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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제7파'가 왔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17도로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였는데 지금 일기예보를 확인했더니 비는 오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과 모레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라서 아침에 빨래를 두 번 했다. 빨래가 많지 않아도 며칠 비가 와서 빨래를 못하게 되면 기분이 답답할 것 같아서 비가 오기 전에 빨래를 했다. 오늘 날씨가 따뜻한 줄 알았더니 이외로 쌀쌀해서 봤더니 최저기온이 낮다. 같은 기온이라도 햇볕이 나면 따뜻한데 잔뜩 흐렸으니 추울 만도 하다.

 

다음 주는 항암치료를 가야 해서 모든 걸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다녀오면 며칠은 신경이 좀 예민해지고 맥을 못 추니까, 청소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먹을 것도 좀 챙겨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월 말까지 세금신고를 하고 싶었는데 원천징수 표가 하나 모자라서 못하고 있었다. 어제 원천징수 표가 도착했다. 3월 25일 대학에 비품을 보내면서 메일로 원천징수 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꼬박 3주가 걸려서 어제야 도착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을 정중하고 치밀하게 한다고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린다. 세금신고처럼 많은 걸 준비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일에 부족한 자료로 시간이 걸리면 준비를 다시 하는 기분이 든다. 서류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많은 일이 확실치 않은 이유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의욕이 저하되고 행동을 일으키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어려움이 예상되기에 아예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게 되는 일이 많다. 지난 금요일에 의료보험료를 냈는데 어제 독촉장이 왔다. 근래는 이런 독촉장도 빨리 오고 내용도 과태료를 물리겠다, 차압을 하겠다는 등 무섭다. 나는 의료보험이나 세금을 한꺼번에 내는 편이라서 다른 것과 맞추거나 집에 없어서 좀 늦을 때도 있다. 늦어도 한 달 정도다. 행정 서비스를 받는 데는 시간이 엄청 걸리는데 이런 독촉에서 과태료를 건너뛰고 금방 차압을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정말로 짜증이 난다. 참고로 나는 지금까지 어떤 공과금이나 세금도 과태료를 낸 일은 없었다.

 

 

일본에서 일 년 중 가장 휴일이 많아서 대부분 사람들이 최장기 휴가를 맞게 되는 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이다. 올해도 4월 29일 금요일부터 5월 2일은 평일이지만 3-5일이 휴일이라, 2일과 6일에 휴가를 받으면 최장 11일까지 쉴 수가 있다. 연말연시에도 일주일 정도 쉴 수 있지만 겨울이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에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오봉이라는 여름휴가 기간도 있지만 여름에는 너무 덥고 시골에 가서 성묘를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황금연휴'는 휴일이 긴 것도 있지만 계절적으로도 관광이나 여행을 하기에 적당해서 관광지는 최고의 성수기가 되는 기간이다. 일본도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관광이나 지방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지방에는 고령자가 많아서 외부에서 사람들이 왕래하면 코로나에 감염할 확률이 크다고 매우 방어적으로 본다. 도시에서 간 사람이 전파한 것이 아니라도 누군가 코로나에 감염하면 외부에서 온 사람을 의심하고 그 가족이 주위에서 구설수를 듣게 되고 골치가 아프게 된다. 작년에는 지방에 가기 전에 자기 돈을 내서 PCR 검사를 받고 가는 경향이었다. 올해는 신칸센 예약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도 오미크론이라서 증삼이 심하지 않다고 사람들이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것 같은 뉴스가 나온다. 그런 한편, 사람들 이동이 활발해지면 당연히 코로나 감염도 활성화할 것이라서 지방에서는 '황금연휴'가 끝난 다음이 무섭다. 실은, 지방에서 코로나 '제7파'가 왔다고 한다. 

 

요새 유튜브를 보면 일본 관광 캠페인 광고가 많이 나온다. 메일에도 여행사에서 DM이 매일 같이 날아온다. 지방에서는 아직 코로나가 잠잠해진 것이 아니라서 관광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싶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면 사람들이 경계할 것이라, 같은 지역 사람을 대상으로 할인하는 여행 쿠폰을 발행했다. 하지만, 동경이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낙담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feccd8c1fbafca4ee3b6b7fe860a44323a02af59). 그런 한편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쓸 수 있다고 했던 '현민 할인'이나 근린 지역을 포함한 '블록 할인'기간을 4월 28일 숙박분까지 기한을 정했다가 5월 31일 숙박까지 연장한다고 나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b2e0a4db64a6c03119810686b03e73b2a994c901). '황금연휴'라는 최고 성수기에도 할인 쿠폰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관광을 하지 않게 되면 힘든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황금연휴'라는 최고의 성수기라는 대목을 앞두고 관광객이 많이 오길 바라는 한편, 지방에 코로나 감염이 증가가 두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동경도 지사도 '황금연휴' 여행에 대해 '각자가 판단'해서 행동하라고 한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감염 증가를 우려해서 여행을 제한하거나 집에 있으라고 했던 것과는 다르다. 다른 말로 하면 '각자도생'하라는 뜻이다. 

 

 

'황금연휴'를 2주 앞두고 지방에서는 코로나 '제7파'가 왔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0f840018561b3da3535505f45383991e0d13657c). 9개 현에서 '제6파'의 피크를 넘어섰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이 증가한 이유로 백신 접종 3회 차가 고령자는 많이 맞았지만 다른 세대에서 접종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 감염 증가가 가장 심각한 곳은 오키나와로 10세 미만, 10-30대가 '제6파'를 넘어 과거 최다로 일본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10만 명당 감염자가 4월 14일 시점에서 625명이다(https://news.yahoo.co.jp/articles/d90bb902159b7919ac96e3c58311c3ebc797d801). 오키나와는 관광지라서 외부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으로 코로나 국면에서는 힘든 고비가 많이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오키나와는 백신 접종률이 전국 평균보다 12%나 낮은 35%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5413abfff84c298d48db8829eedf84450a34cff2). 일본 정부에서는 코로나 감염 증가가 6월 22일에 고시하는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오키나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병상 사용률이 '만연 방지'를 적용해야 하는 60%보다 낮은 48%라서 '만연 방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만연 방지'를 하게 되면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증가로 인한 영향은 오키나와 수학여행을 4월에 캔슬이 50%, 5-6월 30%나 되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제7파'로 인한 '만연 방지'나 '긴급 사태 선언'을 회피하기 위해 오키나와에 대책팀을 파견해서 3회 차 백신 접종을 가속하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6ef316003adce33c3b929bcdcf63cf15d5a383ab).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 방역 규제를 해제하는 마당에 일본에서는 '제7파'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만연 방지'나 '긴급 사태 선언'을 절대로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건 그로 인한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길 바라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에 감염해도 중증화를 방지할 백신 3회 차 접종은 그다지 진척이 없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오키나와는 3회 차 백신 접종이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65세 이상 고령자는 78%나 3회 차 접종을 맞았다. 오키나와는 고령화 비율이 낮은 것과 오미크론이 중증화가 적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가 3회 차 백신 접종을 맞지 않아서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42a439b4a5940766d9038f72cf5a230c7a67cf0).  

 

어제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4월 15일 현재 세대별 백신 3회 차 접종률을 발표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a64ac51e833609bf736d3fc3dc1e3eaa12958de5). 70대 이상은 80%를 넘지만, 20대 24%, 30대 25.9%로 젊은 세대 접종률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접종률도 47.1%로 50%에 미치지 못한다. 12-19세는 5.4%이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4월 17일 발표를 보면 전체 3회 차 접종률이 64.3%이고 60세 이상 89.3%, 12세 이상 70.1%이다(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503740). 한국과 일본의 3회 차 백신 접종률은 비교할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이런 걸 무시하고 한국의 방역 규제 해제에 대해 일본과 같은 기준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이 우습다. 나는 동경에 살고 있는 입장으로 한국의 코로나 방역에 대해 트집 잡고 험담할 시간에 자국의 코로나 방역에 힘써주길 바랄 뿐이다. '제7파'가 왔다는데, 태풍이 아니지만 순조롭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