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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동경, 여권 신청해서 이재명 찍으러 간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13도 최저기온 2도로 맑은 날씨였다. 수요일 아침 연내 강의가 지난주에 끝나서 오늘은 여권을 신청하러 갈 예정이었다. 월요일에는 도서관에 가서 평일에 시간이 없는 것도 있지만 21일 신청부터 새 여권이 나온다고 해서 새로 나오는 여권으로 하고 싶어서 기다렸다. 

 

내가 사는 곳에서 아자부주방까지 전철만 아무리 빨라도 50분 이상 걸려서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여권 접수는 오전에 끝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야 한다. 아침에는 날씨가 아직 추워서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하지만 시내에 가면 날씨가 춥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얇은 코트에 속에 다운 베스트를 입고 나갔다. 옷차림은 적당했다. 아자부주방에 가는 전철은 두 개가 있는데 도에이 오에도센을 타기가 싫다. 신주쿠에서 갈아탈 때 방향이 헷갈리고 타고 내릴 때 홈까지 가려면 아주 깊숙이 들어가야 해서 타기가 싫은 노선이라 피한다. 다른 하나는 남복센이 있다. 나는 주로 남복센을 이용한다. 오늘도 남복센으로 갈아탔는데 나가는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가 수리 중이라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동경에서 살면 전철을 탈 때 항상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는 외국에 갔다가 돌아오면 정말로 절실하게 느껴진다. 

 

대사관 영사부 입구에는 검온하고 짐을 검사하는 사람들이 서서 제대로 검사한다. 손을 소독하고 방명록에 시간과 이름 용건을 기재하고 2층으로 갔다. 입구에 다시 안내하고 서류를 건네준다. 사진은 그 자리에서 찍어서 전송하는 시스템이라서 해봤는데 내가 서툴러서 그런지 너무 희미하게 나와서 그 사진을 썼다가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내가 가진 여권용 사진이 약간 작았지만 사정을 얘기해서 그 걸 쓰게 해달라고 했다. 여권을 신청하면 10년은 쓰기에 사진은 선명한 것이 좋다. 오늘 찍은 사진이 희미한 것도 있었지만 아침에 춥고 피곤한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가서 사진 찍을 때만 마스크를 벗어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완전 너덜너덜한 몰골이라서 그런 사진을 여권에 붙이고 싶지 않았다. 

 

입구에서 검온하고 짐을 검사하는 사람이나 다시 안내하는 아저씨들은 특히 친절한 느낌이 나지 않았다. 여권을 접수하는 직원은 전혀 불쾌하지 않은 대응이라서 다행이다. 동경 대사관 영사부를 보고 있으면 장소는 같은데 이전부터 내가 알던 곳이 아닌 것처럼 바뀌었다. 나는 대사관에 가는 일이 참 드물다. 그야말로 여권을 갱신하거나 재외국민 투표나 그런 일이 없으면 갈 일이 없다. 

 

 

80년대에 볼 일이 있어서 영사관에 가면 일본 어느 곳보다도 가장 자국민을 무시하는 곳이었다. 영사관에 한번 갔다 오면 정말로 불쾌해서 다시는 갈 일을 만들면 안 된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나 같은 유학생이 그럴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한국 영사관에서 무시당하는 걸 생각하면 일본 지자체나 입관에서 무시당하는 건 귀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랬던 영사관에 대한 인상이 바뀐 것은 2000년대에 들어 호주에 살 때였다. 시드니 영사관에서 볼 일을 보는데 내가 일본에서 느꼈던 불쾌감은 전혀 없었다. 동경 영사관에 대해 바뀐 것은 지난번 여권을 신청하고 좀 서두른다고 했더니 영사관에서 여권이 나왔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를 받은 것은 오전에 학교에 가면서 신유리 역에서 환승하려고 계단을 내려올 때였다. 영사관에서 그런 전화가 걸려와서 너무 놀라서 계단을 구를 뻔했다. 상전벽해라고 하나, 세상이 바뀌기는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일본 지자체나 다른 곳보다 훨씬 일을 효율적으로 불쾌감을 주지 않고 처리하는 걸 봤다. 일부 아저씨들은 여전히 권위적으로 큰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동경 영사관의 변화는 한국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에 한국이 종합적으로 대단히 진보한 거다. 

 

여권은 빠르면 1월 초순에 올 것이고 늦어도 중순까지는 도착한다고 한다. 우송해달라고 했기에 이제는 여권이 오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번 학기말이 끝나면 2년 만에 서울에 갈 예정이다. 왕복에 자가격리가 있다고 해도 갈 예정이다. 오늘은 간 김에 일을 본다고 재외국민 투표를 할 수 있게 신청하지 않아서 3층에 가서 문의했다. 투표할 때 서울에 있을 예정이라서 동경에서 투표할 수 있게 신청하지 않았는데 우선은 신청을 해놓고 서울에서 투표할 때는 그걸 취소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꼭 투표해야 해서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속으로는 이재명을 찍으러 꼭 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투표 때 서울에 있다면 재외국민이라도 유효한 여권과 주민등록이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고 해서 안심했다. 나는 이재명을 찍으러 갈 거다. 

 

도심에 갔다 왔더니 도심과 내가 사는 교외는 많이 다르다. 우선 기온이 다르고 가장 빠른 전철을 탔더니 사람들도 많았다. 평소에도 급행을 타지만 가장 빠른 전철을 이용하지 않았다. 급행이라도 여유롭게 앉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오늘 비교해 봤더니 가장 빠른 전철에는 앉을 수가 없고 사람들도 붐빈다는 걸 확인했다. 요새 동경에는 전철에서 사고가 많이 나서 보안을 강화하는 모양이다. 아침에 전철역에 가면 작은 개찰구에 세큐리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있기도 하고 전철역 구내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세상이 흉흉해져서 어쩔 수 없는 추세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놀란다. 하필이면 왜 사람들이 덜 이용하는 작은 개찰구에 3명이나 있는 거지? 왜 내 행동을 주목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나이 든 아줌마가 범인이었던 전철 범죄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내 인상이 흉악한가? 별별 생각을 다 하고 만다. 그런 걸 보면 영사관 입구에서 세큐리티 체크를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별생각 없이 거기에 서있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크리스마스라고 평소에는 마트에서 팔지 않는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딸기 크림 롤 케이크를 사고 우유도 샀다. 집에 와서 짙은 커피에 우유를 듬뿍 넣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다. 여권이 작년에 끊겨서 20대 이후 여권이 끊긴 적이 없는 나는 좀 불안했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여권을 신청했으니 새 여권이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오래 묵은 숙제를 한 것 같아서 기분이 개운하다. 

 

 

 

 

NHK에 따르면 12월 22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40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382,64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173명으로 사망률 0.83%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262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730,983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8,396명으로 사망률 1.06%이다. 오늘 발표한 일본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79.1%, 2차 인구의 77.7%, 추가접종 인구의 0.2%이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경향으로 지난주와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 +87명, +49.7%이다. 

 

오사카에서 외국을 간 적이 없는 사람 가족 3명이 오미크론에 감염했다고 시중에 감염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https://news.yahoo.co.jp/pickup/6413143). 오미크론에 감염한 사람이 교사여서 학생들도 다 PCR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이 시중에 퍼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늘 입국한 사람 중에 68명이나 확인되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92af5ce8ec52d5a841f4fc72615059f022cd15a). 요전에 공항에서는 항원검사를 해서 32%나 되는 사람이 입국 시 음성이었다가 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 비율로 생각하면 오미크론이 시중에 퍼지고 있는 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7,456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583,06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4,906명으로 사망률 0.84%이다. 한국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85.1%, 18세 이상 인구의 95.0%, 60세 이상 인구의 94.0%이다. 2차 인구의 82.1%, 18세 이상 인구의 92.7%, 60세 이상 인구의 92.7%이다. 추가접종은 인구의 25.5%, 18세 이상 인구의 29.6%, 60세 이상 인구의 62.5%이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 -394명, -5.0%이다. 지난주가 피크를 찍었기 때문에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주 많은 수치이다. 사망자가 78명 발생했고 중증자도 1,063명으로 과거 최다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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