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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서비스의 질

2013/12/18 서비스의 질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쭉 흐렸다가 오후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의 추운 날씨였다. 전형적인 동경의 겨울 날씨인 것이다. 아마 이번 겨울 최저로 기온이 낮지 않았을까 싶다. 하루종일 추운 날로 처음으로 난방을 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연다. 세상에 어젯밤에 창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에 추워서 오돌오돌 떨면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셨구먼, 그러고 있었다. 겨울도 겨울이지만 추운 밤에 창문을 열고 있었다

내가 사는 집은 구닥다리여서 작은 쪽창 문이 있다. 작은 창문이 있어서 좋다. 환기를 위해서 항상 작은 쪽창문을 열어놓고 지낸다. 어젯밤에 닫는 걸 잊은 건 그 작은 창문이 아니라 내 키보다 훨씬 큰 창문이었다. 그러니 추울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도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너도 님에게 보낼 지갑을 사러 갔다. 내가 쓰고 있는 게 아주 편해서 같은 걸 사서 보내려고 일부러 가게에 갔다. 월수금에 오전 중 만 하는 가게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서 갔다. 없다. 만드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물었더니 다시는 안 만든다고 한다. 그게 좀 비싸도 훨씬 예뻤는 데, 보통 것을 만드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는다. 할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보내고 나는 다시 어떻게 입수하기로 하자. 그런데 예쁜 걸 만들던 사람이 요새는 뜨개질을 한단다. 그래서 그 사람 연락처나, 작품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 같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연락처도 못 알려주고, 작품도 볼 수가 없단다. 나도 뜨개질을 해서 알고 싶었을 뿐이다. 가까운 곳에 산다는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과 교류를 하고 싶어서… 그 가게도 몇 년을 다녀서 가게 사람도 나를 잘 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경계하는 눈치다. 뭘 경계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경계한다. 답답해진다

거기서 돌아와서 집 근처에 있는 NPO가 하는 도시락집에 갔다. 거기에는 재활용품이 있어서 가끔 사기도 한다. 여름에 좋은 핑크색 캐시미어 니트가 있었다. 사려고 보니까, 햇볕에 타서 겉이 변색했다. 그냥은 못 입겠다. 다른 걸 샀더니 가게 사람이 그냥 가져가란다. 내가 변형을 시키면 보고 싶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달라고 했다. 그걸 가져갔다. 그리고, 고맙다고 사과도 두 개 가져갔다. 나에게 준 사람이 마침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라, 나를 수상하게 보는 눈치다. 왜 그럴까. 그 사람이 그랬다. 그런 말을 해도 실제로 가져가서 보이는 사람은 없단다.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내가 졸지에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간첩’으로 몰리는 건가? 사람들이 왜 말과 행동을 따로따로 하냐고, 복잡하게…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살면 이상한 짓 못한다. 나를 수상하게 봐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말을 그냥 말대로 들으면 될걸 말을 하면서 딴생각을 한다. 이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이런 식이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그런 말을 했으니까, 나는 실천했고 그걸 보이러 간 것뿐이야. 뭐가 그리 복잡하니… 고맙다고 사과를 가져갔으면 고맙다고라고 해주지, 고맙다는 말도 없다. 졸지에 나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이상해… 다시는 가면 안 되겠다. 이런 식으로 나는 점점 갈 곳이 줄어든다

백화점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의 정체를 알려고 한다. 사실은 나의 뭘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궁금한 건 나의 지갑 속이 아닐까? 불쾌하다. 그래서 안 간다.. 쓸데없는 의심과 경계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아주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서는 기분 좋게 물건을 사고팔면 되는 거다. 이걸 모르는 것 같다. 자화자찬으로 서비스가 좋다고 난리를 친다. 서비스가 좋다는 것은 손님이 평가하는 것이지, 자기네 스스로가 하는 게 아니거든요. 서비스의 질이 아주 떨어진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손님을 의심하는 그 자체가 서비스의 레벨을 말하잖아. 그리고 손님과 대화도 못하면서, 뭐가 서비스의 질이냐고...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내가 안 가고 안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제 입었던 옷이다. 볕에 탄게 보이지 않게 뒤집었다. 그리고 좀 길게 떴다. 학교에 갔더니 동료들이 스커트를 올려보고 뒤집어보고 난리가 났다. 심지어 학부장까지 내 스커트에 손을 댔다. 요즘 세상에 그랬다가 큰일 나요. 왜 이래, 내가 입을 건 다 입었거든요. 포인트는 타이츠 뒤쪽에 핑크색 별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검은색 짧은 부츠를 신었다. 결과적으로 이 옷차림은 실패였다. 우선, 머리가 너무 짧아서 추웠다. 핑크색 스카프는 전혀 따뜻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다리도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코트도 따뜻한 게 아녔거든…그런데 캐시미어 니트를 입은 상체는 더웠다. 몸에 온도가 각각이라는 분리현상을 체험했다. 생각 없이 옷을 입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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