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아주 스펙터클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강한 바람과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이 정도 날씨면 학교가 휴강을 하지 않을까, 전철이 운행 중지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대학 홈페이지와 철도 운행상황을 확인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학교에 가기 전에 날씨 때문에 휴강이 될까 싶어서 대학 홈페이지를 확인한 적이 없었다. 그럴 정도로 강풍에 폭우가 대단했다. 큼직한 비닐우산을 쓰고 나갔더니 우산살이 순식간에 휘어지고 말았다. 역까지 가는 사이에 우산이 박살 날줄 알았다. 역까지 가는 사이에 목에 맨 스카프가 바람 때문에 얼굴을 때린다. 역까지 가는 사이에 옷도 발도 젖고 말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전철이 연착한다.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 한바탕 난리를 쳤다.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는 데도 유리창에 비가 하늘에서 샤워기로 장난이라고 치는 것처럼 상상을 초월하게 내린다. 비가 옆으로 오기도 하고 빙빙 돌면서 오기도 해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마치 워터쇼라도 하는 것 같았다. 선생들이 이런 날씨라서 학생이 적어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점심시간에는 오후부터 수업이 있는 동료가 온다. 강풍과 호우 경보가 내린 날씨에 왜 휴강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동료는 아침에 버스를 45분이나 기다렸다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쫄딱 젖고 말았다면서 학교에 오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동경에서는 학교에 따라 휴강을 하기도 했단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이런 날씨에는 휴강을 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3교시가 끝나서 집에 오는 시간에는 비가 멈췄다. 낮처럼 강풍에 폭우가 내리면 집에 오지 못하고 학교에서 자야 할 것 같았다.
지난주 후반은 수요일에 있었던 마감에 맞추느라고 그동안 긴장을 했던 탓에 피로가 몰려와서 쉬었다. 주말에는 5.18 기념식과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행사를 보면서 지냈다. 5.18에 대해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서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한편, 5.18을 폄훼하는 망언(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정치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자유 한국당 대표와 원내 대표는 국회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서 장외에서 '민생 투쟁 대장정'을 한다고 연일 활약상을 보도하고 있다. 국회에서 밀린 일을 하는 것이 민생과 직결된 것일 텐데, 강원도에서 산불이 나 이재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장외에서 이름만 '민생 투쟁 대장정'을 하면 안 될 텐데. 하루라도 빨리 생활을 재건해야 하는 이재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그들에게는 이재민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그들이 하는 것이 어떻게 '민생 투쟁 대장정'이 되는지, 먹물을 많이 먹었다는 내 머리로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선을 향한 선거운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내 시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재미있고 가벼운 걸 쓰기로 했다. 일본 여성들이 말하는, 여성편에서 말하는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어른 보건실'이라는 책에 부제로 '섹스와 격투하는 여성들'이라고 붙어 있다. 여성들이 '섹스'에 대한 것을 신문에 투고한 내용과 그 내용에 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나 보다. 여성이 신문에 투고한 '섹스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남편은 이미 장사를 접었다'는 제목의 에피소드다. 여중고를 졸업 단대를 나와서 24살에 중매로 결혼할 때 '처녀'였다. 상대는 10살 위 결혼한 지 얼마 후에 임신해서, 아이를 혼자 키워낸 50대 주부는 8년간 (섹스가) 없었다. 남편은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영어도 잘한다. 그러나, 성생활 경험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어쨌든 아프다. 그래도 내 탓이겠거니 하고 부부생활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했다. 출산후에는 1년에 한 번이나 2년에 한 번이다가 42살이 마지막이었다. 레이스가 달린 속옷이나 유카타를 입고 어필했을 때, 남편으로 부터 "너는 변태냐"는 말만 들었다. 40대 중반에는 생각다 못해 목욕 후에 알몸으로 남편 침대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남편이 내동댕이 치더라. "나는 이미 장사를 접었다" 면서. 그렇게 싫다는데 더이상 하려면 남편을 '정신적 강간'하게 된다. (남편과 섹스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이 남편에 대한 마지막 애정. 내 여성성은 관에 넣어 못을 박고 말았다.
다음 에피소드를 소개 한다. 결혼 12년째, 39살. 아들을 두 명 키우면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원래 담백한 편이었지만, 8살 위 남편과 결혼해 출산을 계기로 섹스리스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전혀 '섹스'가 없었다는 걸 안 것은 아래 아이 모유수유가 끝난 3년 전이다. 조금 여유가 생기고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그래서 작심하고 남편에게 말을 했다. "너무 없는 게 아닐까, 나는 외로운데" 했더니, 남편도 "나도 마찬가지야" 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주위 엄마들 얘기를 들으면 애들을 재우고 난 후, 남편이 돌아오면 다시 깨어나, 부부가 대화를 나누면서 어른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나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 요새 여성용 성인 사이트를 보니까, 자극적이었다. 섹스에 대한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과 다시 사이가 좋아질까. 남편은 연령적으로 어려워진 것일까. 여성으로서 노력하면 다시 그런 기분이 되살아 날까, 남편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있는 걸까?
'섹스리스'에 대해 동성혼을 한 남성 변호사인 전문가(?)가 말하길, 좋은 '섹스리스'와 나쁜 '섹스리스'가 있다고 한다. 먼저 좋은 '섹스리스'는 애정교환이 삽입과는 다르다.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말이나, 배려, 스킨십은 넓은 의미에서 '섹스'라고 한다. 그러니까, '섹스리스'는 불행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밤늦을 때 파트너가 차로 마중을 온다던지,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생선, 맛있겠다"라고 하면, 저녁에 신선한 생선 반찬이 올라온다. 서로 소중하게 여긴다면서, 내가 상대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을까 항상 생각한다. 나쁜 '섹스리스'는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없다. 부인이 이혼을 하자고 하면, 남편이 갑자기 '섹스'하자고 달려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섹스'로 부부간의 불만이 해소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섹스'는 행위 자체로 행복하게 되는 마법이 아니다. '섹스'가 아니어도 서로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남성은 '섹스'와 사정에서 벗어나서 생각하길 바란다. 자신 위주가 아닌 둘의 시간을 즐기는 쪽으로 생각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조언을 한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섹스리스'는 심각한 모양이다. 2016년 일본 가족협회가 조사한 기혼자 16-49세 남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달에 한 번도 성교섭이 없는 걸 '섹스리스'로 간주해서 47.2%라고 한다. 남녀에 차가 없다. '섹스리스'가 가장 높은 세대는 45-49세였다고 한다. 남녀별로 그 이유를 보면, 여성은 '귀찮아서'가 22%, '출산 후' 20%, '일로 피곤하다'가 17%의 순이다. 남성은 '일로 피곤하다'가 35%로 가장 높다. 역시 '장시간 노동'은 모든 악의 근원인 것 같다. 다음은 '가족(육친) 같아서' 12%, '출산 후'12%의 순이다. 다음은 '섹스리스'와 '불륜'에 대해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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