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5 발렌타인 데이…
오늘 동경은 아주 흐리고 추운 날씨였는 데, 오후가 되면서 비가 옵니다.
최고 기온이 5도면 아주 추운 날씨입니다. 내일 모레까지 춥다네요. 저는 어두컴컴하고 추운 집안에서 지낼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청색 코끼리는 어디론가 '탈주'를 하겠지요.
외벽공사는 비가 와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큰 비가 아니여서 그냥 일을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추운 날이라는 걸 금방 알았습니다. 이불 밖 공기가 아주 차가워서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날이 밝았으니 일어나야 합니다. 추운 날씨가 몸과 마음을 움추러들게 합니다. 어제 하루 쉬었던 스트레칭를 했더니, 몸이 많이 딱딱합니다. 하루 쉬었지만 날이 추워져서 몸이 더 굳어진거지요. 요새 춥다고 방안에 박혀있어서 운동부족입니다. 스트레칭를 하고 체온을 올려서 아침을 먹습니다.
요새는 야행성이라, 침대에서 책을 읽느라고 밤 한 시나 두 시가 되어 잡니다. 어젯밤은 읽던 책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는 데 침대에서 적당히 읽을 책이 아니더군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다시 읽기 시작했는 데, 논문에 참고가 될 사항이 있어서 도서관에 가져가서 읽거나 따로 읽기로 했습니다. 진도에 관한 문화인류학적인 연구입니다. 물론, 조사를 하는 사람이 좀 거칠게 다룬 면이 있지만, 80년 대부터 2010년대까지 진도의 변화를 본 것입니다. 저는 사회학이지만 조사를 할 때 문화인류학적인 수법을 쓰거든요. 문화인류학에서는 관찰이나 조사를 할 때, 기술을 할 때도 연구대상과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가 문제가 됩니다. 원래는 근대화한 쪽에 있는 조사하는 사람과 미개하다는 조사를 할 대상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권력적인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관계가 더 이상 성립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미지의 사람들에 관한 이해를 돕는 수단이었지만, 꼭 다른 민족을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서로가 이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조사하는 사람과 조사 대상과의 관계가 대립적인 관계도 아니고, 서로가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면도 있지요. 그런 걸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힌트가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청색 코끼리는 옷을 껴입고서 마트에 갔습니다. 오늘 최고 기온이 5도 라는 데, 집안 보다 바깥이 훨씬 따뜻하다. 요 며칠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울 것 같은데 먹을 게 부실합니다. 카레를 만들어서 며칠을 두고 먹으려고 재료를 사러 갔습니다. 횟감용 오징어가 싸서 두 마리를 샀습니다. 점심에 산뜻하게 오징어회를 해서 먹으려고 미나리도 샀습니다. 그리고 항상 가는 가게에 갔더니, 신선한 빨강무가 있습니다. 샐러드용으로 샀습니다. 가게에는 예쁜색 술병이 있어서 샀지요. 사실 술병으로 쓰기에 좋은 건지 잘모르겠습니다. 색이 예뻐서 사고 말았지요. 거기에다 꽃이 그려진 접시도 샀습니다. 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이 커피잔은 그 전에 제꺼랑 같이 산겁니다. 하루 늦었지만, 오블 이웃지기님들께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샀습니다. 제가 언제 한국에 갈 지 몰라서 우선 사진으로 올려서 마음을 전합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이 술병 색이 예쁘지요? 먹방님이 맘에 드시길 바랍니다. 밑에 꽃그림이 있는 접시는 뮤즈님께 드릴려고 합니다. 밑에 커피잔은 너도바람님입니다. 그 전에 제꺼랑 같이 산 겁니다. 보통 커피잔으로는 작습니다. 그러나 데미타세는 아닙니다.
점심으로 빨강무를 샐러드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비도 오는 데, 일찌감치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오징어를 한 마리 데쳐서, 미나리와 당근, 두릅을 넣고 향기롭게 무쳤습니다. 역시 봄나물은 향기롭다는… 연어는 나가기 전에 냉동고에서 내놔서 해동해서 구었습니다. 양배추도 삶았고요. 밥을 해서 오랜만에 양배추로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지요. 역시, 만족감이 다릅니다. 마지막은 오징어회에 따뜻한 밥을 비벼서 먹었지요. 오랜만에 반찬을 한지라 가까운 데 사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까, 후배에게 문자를 할까 망설였습니다. 갑자기 문자를 보내면 놀랄까봐, 문자를 하지 않고 혼자서 맛있게 먹고 디저트와 커피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비가 오는 데도 외벽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제 베란다에 들어와서 망치질을 하고 있습니다. 좀 미안하지요. 저는 집안에서 맛있는 걸 먹고 있는 데, 밖에서, 코앞에서 춥고 비오는 날인데도 일을 하고 있으니… 약간 캥기지만, 모른 척하고 먹었지요. 이러다 보니 하루가 금방갑니다.
위 커피잔을 살 때 같이 산 겁니다. 원래 심플한 걸 좋아는 데, 이것도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