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4 혐오, 헤이트 스피치의 위력 3
오늘 동경은 다시 35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였다. 오후에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더니 기온이 확 내려간 느낌이다. 날씨가 더워서 비가 오는 것이 반갑다. 오늘도 느지막히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가 저녁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 읽은 책은 동경대 출신 여성과 일본의 학력차, 대졸자와 대졸자가 아닌 사람들의 라이프코스 격차에 관한 것이었다. 이 내용에 대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블로그에 쓸지도 몰라서 필요한 부분은 사진을 찍었다. 다른 책들도 봤지만 특히 소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어린이 빈곤과 여성의 빈곤에 대한 책도 빌렸다.
일본의 '혐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내용을 계속 쓰기로 하자. 재특회의 '혐한 데모'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행해졌다. 북해도에서 데모를 본 일본 국회의원이 쓴 내용에 여성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여러분, 안녕하세요. 폐품 회수하러 왔습니다. 불필요한 남조센징, 썩은 조센징 등 있으면 알려 주세요. 어떤 상태라도 처분하겠습니다. 도둑, 매춘부, 스토커, 어떤 조센징이라도 됩니다. 산 채라도 좋습니다. 편하게 알려 주세요" 그걸 들은 국회의원은 '혐오감'을 느끼고 만다. "여러분, 왼쪽을 봐주세요. 일본을 공격하는 악의 조직, 재삿포로한국총영사관이 보입니다. 여러분, 갑시다. 배설물을 화장실에서 처리하는 걸 가르쳐준 은혜를 원수로 갑다니. 은혜를 모르고, 수치를 모르는 조센징들을 똥물에 튀겨라" 이것도 같은 여성이 한 것이다. 현장 분위기는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재특회는 아베 정권과 인연이 깊다. 재특회가 발족한 것은 제1차 아베 정권이었던 2006년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시기를 같이 한다. 재특회의 차별, '혐한 데모'가 활성화한 것은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돌아온 제2차 아베 정권이 시작된 2012년 12월부터라고 한다. 아베 내각에서 몇 명이나 재특회 회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이슈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다. 재특회는 아베 정권이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여긴다. 일본 정계가 위험한 수위를 훨씬 지난 우경화가 되었다. 자민당만이 아니라, 일본유신회는 양아치스러움이 더해진 과격한 정당이었다. 이런 정치/ 시대적 배경이 재특회를 활약하게 한 것이다. 그들은 전쟁시대에 쓰던 '비국민', '매국노'라는 말이 온라인만이 아니라,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던진다. 과격한 말이다.
재특회의 '혐한 데모'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옹호한 것은 아베 총리를 비롯해서 정치 평론가, 문화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할 의사가 없었다.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라고 유엔에서 10년 전부터 권고가 있었지만 "현재 일본이 인종차별 사상이 유포되거나 인종차별 선동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2013년 1월 정부 공식 견해였다. 거짓말이다. 교토 조선 초급학교가 재특회에 의해 공격을 당한 것이 2009년 12월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났다. 차별 사상의 유포와 선동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베 총리가 2013년 8월 호 '문예춘추'에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씨와 대담을 소개한다. 재특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온라인만이 아니라, 신오쿠보에서 '혐한 데모'를 하는 단체도 있다. 수상으로서 어떤 대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헌법에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양심을 믿고 자주적으로 그런 행위가 없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중략- 주장하는 의견 내용과 관계없이 예의에 어긋하는 행동에 찬동하는 사람 수는 자연적으로 줄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참으로 품위 있는 말로 '헤이트 스피치'하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느낌이 든다.
2013년 5월에 행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앙케트 조사'를 했다. 717명 의원 중 회답을 한 것은 46명으로 회답률 겨우 6.1%였다. 자민당은 단지 3명으로 0.8%였다. 조사는 질문지만 보낸 것이 아니라, 의원 사무실에 전화해서 협력을 요청했지만 이 정도 회답률이었던 것이다. 일본 정부와 정치가들에게 '차별'문제는 어떤 내용이든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혐한 데모'와 '헤이트 스피치'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정부 홈페이지에 실어서 자국민에게 주의하라고 알렸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많은 인종차별이 일상적으로 있지만, 일본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서 모를 뿐이다. 예를 들어 욱일기에 대해서도 전혀 무신경하게 쓴다. 하긴 '혐한 데모'에서 나치당의 심볼을 들고 나올 정도다. 그래도 일본에서 '인종차별이 없고 '헤이트 스피치'는 '표현의 자유'라고 우겼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참고한 책은 '한국 민단 중앙본부'가 엮은 것으로 한국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혐한'과 '헤이트 스피치'에 의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 한국에서 '난민'과 '여성'을 향해 '헤이트 스피치'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런 '혐오'는 일찌감치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규제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폭력의 자유'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발견한 것은 K-POP팬들이 재특회에 댓글이나 메시지로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K-POP팬이라면 주로 여성들이다. 용감하다. 이래서 '혐오'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혐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넌덜머리가 난다. '혐오'와 어떤 관련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혐오'나 '헤이트 스피치'를 보면 무섭고 긴장해서 떨린다. '혐오'에 대한 것을 읽거나 쓴다는 것도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회를 위해서? 꼭 내가 해야 하나?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 주위의 '약자'를 위해서 할 필요가 있다. 나처럼 '혐오'나 '헤이트 스피치'와 거리가 있다고 여겼던 사람도 결국 공격당하게 되더라. 멀리 있는 '약자'를 공격하는 '혐오'를 방관하면 그 '혐오'가 커져서 당신이나 주변에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를 공격하게 된다는 것은 일본의 경험에서 알았다. 나의 무관심이 '혐오'를 키웠다. 일본에서 일어난 '혐오'가 한국사회의 거울로 보인다.
'혐오'가 쓰나미가 되어 사회를 휩쓸면 어떻게 될까? 쓰나미다. '혐오'의 위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사회가 피폐해지는 엄청난 피해를 남긴다. '혐오'는 사회적 재난이 되는 정치문제다. 그렇기에 선진국에서는 '혐오'를 범죄로 규정한다. '혐오'가 쓰나미가 되지 않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감시해야 한다. 아직 '혐오'의 세력이 작을 때, 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혐오'가 커지면 한국의 적폐 못지않게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혐오' 반대! '헤이트 스피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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