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8 일본, 여성과 권위 1
오늘 동경은 한밤중에 태풍이 지나간다고 한다. 태풍이 온다고 이틀 전부터 기온도 내려가고 비가 오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가 온다니 태풍이 몰고 오는 비라고 해도 반갑기 그지없다. 어제까지 도서관에 갔지만 오늘은 조용히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동안 뜨던 뜨개질을 앞과 뒤를 맞추고 소매를 짜고 목을 짰다. 거진 완성했지만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있다.
어제도 날씨가 선선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기분은 좋은데 몸이 아주 노곤하다. 너무 급격한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늘 집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 앞에 작은 숲이 많이 일렁였다. 세찬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서 숲이 많이 흔들리는데 내 창밖의 큰 느티나무는 미동도 없이 비도 안 온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 따로 있는 것인지 밤이 깊어지면서 바람이 더 강해지고 비도 오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 태풍이 지나간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면 다시 기온이 올라가 폭염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잠시라도 폭염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설사 태풍이라고 해도 고맙게 느껴진다. 단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요즘 일본에서 계속 보도하고 있는 뉴스가 두 개 있다. 둘 다 여성과 관련된 것이다.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생각했더니 여성과 권위에 관련된 것이었다.
하나는 아베 총리의 총애를 받고 있는 스기타 미오 의원이 LGBT, 즉 성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지원이 넘친다고 성소수자에게 세금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일본에서 솔직히 LGBT에 대한 지원이라는 것이 있다고 할 수가 없다. 있지도 않은 성소수자에 대한 지원을 넘친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 성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고 사회적 약자를 공격했다. 일본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할 수가 없지만 한국보다는 이해가 있는 편이다. 근래 급격히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로 자민당의 남성 정치가가 여성에 대해서 아이를 낳는 도구에 비교하는 등 정치가로서는 소수 고령화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의 그런 무신경한 발언에 대해 국민이나 여성들이 용인 할 수가 없어서 자주 문제가 되었다. 이번 스기타 의원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생산성이 없다는 것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발언이 여성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크다. 지금까지는 나이를 먹은 남성이라서 그런 무신경한 발언을 하는구나 여기는 면도 있었지만, 이번 스기타 의원은 여성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꼭 여성에게 이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대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일본에서 스기타 의원이 반발을 사고 있는 이유는 크게 나누면 둘이다. 하나는 아베 총리의 총애를 받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아베 총리의 총애를 받은 여성들은 하나 같이 국민들의 반발, 특히 여성들의 반발을 사는데 일조한다. 아베 총리께서 그런 타입의 여성을 선호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총리의 취향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아베 정권의 여성관을 대변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화가 나는 것이다. 스기타 의원을 향한 반발은 아베 총리와 아베 정권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남성 보다 여성이 성소수자에 대해 친화적이다. 여성이 사회적약자이고 성소수자 역시 사회적 약자인 것이다. 사회적약자가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약자를 차별하는 것은 참 비겁한 일이다. 여성의원이 성소수자를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격한다는 것을 용인할 수가 없다. 스기타의원이 비난을 받는 것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서라기보다 사회가 건전하게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출산율도 낮다. 일본에서 생애 미혼율이 점점 높아져 간다. 남성의 생애 미혼율이 높다고 문제시하고 있지만 여성의 생애 미혼율도 높다. 거기에 결혼한 기혼여성 28%가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낳지 않는다고 한다. 스기타 의원의 발언은 우생학적 측면도 담겨 있어 위험하다. 동시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여성이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이가 없는 여성들과 가족들 가슴을 후벼 파는 발언이다. 세금면에서 보면 LGBT를 포함한 독신이 더 많이 내고 부양가족으로 사는 전업주부가 가장 부담이 적다. 지금은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남편 수입이 적어서 전업주부가 될 수가 없다.
스기타 의원에 대해 국민을 가축 취급한다며 반발한다. 국민을 생산성을 기준으로 본다는 자체가 기본적인 인권문제다. 자민당 의원은 문제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떠들 일이 아니라는 등 스기타 의원에게 주의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떠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성소수자라고 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간이라도 이전 결혼했던 상대와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동성커플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결혼을 안 할 수도 있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가질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일 수도 동성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영역에는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간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에서 성소수자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의한 것이다.
스기타 의원이라는 여성으로서 권위가 있는 정치가가 세력을 등에 업고 성소수자라는 사회적 약자를 공격한다는 것, 일본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걸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민당 의원들이 스기타 의원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스기타 의원이 아베 총리의 총애를 받는다고 하는데, 일본 '극우'의 아이돌이라고도 한다. 아베 총리와 '극우'는 취향이 비슷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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