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2 오래된 옷
오늘도 동경은 맑고 건조한 날씨였다. 오늘 오전에 학교도서관에 가던지, 은행에 가서 세금을 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못했다. 하는 일없이 바빠서…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매트들을 빨아서 널었다. 어제 공원에서 주워 온 조그만 떫은 감도 깎아서 널었다. 오전에 다음주 마감인 논문을 읽어서 최종 점검을 하고 제목을 정하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은 요가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논문을 읽어서 최종 점검을 했다. 제목도 정했다. 나는 제목 붙이는 걸 잘 못한다. 이번 논문 제목은 ‘재일제주도사람들의 구술과 이동문화를 통해서 본 자주성―재일 제주도 사람 1세의 생활사를 중심으로’ 원래 일본어라, 한국어로 쓰면 좀 이상하다. 영문으로 제목을 써야 한다. 근데 문제는 제목이 논문 내용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 전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원래 제목은 ‘재일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사 해설’이었다. 생활사 책에 해설로 들어갈 거라서 단편으로 발표하느라고 제목도 다르게 했다. 실은 구술사를 하시던 유명한 선생님이 은퇴하시는 기념호에 실릴 거다.
논문을 수정하다가, 겨울채비를 마치려고 벽장에 있던 문을 꺼내서 달았다. 이상하게 문이 비틀어졌는지 안 들어간다.. 문이 해체가 되고 난리가 났다. 망치로 두들기다가 정말로 모서리를 깨고 말았다. 식은땀이 난다. 나는 조심성이 있어서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질 않는 데… 어이할꼬… 관리사무실에 가서 고쳐달라고 해야 하나..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다. 우선 나도 점심을 먹어야지.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서 파래와 배추를 넣어서 수제비를 끓였다. 요즘 먹거리를 사지 않아서 식재료가 부실하다. 그래도 시원한 국물과 초록색으로 예쁜 색감을 자랑하는 수제비가 되었다. 한 그릇 먹었더니 맛있다. 거기서 잠시 잠깐 고민을 하다가 판단의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수제비는 맛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두 번에 나눠서 먹을 요량으로 한 것을 한꺼번에 다 먹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배가 너무 불러서 주체를 못 한다.. 자신의 아둔함과 빵빵한 배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서 서둘러 작성하고 가지고 나갔다. 관리사무소는 문을 닫았다. 직원이 있는 시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괜히 서둘렀잖아. 어떡허지, 전화로 말을 해야 하나… 아, 신경쓰인다신경 쓰인다.
집에 돌아와서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사이즈가 맞는 다른 문, 이문은 잘 안 연다.. 잘 안 쓰는 것과 바꿔서 달려고 보니 방향이 안 맞는다. 뒤집었다. 잘 맞는다. 문이 뒤틀리거나, 문지방이 변형한 게 아니라, 내가 문을 다는 방향을 거꾸로 했다는 것이다. 부서진 모서리도 잘 안 보이는 아래로 갔고 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괜히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식은땀 흘리면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 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사람인 모양이다.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캐릭터가 나오는 건가… 싫다.
난방기도 꺼내놓고 내가 일하는 방 창문 아래쪽에 헌 요가매트를 접어서 찬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게 끼웠다. 이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 데… 방은 따뜻하다.
지난 토요일에도 친구와 식물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뽁뽁이를 사고 장애자를 위한 가게에 들렀다. 친구에게 어울리는 옷과 구두를 골라줬다. 나도 몇 개 샀다. 나는 옷을 아주 오래 입는다. 솔직히 취향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전에는 안 쓰던 밝은 색을 쓰는 경향이 있다. 재미없는 옷에 물려서 재미있는 옷을 좋아하지만, 기본적인 선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타일은 마르고 닿도록 입는 사람이다. 웬만한 옷은 관리도 잘해서 쉽사리 망가지지도 않는다. 망가져가는 것은 나의 체형일 뿐이다.
체크무늬 반코트, 쟈켓처럼 아주 오래 잘 입은 옷이다. 아마 3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때 산거다. 일본걸로 BIGI라는 회사 거다.. 사실 이런 옷이 지금은 흔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잘 없었다. 소매가 약간 짧아서 상큼한 맛이 있다. 청바지에 잘 어울렸다. 안감, 주머니 속도 헐어서 너덜너덜하고 모직천 털이 다 빠져나가 아주 얇아졌다. 그러나 중구 장창 오래 입었던 옷이라, 버리지 못한다. 물론, 너무 헐어서 남에게 주지도 못한다. 남에게 줬다가 크게 욕먹는다. 나에게는 애착이 있는 옷이지만, 남에게는 쓰레기 일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 옷을 좋아한다.
다음은 남색 자수 블라우스, 중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40여 년 된다. 요새는 몸이 들어갈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도 오래 입어서 색이 바래고 닿았다. 실밥도 타져서 다시 꿰매었다.. 솔직히 앞으로 입을 기회가 있을지, 사이즈 문제로 입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 구석에 놔둔다. 초등학생 때부터 입던 분홍색 체크무늬 반바지도 있는 데, 사진 찍으려고 했더니 어디 있는지 안 보인다.. 아직도 귀엽고 예쁘다. 더 어렸을 때 입었던 털실로 짠 바지도 있다. 이것도 예쁜데 못 찾았다..
이 옷은 내가 대학생 때에 산거다. 오버 블라우스로 넉넉하게 입을 걸로, 정장처럼 딱딱하지 않고 감색이라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다. 디자이너 것이라, 품질도 라인도 괜찮은 것이다. 울 개버딘 셔츠, 1986년에 판매한 것이다. 숫자가 적혀있다. 나는 셔츠를 아주 좋아하고, 체형에 아주 잘 맞는다. 이 옷은 지금도 즐겨 입는 옷 중 하나다. 살 때도 싼 값은 아니었지만,, 너무 잘 입은 옷이다. 앞으로도 오래 입을 옷이기도 하다.
어젯밤에 친구가 우리 집 뽁뽁이 공사를 견학하러 왔다. 그때에 가져온 솔방울과 로즈메리,, 유콘 주와 남은 음식이다.
어젯밤에 뜬 브로치 겸 목걸이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철쭉꽃색에 투명한 반짝이가 들어있다. 실의 질감은 별로지만 색채가 강하고 투명한 반짝이가 재미있다. 아직 써보지 않아서 쓸모가 있는 걸로 남을지 어떨지 모르는 새것이다. 이렇게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섞이면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