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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생존을 위협하는 더위- 2일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 37도, 최저기온 25도라고 한다. 나는 일기예보를 보고 밖에 나가면 안 되는 날씨로 알고 지내기로 했다. 이렇게 무서운 더위가 내일도 계속된다고 한다. 일기예보를 보면 내일도 최고기온 37도, 최저기온 25도로 나온다. 그래도 아침에는 덜 더우니까, 아침에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서 나눠 먹는다. 어젯밤에도 포르치니 버섯으로 버섯전을 만들어 뒀다. 아침에는 불을 써도 되지만 낮이나 저녁에는 가능한 조리 시간을 짧게 하고 싶다. 그래서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었다. 

 

 

오늘도 오전까지는 앞 쪽 창문은 커튼을 이중으로 쳐서 어둡게 빛이 들어오지 않게 했다. 뒤쪽 창문은 오후가 되면 볕이 드니까, 오후가 되면 뒤쪽도 이중으로 커튼을 친다. 그러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집안 온도가 보통 28도로 유지된다. 선풍기는 아침부터 켜고 있다. 이번 주는 3일이나 외출하느라고 청소를 못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선선하게 지내기 위해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베란다에는 물을 자주 뿌려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오전에 청소를 설렁설렁해서 마쳤다. 청소나 다른 일도 열심히 해서 땀을 흘리지 말고 설렁설렁하는 것도 더운 날 지내는 요령이 될지도 모른다. 

 

어제 도심에 외출했다가 기온이 높은 것에 놀랐지만 내가 괜히 설레발을 쳤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뉴스를 봤더니 내가 설레발을 친 건 아닌 모양이다(https://news.yahoo.co.jp/articles/d8897e6ed9b83c3f60490465b328b3c0acb19505). 동경에서 6월에 최고기온이 35도 이상되는 날이 이틀 연속인 건 1875년 이래 기상관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거기에 어젯밤은 열대야였다고 한다. 내일도 최고기온이 37도라니 이상 기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나날인 셈이다. 솔직히 6월에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면 뭔가 해야 한다는 의지가 녹아 내려서 안전한 생존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길에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말이어서 다행이다. 이런 기온에는 사람들이 나다니는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낮에 어쩌다가 양산이나 모자도 쓰지 않고 걷는 사람을 보면 걱정이 될 정도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잠을 잤다. 산책할 시간이 되었지만 강렬한 햇살을 보니 도저히 산책을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친한 이웃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친한 이웃은 저녁을 먹는 시간이 5시 반 정도라서 4시가 넘으면 산책하기에는 시간이 늦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너무 답답해서 밖에 나가 보고 나무 그늘이 있는 곳만 천천히 걸을 예정으로 나섰다. 바지도 아주 넉넉한 마소재로 입고 긴소매에 모자를 쓰고 나갔다. 집도 더워지고 답답해서 숨이 막힐 것 같다. 바깥에 나갔더니 공기가 신선해서 생각보다 괜찮다. 집 앞에 있는 공원에 가서 버섯을 봤더니 포르치니가 하나 큰 것이 있었다. 아직 시기가 일러서 많이 나지 않는다. 

 

버섯도 볼 겸 오늘은 천천히 나무 그늘만 걷기로 했다. 가까운 버섯이 나는 곳에 갔지만 버섯이 하나도 없었다. 좀 먼 곳에 있는 공원에 가면 어제도 가지 않았으니 포르치니가 있을 것이다. 요새 포르치니를 따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에 기온이 올라가서 건조해졌다. 먼 곳에 있는 공원은 나뭇잎에 그늘과 이끼가 있어서 수분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몇 년이나 같은 장소에서 버섯을 땄지만 지금까지는 다른 버섯이 나왔다. 포르치니 버섯은 올해 처음 보는데 그게 꽤 나오고 있다. 대신에 지금까지 땄던 버섯을 전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목적지를 정해서 나무 그늘 길을 따라서 걸었다. 공원에 갔더니 오늘은 다른 날보다 포르치니 버섯이 좀 많았다. 혼자 가서 천천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친한 이웃과 같이 가면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서둘러 보기 때문이다. 버섯을 따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공원에도 들러서 봤지만 버섯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나무 그늘 길도 다른 날은 서늘한데 서늘함을 느낄 수가 없었고 공원도 서늘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웠다는 말인가?

 

 

오늘은 바깥공기를 쐬고 천천히 걷고 버섯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다가 집에 왔더니 7시 가깝다. 바깥이 더웠지만 워낙 천천히 다녀서 땀을 흘리지 않아도 입가가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기온이 높아도 건조해서 다행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서 바깥 기온을 봤더니 세상에 밤 8시가 넘어도 31도라고 한다. 6월 하순에 믿기지 않는 기온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오늘 수확은 포르치니 버섯과 수국에 민트도 땄다. 수국과 민트는 사진을 찍지 않고 정리해서 꽃병에 꽂고 말았다. 수국도 장마가 끝나가니 거의 끝물이 된 느낌이다. 

 

저녁에는 소면을 삶아 신 김치 국물에 말고 버섯전과 아침에 만든 죽순과 어묵을 넣은 된장찌개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기온이 내려간 다음에 오늘 딴 포르치니 버섯을 볶았다. 지금 일본에서 아주 가격이 비싼 양파를 하나 넣고 볶아서 내일 먹을 생각으로 소분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니 다음날 먹을 것을 선선한 시간에 미리 조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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