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개질 이야기

푸른 목걸이

2013/10/08 푸른 목걸이

 

오늘 동경은 아주 무더운 날씨였다. 아침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 땀을 비 오듯 흘려서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날씨가 이상한 것이었다. 세상에, 최고기온이 삼십 도였단다.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전철에서 앉을 때도 햇살이 바르지 않은 쪽으로 앉는다. 아무리 전철에 냉방이 빵빵해도 햇살이 비추지 않는 쪽이 훨씬 낮다. 시월 하고도 중순이 가까운 데, 삼십 도라니… 믿을 수가 없다. 날씨마저도 극단적이다

지난 주말을 집에서 푹 쉬었다. 토요일에는 청소나 하고 집에서 빈둥빈둥하면서 지냈다. 일요일에는 빨래를 하고 또 빈둥빈둥하면서 지냈다. 지난 학기에 쓰던 걸 정리해서 버릴 건 버리고 보관할 것은 보관해야 하는 데, 그냥 놀았다. 아니다. 주말에 빈둥빈둥하면서 푸른 목걸이를 떴다. 지금 실이 가는 걸로 뜨고 있어서, 엄청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다 보면 싫증이 난다. 그렇다고 그만두면 지금까지 한 게 아깝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걸 뜨면서 기분전환을 한다.

푸른 목걸이는 밑에 깐 티셔츠와 같이 쓰려고 뜬 거다. 나에게는 이런 색이 잘 안 받는다. 그러나 소재가 아주 좋아서 쾌적할 것 같아 산거다. 여기에 어울릴 색도 어렵다. 아마도 이런 푸른색이 어울리겠지… 가볍고 길이도 조정된다.

푸른 목걸이는 ‘파도’가 모티브다. 푸른 바다를 떠 오지는 못해도 파도의 형상을 따올 수는 있다. 푸른 바다의 파도…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휘감고 다녀야지… 푸른 바다를 그리지만 나는 바다가 무섭다. 바다는 그냥 밖에서 구경을 하는 바다가 아니라, 바닷속에 들어가 뭔가를 생산하는 바다이기에… 내가 그런 일을 한 적은 없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을 안다. 그 옆에서 자랐기에 바다속에 들어간 적은 있다. 그냥 수영을 하는 바다가 아니라, 생활을 위해서 뭔가를 채취해야 하는 바다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한편으로 바다는 아름답다. 수많은 표정을 지닌 바다… 

아무래도 바다가 그리운 모양이다. 그리움을 담아서 목걸이로 만든다. 그러면 헝클어진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그리움으로 헝클어진 마음을 목걸이에 담아 놓는다. 그래 너의 그리움을 형체 화해서 뒀잖아… 푸른 바다, 파도가 그리우면 목걸이를 꺼내 만지면 될까? 언제부터 자신의 심정을 형체화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걸 배웠나. 파도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그 걸 달래는 게 필요하다. 형체화하면서 거기에 일렁이는 마음을 담아간다. 형체가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주길 바라면서… 푸른 목걸이, 파도여…



 

'뜨개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로 갈 수세미  (0) 2019.10.16
부산한 하루  (0) 2019.10.10
자살과 수세미  (0) 2019.09.16
탯줄과 죽음  (0) 2019.09.06
요코하마 전시장  (0) 201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