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3 ‘애국’이라는 것
아까,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것은 원래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과 영토문제가 있다는 걸, 아베 정권에서는 주변 국가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빌미로 만들었다. 러시아와도 영토문제가 있는데, 러시아가 공격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이 만만한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국가방위를 위해서 안보법안을 통과시켜 집단적 자위권에 무력행사,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고 한다. 북한이 일본을 향해서 미사일 공격을 한다는 헛소리로 가상적국이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주변 국가에서 공격받은 역사가 없는, 옛날 옛날에 몽골의 침략을 받은 적이 한번 있기는 있었지만 일본에 상륙하지 못했다. 명치시대 이후, 한국에서 보면 그전부터도 침략을 받았으며, 명치시대에 들어 러시아, 청나라와의 전쟁도 조선을 통해서 한 것이 아닌가. 주변국가를 침략하는 것은 일본의 전매특허 아닌가? 이번 일본의 안보법안이 통과된다는 것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은 한국과 북한, 중국 순이라고 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긴장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으로 들어가자. 지금 책상에는 헤이트스피치와 배외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 관계자의 모임에서 낸 NO헤이트! 출판의 제조자 책임을 생각한다는 책이 있다. 요 몇 년 일본에서는 주간지나, 신문, 책,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 ‘혐한과 혐중’이 판을 쳤다. 그전부터 ‘만화 혐한류’를 비롯해서 제목이 혐한류가 아니어도 내용이 그런 책들도 있었다. ‘만화 혐한류’는 일본에서 ‘한류’가 유행하는 것에 대한 과격한 반응이었다. 책 내용도 과격해서 출판사에서 받아주질 않아 작은 출판사에서 냈다고 한다. 그런데, 과격해서 출판을 거절당했던 책이 몇 십만 부나 팔렸다. 서점에서 팔린 것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판매부수 1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주류 미디어에서는 그런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극히 과격한 일부 사람들의 일시적인 반응이라고 본 측면이 있었다. ‘만화 혐한류’는 아주 잘 팔려서 시리즈로 5까지 나왔고 2015년에는 ‘만화 대 혐한류’도 나왔단다. 100만 부나 팔렸다고, 파생적으로 ‘혐중’에 관한 만화도 나와서 많이 팔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책들이 출판 불황인 상태에서 이렇게 많이 팔렸다는 것이 ‘혐한과 혐중’이 판을 치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혐한과 혐중’에 관한 기사는 전철에 타면 걸려있는 주간지 광고에 센세이셔널하게 꾸민 특집으로 항상 있는 단골 메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항상 일본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까는 것이다. 물론, 까는 쪽인 일본이 항상 정당하다는 전제하에 쓴다. 경기가 나빠서 주간지가 팔리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팔아야 된다는 것이리라. 요 몇 년 사이에 ‘혐한과 혐중’에 관한 책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른다. 내가 본 자료에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적어도 수 백 권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주로 샐러리맨들이 퇴근할 때 사서 읽는 ‘석간 후지’라는 신문은 2013년 10월에서 2014년 3월 6개월간 제목을 봤을 때, 한국 관련이 50%에, 중국 관련이 30%로 즉, ‘혐한과 혐중’ 기사가 80%였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본의 아니게 ‘석간 후지’에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외롭다는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저녁에 퇴근할 때에 ‘혐한과 혐중’ 기사를 읽고 ‘행복’한 기분이 되었을까?
‘만화 혐한류’가 나온 것이 2005년 7월이라니까, ‘혐한과 혐중’ 책이 피크를 지난 것이 작년 2014년이니까, 10년 동안이나, ‘혐한과 혐중’은 일본의 출판계, 경제에 크게 공헌을 한 셈이다. 작년부터는 일본을 ‘자화자찬’하는 책이 많이 팔린단다. 낯 뜨거울 정도로 ‘자화자찬’을 하는 것이 큰 유행이다. 참 재미있는 심리다. 이웃나라를 그렇게 욕하면서 자신들은 사랑만 받기를 원한다. ‘혐한과 혐중’ 책의 독자층, ‘석간 후지’의 독자층이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핵심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혐한과 혐중’을 다른 말로 하면 ‘애국’인 것이다. ‘혐한과 혐중’을 하는 것이 ‘애국적’인 것이며,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도 일본을 지키는 것으로 ‘애국’이 된다. ‘혐한과 혐중’이라는 굴절된 ‘애국’에서 ‘자화자찬’이라는 스트레이트한 ‘애국’으로 유행이 바뀌었다. 이런 것들이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 줘서 안보법안이 통과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누가 '애국'을 부정하고 방해할 수 있겠나?
이걸 쓰면서, 인터넷에 ‘혐한’을 검색했더니, 한국이 세계에서 ‘미움’을 받는다네… 난 한국의 프레젠스가 세계에서 ‘미움’을 받을 정도인 줄 몰랐다… 세계적으로 ‘미움’을 받는 나라가 될 정도로 한국이 대단한 나라가 되었다는 거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조작된’ 냄새가 풍긴다. 일본 넷우익이 '애국'하느라고 만든 '작품' 같다. 여기서 '미움'은 '혐오'와 동의어다. 보통, '혐오'할 정도의 대상이 있다는 자체가 힘든 일이다. '혐오'가 아주 강하고 위험한 감정이기에 그런 감정 자체를 갖기가 괴롭다. 그야말로 철천지한의 원수나 부모형제를 죽였다면 모를까,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혐오'하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즐거운 일만 해도 바쁜데 상관도 없는 나라를 '혐오'하고 자시고 하겠냐고?
이렇게 긴 시간 주변 국가를 중상모략하는 정보를 방치하면서 일본의 안보가 불안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래서 주변 국가와의 영토문제가 드러날 때, 반일데모가 있으면 일본에서 보면 자신들이 위협받고 있는 결정적인 증거처럼 계속 보도했다. 자신들이 미디어를 동원해서 행하는 주변 국가에 대한 비방과 중상모략은 일본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되겠지만… 어째 씁쓸하다. 안보법안을 통과시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가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일본은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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