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기시다 정권

자연재해와 코로나 감염 확대에 무관심한 일본 정치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4도, 최저기온 27도라고 한다.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은 최고기온 30도 이하로 선선한 날씨였다. 어제는 32도 이상 올라갔다. 오늘부터 다시 폭염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내일은 최고기온 36도라고 나온다. 최저기온이 26-7도로 일정하다. 불과 며칠 전에 최고기온이 오늘 최저기온과 같았다. 그래도 단 3일이라도 선선해서 다행이다.

 

그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밖에 산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친한 이웃과 거의 3주 만에 만나서 며칠 산책을 같이 했다. 어제는 다른 이웃도 같이 만나서 셋이서 산책을 하고 다시 폭염이 오면 오후에 만나서 같이 산책할 수가 없겠다고 아쉬워하면서 헤어졌다. 

 

어제 셋이 걸으면서 각자 자신의 기준으로 해마다 폭염인 날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아파트 3층에 살기에 지금까지 에어컨은 더울 때 대비해서 보험처럼 갖고 있는 것이지 거의 에어컨을 켤 일이 없었다. 작년에도 에어컨을 켠 기억이 없을 정도다. 더군다나 밤에 에어컨을 켠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서 지내는 날이 꽤 된다. 밤에 에어컨을 켠 것도 일주일이 넘는 것 같다. 다시, 폭염이 왔으니 밤에도 에어컨을 켜야 할 것 같다. 친한 이웃도 이전에 아파트 3층에 살 때는 에어컨을 켤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근래는 단독주택에 살면서 강아지가 있을 때는 계속 에어컨을 켜서 지냈다. 지금 강아지가 없지만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밤에도 에어컨을 켠다고 한다. 찬물도 마신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찬물을 많이 마시고 있다고 한다. 다른 이웃도 바로 공원 옆이라서 겨울에는 춥지만 여름에는 아주 선선한 곳이다. 이전에는 에어컨을 켤 일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더우면 사람이 살아남기가 힘들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동경은 폭염에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걸로 그쳤다. 지난 폭염에도 일본 각지에서는 물폭탄급 폭우로 인해 홍수가 나서 다리가 붕괴되고 강이 범람해서 침수하는 등 많은 피해가 있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0969d25f5a16b3bc64fdf8ba910cf601b37da778). 오늘도 북해도에서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폭우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5f0083de01931ce19453e835cd3f8451a17337ef). 내일부터 도호쿠 북부에는 일주일 정도 장기간 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af97dd02a59976c8d9042d050768fbe8a6a4b9f0). 피해 지역에 자원봉사를 간 사람들은 폭염으로 열사병에 걸릴지도 모를 날씨라서 복구작업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연일 회식을 했다. 그에 대해 관방장관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전에는 그런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한 척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문제가 없다고 넘어간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피해 지역에 가서 피해상황을 시찰하고 위로라도 전했다. 이제는 그런 일도 없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죄가 없는데 위로조차 건네지 않는 정치는 뭔지 모르겠다. 

 

요전 날 친구와 만났을 때도 일본에 있으면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바깥에 나가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한 폭염에 비가 오면 물폭탄을 맞아 각지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사건사고는 한정된 일이지만 폭염이나 폭우로 인한 재해는 그 범위가 넓고 크다. 거기에 코로나 감염 확대를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친구가 이번 주에 학기말 수업이 끝나면 시골에 간다면서 시골에 가면 뉴스도 보지 않고 세상을 등지고 지낼 거라고 한다. 뉴스를 보면 정말로 우울해지는 일 밖에 없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 사회인도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다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나 사회인 대학원생들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될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는 꽤 오래전에 TV를 없앴다. 결정적이었던 건 TV에 나온 일본 정치가가 안하무인으로 구는 행태를 보다가 화가 나서 TV를 부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감정을 갖는 자체가 아주 낯설었지만 잠재된 폭력성을 일깨워주는 물건은 위험하다. 그 말을 했더니 친구가 재밌다고 웃는다. 일본에서 한류가 처음 유행할 때 TV에서 중년 여성에 대해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않고 비웃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 그런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이 일본에서는 탑 레벨의 연예인들이었다. 그에 대해 나는 화를 냈다. 아니 한국 드라마를 봐서 좋다는 게 뭐가 문제인가? 그 중년 여성들이 불륜을 했어? 바람을 폈어? 자식을 버렸어?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숨통 막히는 일본에서 그 정도 숨 쉴 구멍도 없다면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건가? 나는 TV에 나와서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걸 그대로 내보내는 자체가 일종의 '폭력'과 같다고 봐. TV를 보면 화면에 비추는 것만 봐도 불쾌한 사람들이 많잖아. 일본에서는 그런 것에 너무 둔감한 것 같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점점 TV 보는 자체를 싫어하지. 

 

나는 일본 여성들이 TV를 보기가 싫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학생들이 한류 드라마가 처음 유행할 때 "한국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한다"고 일본 여성들이 홀딱 빠졌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남학생들에게 "한국 남자에게 지면 안돼, 너네가 더 잘하면 되는 거야"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삐치더라고. 아니 왜 자기들이 노력해서 이길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했더니 친구가 자지러지듯 웃는다. 나는 웃기는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수업시간에 그렇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거기에 어차피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어. 현실적으로 가까운 건 너희들이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어했지만 학생들은 삐쳐서 내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제멋대로 승부를 나누고 만 것이다. 경쟁을 해보지도 않고 제풀에 나가떨어졌다. 이건 내가 본 학생들만이 아닌 일본 남성들이 가진 의식의 세계이고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다음에는 다르게 전개되어 '혐한'으로 대동 단결해서 21세기 초반 일본의 시대정신이 되고 말았다. 자신들 스스로 허상을 만들어 그걸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걸 모른다. 나는 가르치는 입장이라, 해결책을 제시해도 듣지도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스스로 찌질이가 된다는데 말리기 힘들다.

 

친한 이웃이 이전에는 TV를 봤는데 요새는 볼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정치가들이 하는 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친한 이웃은 아주 총명하고 해외여행도 많이 했으며 책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신문도 받아서 읽었는데 신문을 끊은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건 정말로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말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립되어 가는 사람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친한 이웃은 그 이유를 자신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게 아니라, 세상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폭염에 코로나 감염 확대가 일어나 고령자가 입원한 사람의 반이고 중증화도 40%에 달한다(https://news.yahoo.co.jp/byline/kuraharayu/20220807-00309096). 코로나에 감염한 회사원 32%가 감염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e5b67748c8b865868821be3ef5e39bf95263d3e3).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감염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 매우 귀찮다고 한다. 그런 시스템을 만든 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마인드가 부족한 게 아닐까? 코로나에 감염해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 그냥 출근하는 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감염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해도 통계에 나타난 걸 보면 근래 일본은 코로나 신규 감염과 사망자도 세계 최악이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301fd68cf2dffe0f8e8ffc4b0e7e007b24d946e0). 그런데 일본 정치에서는 사람들 목숨이 걸린 코로나 감염 확대나 폭염,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해서 정말로 관심이 없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정부인 걸로 느껴질 정도다. 국민의 안전에 조차 관심이 없는 정치에서 뭘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본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모양이다. 무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