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갑자기 더위가 몰려왔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최고기온이 33도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직, 5월 하순인데 33도라니? 오후에 확인했더니, 32도였다. 한여름 기온이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0도로 가파르게 상승해서 현기증이 났다.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어제는 학교에서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서 강의하기 전에 보건실에 전화하고 말았다. 보건실에서 전화대응이 친절하지 않아, 만약의 경우라도 보건실에 가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지난 화요일에 수업 중에 남학생이 쓰러질 것 같아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수업이 끝나기 전에 보건실에 가서 쉬라고 보냈다. 날씨 때문에 학생이나, 나도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심정이다. 어제는 다행히도 쓰러지는 일이 없이 무사히 수업을 마쳤다. 어제 예보로는 분명히 오늘도 최고기온이 30도라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33도, 아이고 오늘도 무사히 지내는 걸 목표로 해야겠구나 싶었다. 아직 여름옷을 내놓지 않아서, 내일이라도 정리해야 한다. 오늘 조금씩, 정리를 시작했다. 봄 이불 세팅을 아래만 바꿔서 빨아서 집어넣고 더 이상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도 빨아서 벽장에 넣었다. 이중 커튼도 하나를 떼어냈다. 침대 세팅을 좀 가볍게 바꿨다. 내일은 겨울옷을 집어넣고 여름옷을 벽장 속 상자에서 꺼내야지. 방에 깔고 있는 카펫도 걷어내 빨아서 벽장에 넣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우면 힘쓰는 일을 하는 게 힘들다. 오늘도 베란다를 씻고 몇 번이나 물을 뿌렸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주말이라고 맛있는 걸 만들어 먹으면서 지냈다. 아침에는 흰색과 보라색 아스파라거스를 마늘을 넣어서 볶아 먹었다. 점심에는 빵과 카레를 먹고, 저녁에는 머슈롬을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아서 소면과 레터스에 싸서 먹었다. 머슈롬 볶은 것에는 레몬을 뿌려야 맛있는데, 레몬이 없어서 그냥 먹었다. 머슈롬을 볶아서 먹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요새 집중적으로 먹는 것은 토마토라, 매 끼니마다 토마토를 먹고 있다.
어제, 미국인 동료와 옆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한국에서는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각지에서 추도행사가 있었고 23일이 기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추도했고 특별한 감상에 젖어서 슬퍼했다. 미국에서도 부시 전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오셨다. 한국에서도 부시 전대통령이 오신다는 것이 의외였지만, 초상화까지 그려서 들고 오실만한 관계였나 보다고 인식을 새롭게 했다. 그랬더니, 미국인 동료가 일본에서는 전혀 그런 뉴스가 없었다고, 일본에서는 왜 보도를 하지 않았을까? 나에게 물었다. 나는 혹시 일본에서 질투하거나, 싫은 것이 아닐까?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동아시아 연구를 하는 일본인 동료에게 물었다. 한국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무시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미국 전대통령에 대한 것은 보도할만한 뉴스가 아니냐고 했다. 그 일본인 동료도 전혀 몰라서 문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 다시 물어볼 예정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구글에 검색했더니, 며칠 전 야후 뉴스에 부시 전 대통령이 오면 청와대에서 접견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것과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겨레 일본어판 뉴스와 또 다른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가 나왔다. 다시 한번 검색했더니, 부시 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한 것도 마이니치와 쥬니치에도 단신으로 실렸다. 일본 주류 매스컴이 아베정권 눈치를 보느라고, 기사를 못냈나? 한국에서 주류 매스컴과 많은 기자가 시민에게 '기레기'라고 욕을 먹는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매스컴의 보도에 대한 비판을 보기가 드물다. 매스컴의 보도를 비판없이 받아 들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미국인 동료는 국적은 미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 일본인이기도 하다. 부시 전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알지 못할 정도로 뉴스가 전해지지 않았다.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 부시 전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뉴스에 쓴 댓글을 다 읽었다. 댓글이 온통 '헤이트 스피치'라서 다시 한번 현재 일본 사회가 어떤지 어림짐작을 했다. 내용을 소개하면, 트럼트 대통령이 상대 해주지 않으니까, 지금 미국 현직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고 부시 대통령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진 것이 아니냐. 부시 전대통령은 2분 이상 상대를 해줄까. 한국은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걸 모른다. 부시 전대통령을 얼마나 주고 불러왔을까 등이었다.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학생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참고로 하는 한국 신문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일본어판인 모양이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만 읽으면 한국의 상황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온 댓글이 '헤이트 스피치' 밖에 없다는 것은 현재 일본 사회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외무상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일본의 문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 일본이야 말로 삼권분립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권력이 총리에게 집중되어 있다. 나는 신문에서 고노 외무상의 발언을 보고,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이해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현재 아베 정권에서는 한국과 '건전하고 상식적인 관계'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뒤돌아 보면 한국과 일본이 '건전하고 상식적인 관계'였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일본을 한국의 자유 한국당과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자유 한국당 같은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아베정권은 그동안 했던 노골적인 '북한 때리기'를 표면적으로 멈춘 인상이다. '중국 때리기'도 멈추고 관계개선을 하려고 한다. 북한과 중국을 향했던 '혐오'의 에너지까지 동원해서 '한국(문재인 정권) 때리기'에 정권의 생명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아베정권 유지에 '한국 때리기'는 자유한국당에게 '북한'같은 존재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요인이다.
자유 한국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한국을 망하게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이 아닌, 일방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유 한국당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그들이 정권을 잡는 길밖에 없다. 즉, 국민을 향해 '헤이트 스피치'나 하는 황교안 씨나, 나경원 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며, 국민이 자유 한국당에 굴복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요구가 무엇이든, 한국이 굴복해서 자신들 요구를 들어야 한다는 자세다. 자유 한국당을 보면 일본 정부, 현 정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가 통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했던 말도 뒤집고 상대방에게 덤터기 씌우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자유 한국당이 국민을 앞세우지만, 그들의 본심이 결코 국가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 사리사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과 맥락이 같다. 자유 한국당은 국민을 개돼지나, 노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걸로 비친다. 아마, 일본 정부는 한국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 그 이하로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은 매스컴 보도를 보면 나쁜 일이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너무나도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서 실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걸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다. 미국인 동료도 나에게 "소비세를 올릴 수 있을까?" "올림픽 이후 일본 경제가 상상이 안된다"라고 한다. '소비세'가 올라가면 경기가 침체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실은, 2014년 4월 '소비세'가 5%에서 8%로 올랐을 때, 심각한 영향이 있었다. 매스컴에서는 거의 보도가 없었지만, 힘들게 버티던 영세 자영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많이 도산했다. 기업을 하는 사람에게서 주변의 상황을 들었다. 이번에 10%로 올리면서 카드를 쓰면 혜택을 준다는 등, 마치 '소비세'가 올라가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소비세'는 오를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카드결제에 필요한 기기를 사는 것도 부담이라서, 이번 기회에 장사를 접는 사람들이 꽤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라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매스컴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걸 알기에 목소리 조차 낼 수가 없다. 매스컴에서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기가 어렵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심각해져 갈 뿐이다. 만약에 '소비세'를 올리지 못한다면,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소비세' 인상후 여파가 무서워서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세'만이 아니라, 다른 세금도 올랐다. 하지만, 매스컴에 기사가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다.
나는 주위에서 아베 정권이 끝나면 일본이 어떻게 될까? 아베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아베 정권이 끝나지 않으면 된다고 대답한다. 일본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나는 아베 정권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한다. 아베 정권이 끝난다고 해서 일본이 '정상적'인 괘도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구축된 견고해진 '극우' 성향은 일본의 '스탠더드'가 되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극우'라서 그런 경향은 아베 정권이 끝나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끝나는 걸 상상할 수도 없다. 자민당을 대체해서 정권을 잡을 당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베 총리 이외에 총리가 될만한 정치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어릴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박정희가 대통령이었다. 나는 어려서 정치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아무리 선거를 해도 박정희가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할 것 같았다. 박정희 이외에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 결국,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하더라. 그는 더 오래 살았으면 더 오래 대통령을 했겠지. 그 시대에 '독재'라는 말을 들어도 '독재'의 뜻을 몰랐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되어서야, '독재'가 무엇인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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