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덥근한 날

2013/06/19 후지덥근한 날

 

오늘 동경 날씨는 후지덥근했다.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는 데 비는 오지 않고 후지덥근한 체 날이 저물고 말았다.

 

오늘은 500명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어젯밤과 그 전날 밤 모기가 있어서 잠을 설쳤다. 이웃에 밤 12시가 지나서 시끄러운 오토바이를 타고 붕붕거리는 사람이 있다. 무더운 여름밤 겨우 잠이 들려는 데, 시끄럽게 오토바이를 타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지 모르겠다. 아직 모기향을 피우기는 이른 것 같아 모기향을 피우지 않고 잤다. 모기향을 피우면 이튿날 아침 일어나면 몸에서 훈제돼지 냄새가 난다. 훈제 돼지가 안되려고 모기향을 피우지 않고 저항하다 보니 모기에 물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미련한 모기 중에는 내 피를 너무 많이 빨아먹어서 몸이 무거워 날지 못하는 것도 있다. 잠자는 내 손에 모기가 죽어서 피가 묻었다. 공포영화도 아니고 잠이 깼다 들었다 선잠을 잤다. 모기의 공격 때문에 이틀 밤 잠을 설쳐서 다리가 후들거린다. 

 

날씨가 후덥지근한 데, 비가 올까 봐 흰옷을 못 입겠다. 요새 원피스의 편리함을 느낀다. 아주 얇은 검정 원피스에 선명한 블루 원피스를 겹쳐 입었다. 목걸이도 선명한 블루 헝겊으로 길게 하고 초록색도 겹쳐서 했다. 수업에 관한 점검은 학교에 가는 전철을 타고 앉아서 한다.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 비가 올까 봐 얼른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학생들이 쓴 감상문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 16일에 신오쿠보에서 있었던 자이토쿠카이(재특회) 데모에 대해서 썼다. 일본 사람들은 왜 이웃나라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하느냐고, 한국 축구 감독에 관한 것 들도 있다. 수업내용과 상관이 없는 데, 왜 이런 걸 쓰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다, 내가 인종차별을 하면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을 함으로서 자신들의 결속이 강해진다고 인종차별이 필요하다는 예로 나치를 들었다. 이게 정말로 명문대학에서 사회학을 배우는 학생인지, 약간 이상한 중학생인지 한심하다. 후지덥근 한 날 열 받아서 속이 뒤집힌다. 지금까지 수업을 해도 포기한 수업은 없었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지고 수업을 해왔는 데, 어떻게 이수업은 전혀 자신이 없다. 내 생애 최초의 좌절, 포기 수업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대책이 없다. 힘이 빠진다.

 

집에 오는 길에 역 근처에서 가게와 마트에 들러서 식료품을 샀다. 가게에서 유기농 오이와 와인병 오프너를 샀다. 마트에서 좋아하는 크리미 한 두부와 오징어 두 마리, 당근을 샀다. 두 번째 마트에서 브리치즈를 두 개, 양배추 반쪽, 양송이가 싸서 네 봉지를 샀다. 집에 도착하니 3시 가깝다. 우선 브리치즈를 꺼내서 뜯어먹으면서 양송이를 한 봉지 구웠다. 그리고 햄버거 스테이크 두 개에 토마토 통조림을 넣어서 끓였다. 화가 나니 뭔가를 먹어야겠다.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인 햄버거 스테이크를 두 개나 먹었더니 너무 배가 부르다. 오늘 입었던 옷을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기분이 찝찝할 때 손빨래를 하면 기분이 풀린다. 그러고 나서 저녁 산책에 나섰다. 배가 너무 불러서 산책을 해서 소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와서 야채주스를 만들어 저녁으로 마셨다. 후지덥근 한 날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