를 하겠지. 한국신문에 따르면, 일본열도가 이번 사건에 경악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나는 전혀 놀랍지 않다. 동경에 살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느끼는 분위기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뿐이다. 그러면서도 장애를 가진 죄 없는 사람들이 그런 변을 당한 것이 참으로 슬프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서 평가대상이 되는 감상문에도 학생들이 극도의 인종차별을 표현한다. 그런 학생이 한 두 명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로 친다. 그러나, 그런 학생이 열 명이 넘으면 ‘보통’일이 되고 만다. 지난 주말 아주 우울했던 것은 외국인 혐오나 이민 반대(일본 민족의 피가 더러워진다는 이유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인 노인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차별을 드러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 돈을 쓰기보다 자신들을 위해서 돈을 써라” “장래에 노인들을 부양하기가 싫다”는 등이다. 그런 차별이나 혐오를 학생들이 가벼운 장난처럼 한다. 일본에서 이지메를 하는 스타일이 그렇다. 이지메를 하는 사람은 가벼운 장난처럼 하기에 당하는 사람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주위사람들도 이지메를 하는 사람이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다 하면서 이지메를 동조한다. 그러나, 장난처럼 이지메나, 차별, 혐오를 하는 것은 아주 교묘한 수법이다. 자신들의 ‘악의’를 장난처럼 ‘오락’으로 포장함으로 ‘죄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요새는 한발 더 나가서 ‘정의’와 ‘애국’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지메나, 차별, 혐오가 ‘오락’과 ‘정의’와 ‘애국’으로 포장되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강한 자극은 없다. 내가 우울했던 것은 그런 학생 중에는 ‘교사’가 될 학생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장래에 교육에 종사할 사람이 건전한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자와 내가 교실에서 가르치는 학생의 차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생각에 따라 행동을 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이건 아주 큰 차이지만,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그런 성향을 가진 학생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라는 재일동포와 한국인에 대한 ‘혐오선동’을 주도했던 재특회가 결성된 것은 2007년 1월이다. 헤이트스피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 4월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행해진 ‘혐오범죄’인 교토의 조선 초급학교를 습격한 것은 2009년 12월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헤이트스피치를 했고 동영상으로 유포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니까,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혐오범죄’가 방치됨으로 확대 재생산을 한 것이다. 그에 대해 반대하는 모임이 결성된 것은 2013년 10월이다. 실질적으로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4년 반 이상 그런 헤이트 데모가 방치된 상태였다. 특히 헤이트스피치 활동이 왕성했던 것은 2013년이기에 그에 반대하는 모임이 결성되었을 때는 이제야, 겨우 이렇게 나왔구나 싶었다. 일본 정부가 헤이트스피치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2016년 5월 하순이다. 재특회가 결성된 지 10년, 헤이트 스피치 활동을 한 지 7년 만에 겨우 구속력이 약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즉, 일본정부는 ‘혐오범죄’를 외국인 대상이라고 방치함으로 키워왔다. 재특회는 아베 정권과 친화성이 아주 강해서 정부가 그들의 활동을 묵인하는 것으로 지지하고 보호하는 인상이 강했다. 명백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정권의 묵인하에 자행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의 지지였으며, 많은 일본인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재특회의 헤이트스피치는 아주 과격한 말을 장난처럼 하면서 ‘혐오범죄’를 ‘오락’으로 승화시켰다. 재일동포나 한국인이 보면 ‘혐오범죄’에 ‘테러’이지만, 재특회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애국’이며, ‘정의’이기에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러운 행동인 것이다. 그런 것을 ‘오락’으로 했으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사쿠라이 마코토가 동경도지사 선거에 나와서 내건 공약이 7 개인데, 6 개까지가 재일동포와 한국인 차별을 겨냥한 것이다. 사쿠라이 마코토가 동경도지사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탁금 300만 엔을 걸고 입후보함으로 그의 지명도를 높일 것이며 받은 표는 그의 활동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임을 받을 것이다. 선거 유세라는 명목으로 합법적으로 헤이트스피치를 계속할 수 있으며, NHK에서 정견 연설을 전국으로 방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사회는 인종차별이 만연해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헤이트스피치라면 헤이트스피치라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성장한 젊은이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행한 ‘혐오범죄’나 ‘테러’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금에 와서 경악한다고 새삼스럽게 유난을 떨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씨앗을 뿌리고 비료를 주면서 키워왔던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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