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개질 이야기

네팔로 갈 수세미

2014/10/11 네팔로 갈 수세미

 

오늘 동경은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기온도 그다지 높지 않고 좋은 날씨였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빨래를 했다. 빨래를 널고서 내가 덮고 있는 이불과 베개를 햇볕에 말렸다. 친구가 딸과 손녀를 데리고 온다며 재워달라고 해서 담요와 시트를 꺼내서 바람을 쏘이고 먼지를 털어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침구를 다 동원해야 쾌적하게 잘 것이라, 나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주말에서 다음 주 초에 태풍이 다시 일본 열도를 덮친단다. 벌써 오키나와에서 14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태풍인지… 물론, 오키나와에서 그렇게 사납다면 동경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조금 힘이 약해지겠지만, 불안하다. 내일은 외출할 것이라, 이불을 말릴 시간이 없다. 오늘은 도서관까지 산책을 하려다가, 이불을 말리는 날로 정했다

내일은 네팔아이와 친구도 같이 심포지엄에 간다. 친한 친구가 거기서 발표해서 네팔아이에게 인사시키려고 데려간다. 실은, 그 친구가 4년 전에 네팔아이를 부탁하고 호주로 돌아간 것이다. 그 친구언니가 네팔에서 살던 집주인 아들이어서… 요전에 서울에 갔을 때 그 친구를 만났다. 네팔아이 말을 했더니, 그 친구가 네팔아이에게 선물로 시계를 사줬다. 나는 네팔아이에서 선물을 받아왔다면서, 선물을 받아야 되는 건 내가 아닐까 했더니, 네팔아이가 사과를 사서 보냈는지 모른다. 관계는 묘하다

심포지움이 끝나면 네팔아이가 집으로 네팔에 가져갈 짐을 가지러 온다. 친구네도 같이 들이닥치면 좁은 집에서 난리가 나겠다. 네팔아이에게는 자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해야 겠다. 네팔아이도 할 말이 많을 텐데… 집에 공간은 있는 데, 침구가 부족하거든… 그리고 여자들이 있는 데, 다 큰 남자아이가 있으면 불편하니까… 

네팔아이가 고향에 가서 가족과 친척을 만날 때 가져가서 선물하라고 수세미를 만들었다. 백엔숍에 가서 아크릴실을 사다가 색감을 맞춰서 만들었다. 3년 전에 네팔에 가서 네팔 아이네 집에서 지낼 때 보니까, 부엌에서 세제를 쓰지 않았다. 전기를 많이 쓰지 않아 어두운 부엌에 밝고 선명한 색 수세미가 예쁠 것 같아서 밝은 색으로 했다. 거기서 보니까, 밭일을 할 때도 빨강, 노랑, 초록색으로 아주 선명한 색 옷을 입고 팔에는 유리 팔찌를 주렁주렁 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선명한 색상의 옷과 밭의 푸르름이 어울려서 노동을 하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었다. 밭에서 양배추를 캐어서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지고 오는 것에서, 나무를 해서 짊어지고 걷는 사람들에게서도 노동의 고단함보다 삶의 아름다움을 보았던 것은 여행을 하는 자의 오만한 시선이었을까. 어쨌든 선명한 색이 노동에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날이면 날마다 하는 설거지도 밝고 선명한 색 수세미를 쓰면 기분전환이 될지도 모르고, 부엌에 달려있어도 눈에 띄기 쉬우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학교에 가져가서 동료에게 보여줬더니, 동료가 팔아달라고 외친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그냥, 작은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수세미가 벌레처럼 보이기도 하고, 달팽이가 되기도 한다

실과 같이 찍힌 깔게는 필리핀에서 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이 만든 것이라고, 선물 받았다.

'뜨개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라서  (0) 2019.10.22
태풍을 기다리며  (0) 2019.10.16
부산한 하루  (0) 2019.10.10
푸른 목걸이  (0) 2019.10.10
자살과 수세미  (0)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