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8 상처 받은 사람들
오늘 동경은 맑고 청명한 날씨였다.
햇살이 밝아서 창밖의 나뭇잎이 햇살을 받아서 연두색이 더 밝게 빛났다. 때로는 우중충하게 보이는 주위도 햇살이라는 천연 조명을 받아 세상이 빛나 보였다. 자연의 햇살을 받아 찬란히 빛을 발하는 데, 인간들이 움직임은 전혀 발랄하지 못해 눈에 거슬리게 우중충하다. 몇 사람 지나가지도 않지만… 그렇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어제는 밤에 추워서 일찍 감치 침대에 들어갔는 데, 침대에서 쓸데없는 책을 읽다 보니 결국 늦게 잤다. 금요일까지 일을 해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먹을 만한 식료품을 산다. 별로 당기는 게 없으면 안사고 그냥 온다.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푹 퍼져 있거나, 하루종일 늘어져 있다. 저녁에 산책을 하면 부기가 빠져서 이튿날 아침에 몸이 가쁜해서 좋으련만 어제처럼 그것조차 안 할 때가 있다. 어제는 웬일인지 입이 궁금해서 간식으로 다시마를 먹었다. 먹다 보니 계속 먹어서 좀 짰다. 나는 간식으로 잔멸치나, 다시마 같은 걸 먹는다.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몸이 탱탱 부었고, 짠기가 남아있어 혀가 얼얼했다. 오늘은 오전에 청소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는 간단한 청소를 했다. 집중적으로 청소를 한 곳은 욕실과 화장실이었다. 욕실은 창문과 천정, 벽 등을 걸레질을 해서 환기를 시켰다. 화장실도 창문과 벽, 평소에 신경을 안 쓰는 곳까지 청소를 해서 환기를 시켰다. 다음은 빨래를 돌리고 욕실 바닥을 솔질해서 씻었다. 구석 구석을 걸레질하면 상쾌한 기분이 된다.
점심은 어젯밤에 다시마를 담가 둔 물에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미역과 표고버섯을 많이 넣었더니 아주 포만감이 든다. 라면도 짠 거다. 그래도 가끔 먹는다. 일을 할 기분이 안 들어서 드라마를 보면서 뜨개질을 마무리했다. 이번 마무리한 것은 색이 별로 예쁘지 않지만, 감촉이 아주 좋다. 요즘 입으면 좋을 것 같은 감촉이다. 짙은색 청바지에 어울릴 것 같은 것이다. 내일 오전에 사진을 찍어야지… 요즘은 뜨개질이 좀 지지부진하다. 아무래도 새 학기가 시작돼서 거기에 정신을 쏟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저녁에는 일찌감치 산책을 나가서 두 시간 정도 걸었다. 신선한 공기와 적당한 기온으로 걷기에 좋았다. 집에 와서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보내준 콩을 볶았다. 볶은 콩을 먹으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 창밖에는 위쪽이 좀 깎인 달이 두둥실 떠있다.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오는 입구에서 위층 여자를 만났다. 입구에서 우체통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체통이 요즘 새로 바뀌었다. 좀 작아졌지만, 앞으로 나오는 형이다. 근데, 손잡이가 작고 쓰기가 불편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이상해서 인사를 했다. 우체통이 쓰기가 불편하다고 구체적으로 불만을 말하기에, 옆에서 보면 자물쇠를 채우기가 쉽게 보여요. 그러면서 시범을 보였다. 나는 자물쇠도 안 채우지만…
그러면서 불평불만이 계속된다. 외벽공사를 해서 바깥을 깨끗이 보기 좋게 치장하고 우체통을 새 걸로 갈면 뭐하냐고, 집안이 너무 낡고 더럽다고 한다. 자기네 집 욕실은 천정에서 페인트가 떨어지고 곰팡이가 피어서 새까맣단다. 화장실도 바깥 벽 쪽이 곰팡이가 피어서 새까맣다고 한다. 내가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라서 좀 낡기는 하지만, 보수와 점검을 자주 해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와 환기를 잘하면 나름 쾌적하다고 했다. 윗집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네도 환기에 신경을 쓰는 데, 욕실 천정에서 떨어지는 페인트와 곰팡이로 마음 편하게 목욕도 못한단다. 화장실도 벽 한 면이 다 까맣단다. 그건 정도가 심하니까, 관리사무실에 가서 의논을 하라고, 정상적인 집세를 내면서 그래도 쾌적한 생활을 할 권리가 있는 데… 그러면서 우리 집은 그런 일이 없으니까, 참고로 우리 집을 보라고 했다. 갑작스러웠지만, 내친김에 확인을 하라고 같이 현관문을 따고 들어왔다. 우리 집에 들어오더니, 뭔가 살피는 눈치였다. 내가 사람 크기 만한 개를 키운다고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린 사람들이라, 개가 있나없나를 봤는지… 없는 개가 나올 리가 없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욕실과 화장실을 보라고 문을 열어줬다. 집이 깨끗하다고 호들갑을 떤다. 욕실을 보여줬더니, 너무 깨끗하단다. 화장실도 전혀 이상이 없이 깨끗하단다. 집이 깨끗하다고 수선을 떨기에, 주말이라 청소할 때가 된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소에 가서 불만을 터뜨리지 말고 ‘상담’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을 해보라고, 아무래도 그 정도는 이상하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너무너무 고맙다고 감격해서 악수를 하고 난리가 났다. 술냄새가 약간 난다.
자기네 부모 노후를 돌볼 예정으로 부모네 집에 들어가서 살았는 데, 자기네 부모가 사위를 ‘이지메’해서 같이 살 수가 없어서 급하게 이사를 나왔단다. 여기서도 내가 자기네를 ‘이지메’한다는 ‘피해망상’으로 관리사무소와 주위 이웃들에게 소란을 피워서 주위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나를 가해자로 만들려다가 실패했다.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도 안 하니, 신뢰를 못 받는다. 나는 아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요즘 가끔 새벽 3시부터 난리를 치는 데, 내가 일어날 시간이 되면 딱 그친다. 그 걸 몇 번이나 겪고 정말로 이사를 해야 하나 골치가 아픈 터라, 직접 확인을 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말로는 안 했지만, 당신네가 ‘상상하는’ 것은 없다고… 직접 집에 와서 확인하라고… ‘피해망상’은 자신들 스스로가 머릿속에서 지어내는 것이라, 내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이 사람들도 ‘상처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제발 나에게 터무니없이 ‘이지메’한다고 망상을 하지 말기 바란다. ‘이지메’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