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8 더위 먹었나?
오늘 동경 날씨는 아주 맑고 더운 날씨였는 데, 저녁에 소나기가 잠깐 내렸다. 그로 인해 무더움이 조금 가셨다. 지난주에 폭염이 계속된지라, 이번 주도 덥지만 지난주 보다 기온이 좀 내려서 지내기가 수월하다. 그래도 아이스케키를 입에 달고 산다.
지난 주 폭염의 영향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나타났다. 그때는 어떻게 견뎠는 데, 폭염이 일주일 계속된 후에 사람들이 더위에 지쳤다. 학생들 조부모님들이 돌아가셔서 결석도 몇 명이나 있었다. 그래서 리포트를 못 내는 학생도 있었고…
이번 주로 학기말이 되는 수업과 다음 주로 끝나는 수업이 있다. 이번 주에 500명 수업과 오늘 했던 여성학, 노동사회학이 끝났다. 나는 시험을 안 하고 리포트 과제를 낸다. 어제는 500명 수업을 끝내고 수업을 도와준 학생 둘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늦게 점심을 먹고 리포트를 신주쿠역까지 가져다주고 헤어졌다. 이번 학기에는 그 수업이 가장 힘든 수업이어서 골치가 아팠는 데, 어쨌든 학기말이 되었으니 한시름 놨다. 정말로 앞이 막막한 상태로 종강을 맞기도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안 듣던 학생들이 마지막 순간에 숙연해졌다. 나는 강의를 마치고 힘이 빠져서 뒤에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숙연해진 학생들을 보면서 이런 게 보통 수업 상태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을 500명이나 극장에 몰아 놓고 강의를 하라는 건 무리다. 그 극장에서는 보통 콘서트를 하거나, 영화를 보고 영상을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던 데, 나는 자료를 주고 입만 가지고 떠든다.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일본어 능력밖에 없는 학생도 있다. 초등학생 정도 일본어 능력이라는 것은 단지 일본어가 아니라, 지식과 사고능력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강의를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말도 안 되게 아주 생떼를 부려서 나를 곤란하게 한다. 이렇게 학생들을 그냥 담아 놓으면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 물론 나도 아주 힘들다. 힘든 만큼 수업에 성과가 오르질 않아서 화가 난다.
작년에는 같은 과목을 들은 학생이 300명이었는 데, 종강 때 받은 감상문에 한 명도 빠짐없이 내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고맙다고 했다. 어쨌든 마지막에 학생들과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인상적인 코멘트도 있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자.
오늘 수업은 영화를 보는 걸로 끝냈다. 막상 기다리던 학기말이 다가오니, 뭔가 이상하다. 반쯤 넋이 나간 것처럼 정신이 없다. 매주 수업 준비에 쫓기던 긴장감, 수많은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말을 안들을 때는 학생들이 악마로 보이기도 했는 데 아쉽다. 수업이 끝나서 학생들이 쓴 감상문을 읽는 것, 그리고 고민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던 일상이 방학을
맞는다. 아직 방학 준비를 못했다. 방학이 되어야 하지만,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더위를 먹었나?
지지난 주에 입었던 옷들이다. 지난주는 너무 더워서 소매가 없는 옷을 입었다. 우키요에가 프린트된 보자기 두 장으로 윗옷을 만들었다. 레이온 소재라서 선선하다. 학생들도 호평이다. 작년에는 핑크색을 앞으로 해서 입었는 데, 올해는 블루를 앞으로 해서 입었다. 내일은 뭘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