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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부산한 하루

2015/10/07 부산한 하루

 

요새 동경은 갑자기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해졌고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오늘은 일 교시에 수업이 있는 날이었지만, 수업이 끝나서 도심에 볼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셔츠에 스커트를 입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나갔다. 모양새는 나는 데, 아침은 날씨가 쌀쌀해서 모자를 쓴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일단 옷을 입고 모자를 썼으니 그냥 나가야 한다

수업을 끝내고 그 길로 전철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 가까운 역은 모노레일인데, 10분쯤 걸어서 전철역으로 갔다. 모노레일을 타서 갈아타도 되지만, 불편하다. 오랜만에 동물원 역에서 전철을 타고 신주쿠에 갔다. 신주쿠에서 오래 아는 사람과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오래 아는 사람에게 짠 베스트를 주려고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도 아는 사람은 실을 가져왔다. 다시 뭔가를 짜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나 보다. 내가 거절했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7월에도 두 장인가, 석 장을 짜서 줬다. 마지막으로 여겼는데, 8월 하순 서울에 가기 직전에 실을 보내왔다. 베스트를 짜 달라고…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실을 많이 보내왔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려니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받고 힘들었다

아는 사람은 내가 당연히 짜주리라 여겼나 보다. 이제는 자신의 작품만 만들고 싶다고, 전시회 이후에는 그냥 사람들에게 짜 주는 걸 안 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는 사람에게는 오래 알고 지내서 특별히 한 것이라고…아무리 그래도 7월에서 9월에 걸쳐 도대체 몇 장이나 짜달라고 했는지 냉정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의 걸 공짜로 짜주려고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다. 내 작품을 할 시간 뺏기고, 작품과는 전혀 다른 대가 없는 노동이다. 가만히 세어 봤더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만도 아홉 장이나 짜줬다. 내가 노옌가? 결코 몰상식하고 염치없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보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다. 내가 경험한 일본사람들 의외로 염치가 없다. 안 그런척 하면서 정말 몰염치하다. 오늘 점심도 내가 샀다. 옷도 짜주고 점심도 사주면서 다시 안 봐도 섭섭하지 않게 했다. 근래 나를 만났던 것은 옷을 짜받기 위한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일을 알면서, 왜 그렇게 바래는지, 욕심이 지나치다

영사관에 가서 서류를 준비해서 서울로 보냈다. 우체국에 가서 항공우편과 EMS의 차이를 물었더니 요금이 열 배나 차이가 난다. 배달기간을 물었더니 항공우편이 열흘이나 걸린단다. 그러면 EMS는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일주일이라고… 속달은 없단다. 항공우편으로 보냈다. 동경에서 서울까지 항공우편이 열흘이나 걸린다면, 왜 그렇게 시간이 걸리나? 편지가 혼자서 공항까지 걸어가서 비행기를 타고 세관을 거쳐서 혼자서 걸어서 배달이 되는 시간인가? 믿을 수가 없었지만, 설명하는 사람은 휴일이 끼어서 우편물이 밀렸다, 세관을 통과하는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사항을 깨알같이 설명한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주 단순한 일이 엄청 어렵고 복잡한 사건이 되어간다. 일본에서는 서류 한 장 보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한가해서 그런다. 어제는 휴대폰으로 국제전화를 했다가, 다시 걸라는 안내가 나와 다시 걸었더니, 난데없이 국제통화를 연결하는 오퍼레이터에 연결이 되었다. 국제전화를 하기 전에 등록을 해야 한다고… 인적사항과 주소 전화번호에 다 묻는다. 마지막에 전화요금을 따로 청구하겠다고, 지금까지 국제전화 요금이 따로 청구된 적이 없다니까, 전화가 다르단다. 그러면 전화요금이 같이 청구되는 걸로 걸겠다고 해서 은행이 끝날 시간이 다 되는 데, 통화도 못하고 괜히 내 개인정보만 털리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복잡하다. 지금 시대에 자기 휴대폰으로 국제전화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나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못 믿을 이야기다. 나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집에 와서 수협 본점에 전화했다. 결국, 본점에서는 해결을 못하고 통장을 발행한 곳으로 전화하란다. 그런데, 본점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했더니, 번호가 변경되었다네. 다시 전화를 해서 겨우 연결이 되었을 때는 마감시간이 지났다. 용건을 말하고 필요한 사항을 나중에 메일 하기로 했다. 오늘 집에 와서 보니 해결이 되었단다.

영사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부야역에 왔다. 시부야역에서 이노 카시라선을 탔더니 건널목이 어쩌고 저쩌고 지연된단다. 다른 노선으로 바꿔 타라는 안내가 나온다. 다른 노선으로 타러 나가려고 할 때, 전철이 출발한단다. 나는 또 자살사고인 줄 알고 졸았다. 다행히도 건널목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다른 사고는 아니었단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 산책할 시간이 남아서 저녁 산책을 했다. 공원에서 떨어진 감도 몇 개 줍고, 석양에 후지산이 선명히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내일도 태풍이 온단다. 믿기 어렵겠지만, 동경에는 요새 태풍이 매주마다 오니까, 이번 주 태풍은 내일 온다는 것이다. 태풍이 자주 오는 것도 태풍의 매력을 감소시킨다. 태풍은 태풍답게 가끔 한 번씩 와줘야지… 어떻게 매주 오냐고? 매력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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