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7 일본 대학에서,한국은 전쟁이 날까?
어제와 오늘 학교에서 강의시간에 만난 일본 학생들과 선생들이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반응과 그 걸 둘러싼 대화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우선 어제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에서 일어난 상황에 관해 잘 모르지만 어쨌든 큰일이 났다. (한국인) 선생은 그 게 걱정이 아닐까 하는 차원이었다.
어제 수업에서 사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과는 관련이 없는 과목이었지만,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일본 보도와 한국 보도, 그리고 다른 정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니, 아이들이 안심하는 눈치다. 일본 매스컴은 과장된 보도를 해서 정신없이 만드는구나. 그래도 선생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 괜찮겠지.
학교 직원도 걱정하는 인사를 해온다. 꽤나 긴장된 모습들이다.
오늘 수업은 한국과 관련이 있는 과목이라, 수업이 시작되자 마자, 언제나 떠드는 남학생이 술렁술렁 거린다.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면서요, 전쟁이 나면 어디가 이깁니까? 그래도 한국 군대가 세지요? 한국이 이기지요? 철없이 묻는다.
한국에서 전쟁이 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전쟁이 나지는 않을거라고 보는 사람 손들어 봐, 각각 반반씩이다.
내 친구 아들도 군대가 있어, 그 얘가 너네랑 같은 나인데, 덩치는 커도 개미도 무서워하는 아이야. 게임은 잘 해도 아무리 훈련받았다 해도, 전쟁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전쟁을 해야 되겠니? 너라면 어떨 것 같아? 되묻는다.
학생이 아이고 우리는 못할 것 같아요. 근데 한국 사람은 강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너는 한국 유학생도 못봤냐, 너네랑 별로 다르지 않아..
일본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모르지만, 한국사람들은 어쨌든 전쟁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전쟁이 나게 되면 정말 큰일 나는 거야.
근데 미디어 보도를 볼 때는 보도되는 내용과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상상해가면서 봐야 돼, 안 그러면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어, 그래서 미디어 보도에 휘둘리는 거야. 이번 일에도 한국에서 보도하지 않는 것과 일본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것, 양 쪽에서 다 보도하지 않는 내용도 있어, 우선 보도 내용을 면밀히 점검하고 무엇을 보도했고 안 했는지를 알아아해. 이런 일은 어느 한 쪽 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
어제 일본 TV에서 사상자 가족 인터뷰가 나왔는데, 형제를 잃으신 분이, 참 억울하다고, 그렇지만 전쟁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전쟁이 되면 안 된다고 하더라. 나는 그 말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형제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 상대방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려워. 그래도 같은 땅이 이어진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저 쪽은 이 쪽 때문에 무엇이 파괴되고, 사람들도 죽었겠지라고 상상할 거야. 우리가 아프면 우리만의 아픔이 아니고 저쪽 사람들도 아픈 거야. 저쪽이 우리 한테 상처를 주고 우리가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단순한 게 아냐.
그전에 전쟁을 해서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왔어, 아직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어. 사실, 우리 세대나 젊은 사람들은 저쪽 사람들에 대해서 몰랐어. 우선 볼 수라도 있어야지. 그런데 요즘은 저쪽 사람들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어.
일본에서도 큰일이 날 것처럼 떠들어도 이 일은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당사자야.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거야. 거기는 그러한 위기를 안고 살아왔거든.
학생들이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수업보다도 눈을 초롱초롱 히 뜨고 듣는다. 기가 막혀, 얘들이 이런 눈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러면 그렇지, 적잖게 안심하는 눈치이다.
점심시간에 친한 미국 선생과 얘기를 했다. 미국 선생이 친구가 하와이에서 왔는데 시간이 없어 만나지를 못해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세 시간이나 전화를 해서 잠을 못 잤단다. 이번 사태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사람들이 정부 톱 레벨에서 부디 현명히 적절한 대처를 할 것을 원할 것이라고,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북한에서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한국이나 미군이 대응에 따라 큰일이 야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솔직히 나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이 커지면 손해가 큰 건 한국 측이니까. 섬에서 살았던 사람들한테는 정말 안된 일이지만, 사상자나 현재 일어난 피해 정도로 그쳤으면 한다. 일이 커지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져 경제적 타격도 커지고 손실도 커질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된 후 사람들이 불만이 점점 커져,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고 민주당이었던 사람들도 오바마에게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와이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이며 오바마 대통령이 출신지이기도 해서 웬만하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은데, 오바마 지지에서 멀어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이 심각한 문제로, 친구는 딸과 둘이서 한 달에 내는 건강보험료가 14만 엔이라고 한다. 약을 살 때도 이 약은 보험적용이 되고, 저 약은 안돼서 50,60불이라고 한단다. 부자 한테서 세금을 많이 걷어들이려는 정책인 건 좋은데, 걷어들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화가 나있어요.
호주에서도 세금을 많이 내는데요. 호주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세금은 자신한테 돌아온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근데, 정말 돌아오나요?
저는 정확히는 모르지요. 그러나 그 사회에 살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방법도 있네요.
근데, 일본은 한국이 통일되는 게 반갑지 않을 거예요?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일본한테는 그 자체가 위협적인 존재가 되잖아요. 중국이 있지, 한반도가 있지 아무튼 달갑지 않을 것 같아요.
한반도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리고 한반도가 일본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적도 역사적으로 없답니다. 그거야 미국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아요. 물론 중국도.
한반도의 땅이 크기나 역사적으로 일본을 침략하고 안 하고 가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라는 그 자체가 일본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태평양 지역에 중요한 거점을 잃게 되는 거예요. 미국한테는 일본과 한국이 중요한 거점인데, 명분이 없어지는 거죠. 근데 지금 오바마가 너무너무 인기가 없고 미국 국내에 불평불만이 팽배해 있는 게 이번 일과 어떻게 결부되어 어떤 불똥이 튀는 상황으로 번질까 봐 사실은 걱정이에요( 미국 선생은 어릴 때 서울에서 자랐고, 일본에서 성장, 대학은 미국이다).
제가 이틀 동안 보도를 지켜보니까, 중국이 하는 말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남북한이 대화를 하라는 게. 미국이야 자기 나라 일이 아니니까, 강경대응 얼마든지 하겠지요. 중국 정부도 골치가 아플 거예요. 북한과는 형국가지, 경제적 상호의존으로 보면 한국을 소홀히 할 수도 없지.
제가 미국 사람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무얼 하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하지 다른 나라를 위해서 하지 않아요. 이익과 대의명분이 있으면 전쟁을 할 수도 있어요.
그거야 당연하지요.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해야지, 주변 국가들이야 서로 자신들이 이익을 챙기려고 움직이는 게 당연하지요. 왜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지 못하고 뜯어먹지 못해 안달이 난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 한테 넘겨져야 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어쨌든 전쟁이 나서는 안돼요.
글쎄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주의 깊게 추세를 관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재일동포한테는 벌써 큰 불똥이 튀었다.
조선학교 무상화가 무산된다든지, 2000년 이후 심화된 차별 속에서 견디어온 사람들에게 더 큰 차별이라는 시련이다.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지만, 재일동포는 그렇지 않다. 설령 국적이 다르다 해도 그들에게는 남과 북 양쪽이 고국이다. 그리고 남이나 북이 하는 일이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들한테 차별이라는 보복으로 돌아온다. 일본 사람들은 재일동포와 한국사람을 구분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의식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재일동포들은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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