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3 도촬 당했다 1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간 더운 날씨였다. 아침에 나가면서 일기예보를 봤더니 최고기온이 29도라고 해서 그다지 덥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역까지 갔더니 만만치 않게 더울 것 같은 예감이었다. 예정대로 학교에 가서 더위 속에서 일을 하고 돌아왔다. 이번 주도 아주 힘든 일주일이었다. 집도 더웠는지꽃병에 꽂았던 수국도 축 늘어져 있었다.
지난주는 바쁜 일주일이기도 했지만,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주 사건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금요일 출근길에 몰카를 당한 것이었다. 전철을 타고 앉으면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을 때는 집중해서 읽기 때문에 주위에 일이 있어도 잘 모른다. 그런 내 눈앞에 카메라렌즈가 있었다. 그냥 목에 걸어 놓고 카메라 렌즈가 내 얼굴 앞에 있는 것이다. 다시 그냥 책을 읽었다. 그런데,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설마, 카메라가 몰카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기분이 나쁘니까,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몰카 당하고 있다는 것이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나이에 몰카나 당하고 있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가만히 봤더니, 휴대폰으로도 나를 찍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휴대폰으로 찍히지 않게 책으로 가렸다. 내가 전철에서 소리를 지르면 주위에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주위 승객이나, 학생들 눈에는 내가 미친 사람으로 보이겠지.
결정적으로 나를 노리고 있다는 확신이 든 것은 옆자리가 비어서 옆으로 옮겨 앉을 때, 동시에 내 눈앞에 있는 남자도 옆으로 움직여서 내 눈앞에 선 것이다. 전철은 전혀 붐비지 않았고 내가 앉았던 자리도 비었다. 역시 나를 노리고 있었구나. 확신이 가는 순간, 맥이 풀리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간에 맞게 역에서 학교까지 가는 버스에 탔다. 버스에서는 전신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휴대폰으로 그 남자를 찍어야 했다.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에 갔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학생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평상시처럼 수업을 못 할 것 같아서다. 만약 내가 전철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내 편을 들어 달라고 했다. 학생들이 동정을 하고 나름 대책을 제시해 준다.
내가 몰카 당한 이유가 있다면, 좀 눈에 띄는 옷을 입었다는 것이리라. 치마 길이도 무릎을 덥고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니다. 좀 특이해서 눈에 띄는 것뿐이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나는지 관심이 대단하다. 남학생, 여학생을 불문하고 관심사인 것이다. 학생들이 너무 심심한 모양이다. 나도 가능하면 수업시간을 즐겁게 하고 싶다. 그래서 옷을 입는데 조금 신경을 쓴다. 전에 검정원피스에 불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었더니, 학생들 반응이 뜨거웠다. 즐겁게 수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원피스에 위에 내가 짠 니트를 입은 것이다. 이 니트는 입으면 반응이 좋다.
200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괜찮다는 실가게에서 산 실이다. 그리고, 닛폰마루라는 배를 타서 일하는 동안에 짠 것이다. 지난 주 화요일에 정말로 오랜만에 지도교수가 강의가 있어서 들으러 갔다. 2001년에 헝가리에 간 것은 지도교수와 같이 간 것이었다. 지도교수를 본 다음이라서 생각이 나서 옷을 꺼내 입은 것이다. 그런데, 몰카를 당한 것이다. 아줌마로 살아가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