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7 바다와 동백꽃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맞을 것 같았다. 도서관에 가려고 밖에 나오니 흐리고 바람이 센 것에 비해 기온은 높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최고기온이 16도라는… 높은 기온이다. 그런데,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낮고 습기가 많은 얼떨떨한 날씨였다.
어제는 포근하고 아주 따뜻한 날씨였는 데…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널고 빨래를 했다. 그리고 연하장을 열 장 써서 큰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 집안을 정리할 기분이 들어서 정리에 필요한 것을 사려고 백화점과 전문점에 들렀다. 적당한 것이 없어서 100엔숍에 갔다. 100엔숍에서 필요한 것을 사서 마트에 들러서 집에 왔더니 거의 하루가 지나고 말았다. 산책을 시작했으니 달이 뜬 시간이라도 짧게 산책을 하고 왔다. 평상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개구리처럼 배가 나왔던 몸도 평상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하니, 뱃속의 가스와 몸의 부기도 빼야 한다. 요새,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먹느라고 염분 섭취를 많이 해서 몸이 부었다.
내일부터 강의가 있는 데, 과연 옷을 입을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오늘은 도서관이 열리는 날이라, 새 책이 들어온 줄 알고 도서관에 갔다. 아침에 집정리를 하느라고 11시가 되어 도서관에 갔다. 학생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더니, 학생들이 많았다. 시험기간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나도 주간지를 훑어보면서 새해를 어떻게 점치고 있나 봤지만, 별다른 인상이 없었다.
어떤 새 책이 왔는지 궁금해서 갔더니 새 책은 없었다. 그 대신 가져간 책을 반납하고 필요한 책을 찾아다녔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고 읽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새로 책을 빌려서 밖에는 가랑비가 왔지만, 일찌감치 오후 4시쯤에 도서관을 나섰다. 가랑비가 와서 점퍼 후드를 뒤집어쓰고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5시 가까이 되었다. 도서관에 왕복한 것으로 오늘 산책은 생략하기로 했다.
연말에 새해를 맞으며 집에 꽃꽂이를 하려고 꽃을 봤다. 집에는 아직 프리지어와 카네이션이 남아 있었지만, 기분전환을 위해서 꽃을 사려고 봤더니 너무 비쌌다. 수선이 한송이에 300엔, 프리지어가 한송이에 400엔이었다. 대목이라서 가격이 엄청 오른 것이다. 수선이나 프리지어는 몇 송이 꽂아도 꽂은 기분이 나질 않는 것이라 포기했다. 대신에 근처에 있는 동백 중에서 가장 화려한 동백을 세 송이 얻어왔다.
꽃에는 영적인 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각별히 꽃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단지, 그 걸 특별히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꽃이라 일컬어지는 꽃이 다르다. 꽃은 생명의 상징이며, 영혼이 머문다고 해서 종이로 꽃과 나무를 만들어서 제사에 쓰지 않는가. 꽃과 나무는 사람의 탄생과 죽음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 원래 사람은 꽃이 만발한 곳에 있다가 이 세상에 꽃의 형체로 보내져서, 죽으면 꽃이 지어서 사람의 영혼은 다시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신앙은 널리 볼 수 있다. 바다에 접한 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신앙을 볼 수 있다. 많은 곳에서 상여가 나갈 때, 홍과 백의 꽃으로 장식한다. 많은 민속놀이에도 조화로 장식되는 것은 꽃을 숭배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꽃에 영적인 힘이 있어서 꽃이 쓰여 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봄의 꽃놀이도, 꽃을 숭배하는 신앙에서 나오는 걸로 보여 진다. 꽃에 관한 신앙은, 설명이 필요 없는 생활습관처럼 계승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생명의 꽃’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동백꽃’으로 상징된다.
야생 ‘동백꽃’이 피는 지역은 바다와 접해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아주 많은 곳에서 ‘동백꽃’을 지역과 연관을 지운다. 어쩌면 꽃을 숭배하는 신앙은 일본에 좀 더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백꽃’은 ‘바다’와 접해 있는 지역에 핀다는 것, 한편으로 서양에서 ‘동백꽃’은 동양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동양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꽃이기 때문이다.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가 ‘동백꽃’이다. 샤넬도 ‘동백꽃’에서 특별한 영감을 느꼈던 것일까?
‘동백꽃’과 ‘바다’는 제주도에서 보면 둘 다 ‘생명의 근원’의 상징이다. ‘바다’를 ‘생명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다. ‘바다’와 ‘동백꽃’이 어우러지는 데 제주도적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다’가 상징하는 것은 ‘다양성’과 ‘풍요로움’이 아닐까. ‘동백꽃’은 좀 더 직접적인 생명의 근원에 가깝다. ‘바다’는 국경이라는 사람들이 금을 긋기 이전에 있던 세계로 이어진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경계’에서 인간이 해방되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국가’를 넘어 ‘사람’들이 교류하며 사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본다.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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