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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자세

오늘 동경은 보통 겨울 날씨로 돌아왔다. 최고기온이 13도로 맑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서 체감으로는 훨씬 추웠다. 집 창문이 덜컹거리고 바람이 들어와서 추웠다. 오후가 되어 밖에 나가서 한 시간 정도 산책하면서 주변을 관찰했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어 갔더니 가까운 고등학교 학생들이 부활동으로 체육을 하고 있었다. 간선도로에 차량통행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채 무인판매에 갔는데 살 것이 없어서 중고서점에 들렀다. 거기에도 야채를 팔기 때문이다. 고구마 두 봉지 200엔 주고 샀는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 가게에 다닌지가 10년이 넘어도 이렇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기억이 없다. 가게에도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 와서 사주기만 해도 고마운 존재가 되었나? 한참 걸어서 강을 건너 우체국 가까운 공원에 핀 홍매를 봤는데 휴대폰을 놓고 가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조금 더 집으로 걸으면 유치원이 있는데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반팔을 입고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고등학생이나 유치원생 모두 마스크를 한 아이가 한명도 없는데, 유치원 보육사 한명만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전혀 하지 않을 걸 보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는 방침을 택한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을 계기로 '이지메'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평등하게 한다. '이지메'를 예방하는 차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겠지만 그런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이가 힘들어진다. 내가 사는 주변을 보면 동경에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연휴이기라도 한 것처럼 차량통행도 적고 나다니는 사람도 적은 특수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지내기로 한 모양이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아까, 리테라 기사를 봤더니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이 미비해서 전염된 환자가 두 명 발생했다. 일본은 모든 일처리를 세심하고 정확하게 하는 인상을 주는 인상조작이 탁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허술해서 구멍이 많다. 이번에도 그런 사례이다. 29일에 1차로 귀국한 사람 중에 확진 환자가 추가로 3명 발생한 것은 어제였다. 그 중 2명은 정부가 격리를 목적으로 빌려서 투숙한 호텔에서 같은 방을 써야 했다. 격리 목적이기에 한 명이 방 하나를 써야 하는데, 방이 모자라서 같은 방에 2명을 투숙시켰다가 전염으로 감염된 경우다. 전염성이 높아서 격리해야 하는데 방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두 명이 같은 방을 쓰라고 했다니 좀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일본에 살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 허다하다.

 

거기에 하루에 두 번 체온을 측정해야 하는데 체온계가 부족해서 체온 측정을 할 수가 없는 케이스도 있었다. 부족했던 체온계가 도착한 것은 어제 오후 3시가 넘었다고 한다. 한국은 설연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모든 기관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연휴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춘절을 맞아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대목이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나 대책을 세울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다. 코메디도 아니고 하는 일을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매스컴이나 정치가, 국민이 난리를 쳤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주 조용하다. 

 

일본에서는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격리하는 것에 대해 경제적으로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 즉, 격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관광객이 일본에 많이 들어와서 돌아다녔다. 우한에서 온 사람만 해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와서 우한에서 귀국한 사람들을 격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학자랍시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쥐어 박고 싶다. 중국 관광객은 전부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중국 관광객 전체를 감염된 사람으로 볼 수도 없다. 관광객은 도시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닌다. 우한에서 귀국한 일본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에 퍼진 다음에 들어왔다. 감염 확율이 높은 사람들이다. 거기에 일본인은 관광객이 다니지 않는 지역사회로 들어간다. 당장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겠나? 돈은 이럴때 써야지, 경제적으로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나 하고 격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 불안이 더욱 증폭되어 바깥에 나가지 않아서 소비활동도 준다. 우한에서 귀국한 사람을 격리하는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더 큰 사회불안이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휘청일 정도가 되고 만다. 그리고, 격리 비용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해서 들어가는 사회비용이 더 크지 않을까? 내가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모든 문제를 경제적인 합리성으로만, 가성비로 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내에서 철저히 관리가 되는지도 의문인데, 아베 총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한 사람을 입국금지한다고 했다. 이 경우는 감염자가 중국인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 아닌지? 외국인이라고 하면서 중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발언으로 중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아주 위험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여행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도 중국에서 자국민을 출국금지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그런 극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한 입국금지는 국내용이 아니라면 일부러 발표할 필요가 없다. 우선 일본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게 방역을 철저히 하고 감염되지 않게 주의하고 환자는 치료하는 것이 선결이다. 일본에서 이대로 가다가 한국 관광객에 이어 중국 관광객을 놓치고 올림픽 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이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까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이 정부차원에서 일본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불안한 것은 개인이다. 일본 사람들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온한 것 같지만, 내심 불안하고 화가 날 것이다. 그게 애먼 중국 관광객이나 외국인을 향한 '혐오'로 나타난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보면 명확히 '외국인' 즉 '중국인'을 '혐오'의 타깃으로 알려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역사적으로 '외국인'을 '혐오'하고 적대시해서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관동대지진 때, 보통 사람들이 조선인을 학살하게 정부가 타깃을 정해준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사건만 일어나면 '외국인'이라면서 '재일동포'라는 소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죄가 없듯이 이번에도 중국인에게 죄가 없다. 일본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걸 감추기 위해서 외국인에게 '혐오'의 화살을 돌리게 하는 정치는 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된 극히 일부 중국인보다 수많은 보통 일본 사람들이 가진 폭력성이 훨씬 강하고 무섭다. 제발,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서 국민의 '폭력성'을 자극하지 말기 바란다. 정부에서도 국민의 '폭력성'이 폭발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희생양이 될 타깃을 정해주고 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조용히 '중국 혐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지만, '혐오' 바이러스는 정부 주도로 매스컴을 통해서 당당하게 발표하면 공기 전염되는 특성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감염된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혐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열이 난다든지 증상이 있어 격리되거나 치료라도 받지만, '혐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치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