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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아이들

노보리토 도리마 사건

오늘 동경은 고온다습한 흐린 날씨였다. 아직, 장마철에 들어섰다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장마철 날씨로 오후에는 비도 왔다. 

 

점심시간인가, 수업시간 전에 '노보리토'를 지난친 선생이 사건 현장을 지나쳤다면서 말을 했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오다큐와 게이오선이다. 노보리토는 오늘 학교에 오며 가며 지나던 신유리가오카에서 시내 쪽으로 조금 더 간다. 남부선을 갈아타기 위해서 노보리토에서 내린 적도 있다. 노보리토는 행정구역상 가와사키시에 속하지만, 동경시내에서 교외로 부자동네로 알려진 세타가야, 세이조와도 가깝다. 예전에 살던 치토세후나바시와도 가깝다. 부자동네는 사건 현장이 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면서도 초등학생 스쿨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걸 습격했다니, 할 말을 잃고 만다. 한국에서는 약자를 공격한다는 문맥에서 주로 남성이 여성을 죽이는 사건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남성이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사건이 많다. 같은 약자라고 해도 노인이나 여성에 비해 어린아이는 다르다. 어린아이를 골라서 공격하는 심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참담하기 그지없다. 내가 아는 이웃으로 공원 가까이 사는 아이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해진 곳에 모여서 집단으로 등교한다. 집에서 정해진 곳까지 가는 것이 문제라는 말도 들었다.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이지만,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에 걱정이다.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정작, 사건을 자세히 안 것은 학교에서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한 이후다. 노보리토역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카리타스학원이라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가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19명이 사상을 입었으며 그중 2명이 사망, 3명이 중상이라고 한다. 카리타스학원은 카톨릭계 사립학교로 좋은 학교인 모양이다. 명문 사립학교는 유치원부터 입학시험을 보고 들어 간다. 그때에 중요한 것은 부모 면접이라서, 일본에서 '오쥬켄'이라고 수험준비를 뜻하며, 무사히 들어가기 위해 엄마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학교에 다니는 집은 부모도 고학력에 집안도 좋다는 걸 뜻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도 다 핸드메이드로 엄마들이 만들어야 할 정도다.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수수함으로 동경의 중류가 지향하는 삶이기도 하다. 사망한 어른이 외무성에 다니는 학부형으로 주소가 내가 이전에 살던 곳과 가까웠다.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사건이 난 지역 주변을 너무 잘 안다. 

 

도리마는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는 일본에서 흔히 나타나는 범죄유형이다. 하지만, 살상을 당하는 것은 항상 약자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라고 하지만, 항상 자신보다 약자를 노리기에 어린아이가 표적이 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여자아이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어 납치에 유괴를 당하는 사건도 자주 일어났다. 초등학교에 난입하는 사건들도 있어서 개방적이었던 학교가 다 문을 잠그게 되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자유롭게 놀던 것도 이제는 불안해서 못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확률이나, 사건이 되는 일은 극히 적지만, 사회 전체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불안해서 아이를 밖으로 내놓지 못한다. 아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부모들도 힘들다.

 

이번 범죄가 '혐오범죄'로 보인다. 부잣집 아이들을 노린, 현재와 미래에 자신보다 좋은 처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었나? 하지만, 상대는 죄가 없는 아이들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칼에 찔린 피해자는 다 여자아이와 여성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일본 사회를 보면 '혐오'가 팽배해 있다. '혐오'의 분출하기 위해 약자를 타겟으로 한 살상 사건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혐오'가 마그마처럼 끓고 있기에 '혐오범죄'로 드러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아는 지역에서, 아이들을 향한 사건이 일어난 걸 보면서 할 말이 없다. 참담하다. 왜, 아이들을 죽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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