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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경로의 날, 초고령화 사회의 이면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8도, 최저기온 18도이다. 아침 일찍부터 기온이 올라가 덥더니 낮부터는 계속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내일과 모레는 최고기온이 22도라니 환절기에 감기 조심해야 할 날씨이다.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했다. 강풍과 함께 옆으로 날리는 비가 오다가 낮에는 날씨가 개어 빨래를 할 수가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다시 강한 바람과 함께 비도 많이 와서 집안 창문이라는 창문은 다 닫고 일찌감치 목욕을 하고 잤다. 강풍과 함께 폭우가 내리는 데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예, 잠이라도 푹 자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태풍이 지나가서 베란다가 엉망진창이 될 줄 알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를 봤더니 나뭇잎이 3개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어젯밤 강풍을 생각하면 베란다 상황이 맞지 않는데 이상하다.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오고 있어서 태풍이 지났다고 하지만 정말로 태풍이 지난 건가 할 정도였다. 비가 와서 산책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녁이 되어 비가 그치고 엽서를 부치려고 밖에 나갔더니 아파트 뒤쪽에는 무척이나 많은 나뭇잎이 떨어져 쌓였고 나뭇가지도 꺾어졌다. 그렇구나, 바람이 앞쪽에서 분 것이 아니라, 뒤쪽에서 불었구나 했다. 저녁에 우체통이 있는 곳과 버섯을 따러 간 곳만 봐서 그렇지 공원에 가면 태풍이 지나간 짙은 흔적이 남았을 것 같다.  

 

 

일본은 월요일까지 연휴였다. 월요일은 경로의 날이다. 친한 이웃은 두 아들이 와서 같이 식사한다고 했다. 태풍으로 비가 오니까 오지 말라고 했단다. 비가 오면 집안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까, 코로나에 조심하느라고 그렇다. 비가 오지 않으면 아들이 사 온 걸로 마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밥을 먹고 오라고 했단다. 나는 아들들이 오랜만에 와서 같이 밥을 먹으라고 집에서 식사를 하라고 했다. 이전에는 친한 이웃이 아들이 오면 아들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요리해서 대접했다. 다음에는 밖에서 식사하고 친한 이웃이 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식이었다. 코로나로 밖에서 식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최근에는 아들이 먹을 것을 사 온다고 한다. 친한 이웃에게 아들이 오는 건 몇 달에 한 번 정도인 것 같다. 아들이 둘이다. 며느리에 관해서는 한 명은 아예 보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다른 한 명도 손자가 어렸을 때나 코로나 이전에 명절 때 식사라도 할 때는 식사자리에서 보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접촉이 없다. 이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런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 이웃의 경우는 자립심이 강하고 경제적이나 건강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앞으로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서 짐을 정리하고 많은 걸 버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나중에 들어가고 싶은 케어 하우스 같은 곳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나는 내가 있을 때 같이 보러 다니면서 어떤 곳이 좋을지 생각하자고 했다. 아들이 사는 곳은 차로 30분 걸린다. 아들이 사는 곳보다 자신이 지내고 싶은 곳에서 좋아하는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곳이 좋겠다고 했다. 친한 이웃이 이 동네로 이사 온 것은 주변 자연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에서 나중에도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3,627만 명으로 총인구의 29.1%가 고령자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6b9543403acff3f2cf313d97158ed2d00ebe92cd). 일하는 고령자도 909만으로 과거 최다로 65-69세 고령자 50%가 넘게 취업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자가 전체 취업자의 25.1%를 차지한다. 고령자 여성이 전인구의 32%, 남성이 26%를 차지한다. 2040년에는 총인구 35.3%를 고령자가 차지한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d556f809cc310b0aa9d25cb48ada3000e64e9f2c). 일본에서 고령자가 일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1470d0c60043df73e20a58e345106416970faf5). 2년 사이에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고령자가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연금은 더욱 줄 것이기에 고령자가 되어도 생활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고령자는 그나마 다행이다. 

 

주위에서 보면 퇴직하고 나서 다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다른 고용형태로 일하는 방식이다. 나이를 먹고 언제까지나 일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가능한 일을 계속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쭉 일만 했기 때문에 다른 취미도 없고 일을 못하면 그 사람 자신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다 커서 집에서 나가면 집에는 부부만 남는데 퇴직해서 집에 있으면 서로가 힘들다는 것도 있다. 여성들은 집에서 지내거나 다른 취미활동도 왕성히 하지만 주로 일만 했던 남성들은 퇴직 이후 사회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집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 가능하면 밖에서 일하고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직한 이후에는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주된 코스가 된다. 이전에는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쉽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도 생활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이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라이프 코스가 된 경향이 있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일하기 위해 태어났고 취직했으면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인간적인 삶을 추구한다기보다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이다.

 

현재 고령자 세대는 괜찮은 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고령자의 극단적인 양극화로 빈곤이 심각하다. 왜냐하면 친한 이웃처럼 경제적인 걱정이 전혀 없는 사람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부자가 아니라면 여성의 경우,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편의 연금이 주된 수입이 된다. 일본에서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다. 고령자가 아닌 현재 일하는 사람들 수입을 보면 연봉 200만 엔 이하가 약 40%나 차지한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노후에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https://news.yahoo.co.jp/articles/90060674d577dda2ffbdd66be7252e726fd2fc3c). 연금에는 크게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과 농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으로 나눠진다. 후생연금은 좋은 편이지만 국민연금은 많지가 않다. 노후에 국민연금으로만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국민연금밖에 없으니까,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고령자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고령자의 빈곤에 대해 화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빈곤에 대해 화제가 되는 일조차 없기에 마치 일본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령자 빈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시되지도 않는 슬픈 현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