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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짜증나는 시스템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13도, 최저기온 11도로 겨울과 같은 기온으로 매우 추운 날씨이다. 어제도 최고기온 14도로 추웠다. 내일은 최고기온 23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틀 전에는 최고기온 30도로 아주 더운 날씨였다. 날씨 변화가 너무 드라마틱해서 감기 걸리기 안성맞춤인 것 같다. 어제 서둘러 담요를 두 장 꺼내서 덮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추워서 잠을 깨거나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어제부터 비가 와서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집에 있으면서도 추워서 무릎에 얇은 담요를 두르고 있다. 아직 10월 초순인데, 아니 이틀 전까지만 해도 최고기온이 30도였는데 기온의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라서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 그야말로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이번 주 화요일까지 거의 3년 만에 후다닥 서울에 다녀왔다. 9월 25일에 비행기표를 예약해서 29일에 간 것이다. 갑자기 서울에 간 이유는 지금 하는 일이 바빠져서 당분간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또 하나 결정적 이유는 비행기표를 검색했더니 10월부터 비행기표 가격이 2배로 뛰고 있었다. 그래서 검색하다가 급하게 일정을 정해서 가게 되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리타공항까지 멀기에 비행기 출발시간이 이른 오후 정도가 좋다. 그런데 아침 9시가 넘은 시간에 전철을 탔는데 출근시간대에 전철을 탄 것처럼 붐비고 있어서 놀랐다. 전철에 탄 사람들을 보면 거진 다 출근하는 사람들인데 출근시간이 10시까지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공항에 갈 때는 미리 전철 시간을 검색해서 메모했기에 다행이었다. 

 

공항에 도착하기 전 편의점에 들러서 과자를 사려고 봤더니 4군데나 들러도 내가 사고 싶은 과자가 없었다. 마지막 나리타공항 로손에 내가 찾는 과자가 있어서 있는 걸 전부 사고 말았다. 보통 근처 마트에서 사는 가격의  2배나 되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기 전날 선물을 사려고 평소에 가는 가게에 갔다. 살만한 물건이 있었는데 보기에 초라한 느낌이라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집에서 평소에 준비했던 걸 넣고 공항에서 선물용 과자를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과자를 살 수가 없었다.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공항에 다녔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사람이 드문드문 몇 방울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탑승 수속을 하기 전에 괜찮은 과자를 사려고 봤지만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열린 곳이 몇 군데밖에 없었다. 그런 가게에서 파는 과자는 종류도 적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것뿐이다. 탑승수속을 하는 곳도 거진 전기가 다 꺼진 것처럼 어둡고 유일하게 전기가 켜진 곳이 한국행 비행기 카운터뿐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현관인 나리타공항이 이 정도라는 걸 상상도 못 했다. 왜냐하면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해외에서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에 나리타공항에서 본 광경과 전혀 맞지 않았다. 이건 거의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코로나가 소리 없는 전쟁이었는지 모르겠다. 탑승수속을 하는 카운터에만 불이 켜진 건 전기세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공항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있다는 건 아직 공항이 본격적인 재개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내가 본 나리타공항 풍경을 말했더니 한국에서 만난 지인이나 주위 사람들, 일본에서 보는 사람들도 다 같은 반응이었다. 한국에서는 일본에 여행 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줄 알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줄 알고 있었다. 양 쪽에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매우 달랐다. 아마,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관광객이 는다면 비자가 필요 없는 10월 11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https://news.yahoo.co.jp/articles/edec65177ffbfc8ebb487ae0656184f28c740450). 일본 정부는 10월 11일부터 이전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나라에서는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고 입국자 상한선 철폐, 금지했던 개인여행도 할 수 있게 풀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본으로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아직은 운항하는 비행기 편수가 적기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가 없다. 일본에서 엔저라고 관광객이 와서 돈을 많이 쓸 것이라고 하는데 환율을 보면 한국도 만만치 않게 내려간 상태이다. 한국과 일본만 비교하면 한국돈이 상대적으로 좀 높아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마침 비행기 시간도 안성맞춤이고 일본과 한국이라면 비행시간도 길지 않기에 저가항공을 이용해도 불편한 점이 별로 없다.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에서는 수화물도 부칠 수 있었고 스낵도 나왔다. 대한항공과 코드셰어 편이라서 그런지 다른 외국인 승객도 좀 있었다. 나리타로 오는 편에서는 둘 다 없었다. 인천행 비행기를 타서 봤더니 승객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성이 3:2 정도로 많았다. 좌석 뒤편에 일본에서 타는 승객들을 몰아넣는 모양으로 옆에 앉은 사람도 20대와 30대 일본 여성이었다. 국적으로 보면 한국인이 3:2에 일본인과 다른 외국인이 탔다. 입국 수속을 할 때 다른 외국인이 없는 걸 보면 그들은 일본이 목적지가 아니라 환승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모양이다. 

 

 

코로나 이후 발목이 묶였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가는데 아직도 양쪽에서 코로나 방역에 관계된 수속이나 서류, PCR 검사가 필요하다. 우선, 한국 입국 시 필요한 Q코드는 컴퓨터로 입력했더니 1분에 끝났다. 정말로 간단히 아무것도 아니게 끝났다. 입국해서 24시간 이내에 받아야 한다는 PCR 검사는 공항에서 받지 않고 동생네 동네에서 받기로 했다. 가기 전에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서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가깝다는 보건소가 그리 가깝지는 않아서 택시를 타고 가서 보건소에 갔더니 체육관 앞마당에서 한다는 안내를 받아 그 동네에 살지 않는 나로서는 화가 났지만 그래도 금방 간단히 끝났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 수속하거나 서류를 받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다. 일본에서 입국 시 3회 백신을 맞았다는 접종증명서가 있으면 출발 72시간 전에 PCR 검사를 받고 음성 증명서가 없어도 된다. 다른 지인들이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와서 필요한 서류나 절차에 대해 문의했다. 동경 도심에 사는 지인과 교외에 사는 지인도 지역 보건소에 가면 접종증명서를 바로 그 자리에서 해준다고 들었다. 비행기표를 사고 바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발급하는 백신 접종증명서에 관해 검색했더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정부에서 마이넘버 카드 발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보급률이 50%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사실상 생활에서 마이넘버 카드가 필요하지 않기에 발급받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마이넘버 카드가 있고 그 카드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면 자신이 신청해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편의점에서 마이넘버 카드를 사용해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는 접종증명서 발급 신청을 우편으로만 접수하며 발급에는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접종증명서 받는 걸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마이넘버 카드를 만들라고 공동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날 다른 지인들과 만났더니 한국에서 일본 입국에 필요한 PCR 검사를 하려면 연휴에 지정된 병원에 가야 하고 비용도 들고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에서 MySOS라는 앱에 등록하고 접종증명서를 받아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건소에 가서 부탁하면 해줄 것이라면서 MySOS를 다운로드해서 등록하는 걸 도와줬다. 화요일 아침에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보건소에 갔는데 우편으로만 서류를 접수받는다. 접종증명서를 해줄 수 없다고 버틴다. 나는 아침부터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갔는데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다 담당 직원이 후생성 홈페이지를 검색하더니 백신 접종을 3회 받았다는 서류가 있으면 접종증명서가 없어도 일본 입국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탈 때 확인하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그건 자기가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한다. 접종증명서가 없어도 일본 입국 시 문제가 없다면 그 말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담당자 이름을 알려달라고 나리타공항에서 혹시 문제가 생기면 보건소에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확인했으니까, 그걸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담당자 이름을 받았다. 그랬더니 태도가 바뀌면서 내일까지 접종증명서를 받을 수 있게 한다고 편의점에 가서 레터 팩을 사 오라고 한다. 아이고, 그야말로 장인들이 큐알코드를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없으니 그 자리에서 금방 발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냥 편의점에 가서 레터 팩을 사서 접수했다. 보건소 대응이 없는 병도 생기게 하는 걸 보면 얘네들도 정상이 아니다. 아주 시민을 이지메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태도이다. 

 

레터 팩도 예정된 시간에 배달이 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우체국에 전화해서 배달이 된다는 걸 확인했더니 다음날 밤에 도착해서 어찌어찌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에 접종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동경에 사는데 회사 일로 해외 출장 가는 사람도 적지 않을 텐데 이런 식의 행정은 이지메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일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심정이 아니면 암에 걸린다. 나는 이미 암에 걸렸지만 말이다. 

 

문제는 MySOS였다. 한국에 가기 전에 여권을 찍어서 올리면 심사해서 등록했다고 나오는 것까지 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귀국 편 비행기와 여권정보 등을 등록하는 걸 몇십 번 반복해서 했는지 모른다. 등록하는 방법도 영어와 일본어로 몇 번이나 확인했다. 하기 전에 검색 이력을 전부 지우라는 것도 다 했는데 며칠 동안 했지만 등록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날 잡고 몇 시간이나 씨름해도 되지 않았을 때는 복사가 아닌 정규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력으로는 부족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 잠을 설칠 정도였다. 일본의 시스템은 원래 시스템 설계가 잘못되어도 사용자가 멍청해서, 능력이 부족해서 쓰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본 사람 중에 박사까지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력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앱에 제대로 등록도 할 수 없다는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결국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등록을 완료하는 걸 포기했다. 접종증명서가 있으니까,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입국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정작 나리타에 도착해서 봤더니 큐알코드를 스크린숏으로 보존하라고 나왔는데, 그게 안된다고 큐알코드가 나온 화면을 보이라고 한다. 나는 눈을 감아도 할 정도로 익숙해서 금방 보였다. 접종증명서를 보여서 바로 나왔다. 다른 외국인,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한 군데 모여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 같았다. 짐도 맡기지 않아서 빨리 나와도 공항을 나오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오는 전철을 검색하는데 휴대폰으로 1시간이 걸려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같은 휴대폰으로 한국에서 쓸 때는 아무 문제없이 바로바로 나와서 불편함이 없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많은 불편함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검색하는 동안에도 전철을 타고 있었지만 빠르게 집으로 오는 걸 검색할 수가 없어서 결국 집에 도착한 것은 나리타공항에 착륙해서  4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도착해 기진맥진해서 진이 빠지고 말았다. 공항에서 오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라, 전철을 검색하는데 검색도 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다. 

 

일본에 오래 살아서 그들의 시스템을 숙지하고 있는 나에게도 짜증 나는 시스템에 부딪히면 바보 멍청이가 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들 뇌구조는 사람들을 학대하거나 이지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장착된 것이 아닐까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보통 인내력을 가지고는 쓸 수 없는 시스템이 이상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로 나처럼 한국의 Q코드와 비교하는 사람 정도다. 다른 사람들은 일본 시스템이라 그렇겠거니 하기에 터무니없이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일본 시스템에 딴지를 걸고 불평불만하는 걸로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