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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기시다 정권

코로나로 조용히 폭발하는 일본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최고기온 28도라고 한다. 나는 아침에 비가 올 때 선선한 동안 산책을 다녀오려고 일찍 길을 나섰다. 좀 먼 공원에 버섯이 어떤 상태인지 너무 궁금했고 항상 가던 공원에 가지 못해서 답답했다. 아침에 깨서 바로 옷을 입고 나갔다. 공원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흐리고 약간 비가 와서 강가 길을 걸었다. 공원에 도착해서 봤더니 세상에 버섯이 너무 많이 났다. 잠시 버섯의 나라에 들어간 느낌에 빠졌다. 이렇게 많이 나도 되나 싶을 만큼 많았다. 버섯 상황이 아주 좋은 걸 보고 정말로 기뻤다. 작년까지는 같은 버섯이 전혀 없었는데 올해부터 많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 버섯을 따면 도저히 가져 올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오늘은 버섯을 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버섯을 따지 않기로 한 이후 버섯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거의 집 가까이 와서 비가 세게 오기 시작해서 홀딱 젖고 말았다. 그래도 아침에 나가서 1시간 반을 자연에서 놀다 왔으니 좋은 거다.

 

실은 어제저녁에도 오후 5시에 나가서 그늘진 산책로를 걷고 버섯도 따느라고 2시간이나 밖에서 보냈다. 순위를 매긴다면 버섯 따기보다 산책할 수 있는 것이 더 좋다. 그래도 어제는 버섯을 좀 땄다. 어제 딴 버섯 중에 오렌지색 달걀버섯이 2개 있었다. 저녁 늦은 시간에 석양을 받아 빛나는 오렌지색이 충격적이었다. 자연이 연출하는 색상은 가끔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어제 달걀버섯의 오렌지색을 보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물체에 홀리는 감각도 알 것 같다. 어제 딴 달걀버섯은 올해 처음 딴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달걀버섯을 2개 따고 오후에도 큰 걸로 2개를 땄다. 올해 버섯이 나는 상태를 보면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노란색 달걀버섯이 나는 곳에도 달걀버섯이 났을 것이다. 오렌지색보다 노란색이 드물고 맛이 훨씬 고급지다. 지금은 맛보다 색감이 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노란색도 아주 예쁘다. 그렇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란색 달걀버섯을 만나러 가고 싶은 타이밍을 기다리기로 했다. 

 

요새 버섯을 따면서 주의하는 건, 설렁설렁 대충 따기로 했다. 아무리 비싼 고급 식재료라고 해서 열심히 많이 따도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하고 처치가 곤란하다. 그래서 내가 먹을 정도만 따고 버섯을 남기기로 했다. 어제도 가까운 곳에서 버섯을 땄지만 많이 남겼다. 오늘은 정말로 많은 버섯을 봤지만 몇 개 밖에 따지 않았다. 오늘 멜론빵과 같은 버섯을 처음 봤지만 쳐다보기만 하고 따지 않았다. 상태도 좋았지만 냉장고에는 버섯이 꽤 많기 때문에 따도 다 먹을 수가 없어서 결국 버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는 버섯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채집하면서 즐겼다. 올해는 버섯을 관찰하지만 사진을 찍지 않고 채집도 줄이기로 했다. 욕심을 버렸더니 버섯이 사방천지에 있는 게 보인다. 나도 버섯이 거기에 있다는 걸 안다고 비밀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래서 오늘 알게 된 것은 버섯을 따는 즐거움보다 따지 않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 많은 버섯을 따지 않는 내가 좀 멋있어 보였다. 이제, 버섯과 나의 관계도 한 단계 발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새 일본을 보고 있으면 폭발하고 흘러넘치는 느낌이 든다. 우선, 아베와 통일교회는 관계가 없다고 자민당에서 주장했지만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에 대한 기사는 화산이 폭발해서 용암이 흐르듯 계속 나오고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030fbdffadf788d9ccc585653f3330b89e5a42c). 아베파 의원 35명이나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3e1e4e510c538989fe87ea152c3453da62540628). 그것도 단지 자민당 소속 의원이라는 차원이 아닌 총리를 했던 후쿠다 다케오 같은 인물이 문선명에 대해 직접 거론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베 동생인 기시다가 선거에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았다는 기사도 나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a948f31cd724198c1e45672fa388357403f2f457). 아베와 통일교의 유착관계,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는 아베 저격범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서 자민당이 흔들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17일 마이니치신문 기사를 보면 기시다 정권 지지율이 6월보다 4%나 상승한 52%나 된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0f20fdaf81361df4e16ee08e8ac8d31cada01fb3). 솔직히 하는 것도 없이 대단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정권 지지율 상승에는 참의원 선거 승리도 있지만 아베 사망으로 자민당이 다시 지지를 받은 면도 있다고 본다. 

 

나는 기시다 총리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기시다 정권이 되어 1년이 되어 가고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일본 경제도 엔저에 전쟁의 영향까지 더해져서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정권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스가 정권에서 기시다 정권으로 교체가 되면서 사람들은 스가 총리가 바뀌는 것만으로 기시다 총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기시다 정권이 들어서서 느낀 것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시라면 다소 무능력하고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세계가 격변하는 마당에 일본이 앞장서서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했다. 러시아 제재에 미국보다 앞장서서 돌격대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마치 세계의 정의를 자신들이 실현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자신들의 군비 확충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이건 자민당이나 기시다 정권에서 보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일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아베 국장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이틀이나 야후 메인에 걸려 있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e99bcbdccb47aadf1ca8bf13745b91d191987caa). 나는 그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 이해할 수가 없어서 내가 잘못 읽은 건가?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일본이 앞장서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내팽개치고 러시아 경제제재에 선봉대가 되지 않았나? 일본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러시아가 금방이라도 일본을 침략할 것 같은 여론을 조성해서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는 더욱 험악해졌다. 지금까지도 러시아를 비난하는 기사가 매일 같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푸틴 대통령이 아베 국장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기사 논조를 보면 마치 푸틴이 아베와 개인적인 친분에 대해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푸틴과 아베가 친하다는 것도 다 아베 측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다면 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대해서 아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그전부터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는 더 나빠지기만 했는데 과연 아베가 주장했던 것처럼 '외교'에 성공했다면 그런 결과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다. 솔직히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정말로 푸틴이 아베 국장에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을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염치가 없는 것에 더해 심각한 건망증이다. 

 

나처럼 일본에 몇십 년을 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종종 있다. 기시다 정권이 8월에 개각하는데 민간인 2명을 각료로 기용한다는 기사가 떠서 관심을 가지고 클릭했다. 기사를 읽었더니 재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국회의원으로 민간인이 아니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bbe3021b5a190c83925b3c958663c2ac5c9f6432). 나는 그런 걸 보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정치가를 민간인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말장난에 속은 느낌이다. 이런 말을 하면 속은 내가 바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일본에서 코로나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니, 폭발한 것은 가고시마에 있는 화산 사쿠라지마의 분화다(https://www.youtube.com/watch?v=sf4kHWRhr5c).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에 있고 피난을 하면 인명피해를 입지 않고 지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모양이다. 이번에 '제7파'라고 하는데 '제7파'는 벌써 지난 것 같다. '제8파'가 되는지 어떤지도 모를 정도로 세는 것도 포기한 모양이다. 코로나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도 중증으로 가는 예가 적다면 젊은 사람들은 경계를 덜해도 될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늘면서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이 산책로 주변에 산책로가 나무 그늘이 많아서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이 늘면서 산책로 주변에도 걷는 사람이 정말로 줄어서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날씨가 덥다고 강아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산책하는 시간을 좀 늦추기로 한 모양이다. 

 

예를 들어 동경도를 보면 지난 일요일에 처음으로 2만 명이 넘어 3만 명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85feee7215ac6d955af22c20b2855c5087f544dc). 다행히도 중증자는 매우 적다고 한다. 그런데, 중증자가 적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동경도에서 코로나로 요양하고 있는 사람이 인구 100명당 1명이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f3912b9102698993588bfeff3d79cf14861a296a). 의료공급체계가 핍박하고 있다고 가장 심각한 경계 레벨로 올렸다고 한다. 코로나로 요양하는 사람이 100명당 1명이라는 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본다. 하지만, 동경도에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밀접접촉자를 특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 아이 부모가 일하러 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0cfa05a2334b11815aebeb8bf6997d1008b5567d). 치바현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감염하면 아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텐데, 코로나에 감염한 어른도 나와서 일하라는 메시지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이번 코로나가 폭발적인 것이 심각한 점은 다른 부분에서 드러난다. JR규슈에서 운전사의 감염으로 특급열차 120개가 운휴 한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1bac27d9343bfb0796cd83af8d348df8f115c72e). 대중교통이 코로나 영향으로 운휴를 하는 것은 오키나와에서도 벌어져서 운행편수를 줄이거나 운휴를 계획하고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38ccd6b030ecb30c48f17352ec94c543bb9825b1). 나는 동경에 사는 입장이라, 오키나와나 규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체감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 이후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방에서는 대중교통편이 원활하지 않아서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하기가 힘들다. 규슈나 오키나와에서 대중교통이 운행편수를 줄이거나 운휴를 하면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자동차가 없는 교통약자가 된다. 주로 고령자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로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기에 이번 코로나가 조용히 매우 심각하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대중교통의 운휴는 규슈나 오키나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동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78842dffee905e9b20d518ff0e2aa9f5a235f6e7). 일본에서는 이번 코로나로 70%나 되는 사람들이 귀성이나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나왔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유튜브를 보면 유원지나 관광지 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항원검사 키트가 부족하고 발열 외래도 예약이 많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무엇보다 의료진의 감염으로 병원과 병상이 있어도 병원을 가동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산책로에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매우 일본적인 대응방식이다.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 집에 틀어 박혀서 숨을 죽이고 지나가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심리다. 거기에 장마철이 끝나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열사병도 있고 다른 급환도 있다. 사람들이 얌전히 집에 틀어 박혀서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리는 걸로 대처가 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 신선한 야채를 파는 곳에 가서 야채를 많이 샀다. 그 가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서 코로나 영향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에서 코로나가 조용히 공포스럽게 폭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