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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태풍의 눈-고이케 유리코 1

2017/10/07 태풍의 눈-고이케 유리코 1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오다가 나중에 개었다. 어제 아주 추운 날씨에 저녁부터 비가 와서 추웠다. 바깥이 추운 것은 수요일, 목요일이었지만 실내까지 추워진 것은 목요일 밤이었다. 어제도 바깥은 추었지만 교실은 학생들이 있어서 여전히 더웠다.

 

요새 날씨가 들쑥날쑥한 영향인지 아니면 개강을 해서 긴장을 한 탓인지 몰라도 몸이 피곤했다. 개강을 하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바뀌어서 어느 정도 수업 분위기를 잡기까지 힘들다. 대부분 학생들은 괜찮지만, 몇몇 문제학생들과 힘겨르기를 하면서 강의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약간 늦게 일어나서 밥을 하고 생선을 굽고 된장국을 끓여서 상추쌈으로 아점을 거창하게 먹었다. 디저트로 먹을 과일도 호화롭게 북해도산 멜론을 잘라서 먹었다. 그냥 멍하게 쉬다가 오후가 되면서 햇빛이 나서 짙은 색 옷을 빨아서 널었다. 계속 미열이 나는 것 같아 오후에 좀 자고 났더니 입 주위에 열꽃이 피었다. 몸은 좀 가벼워졌다.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다.

 

 

일본 중의원 선거가 10 22일에 있다. 중의원 선거를 둘러싸고 일본 정계는 '여성 정치가'의 동향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알기 쉬운 인물로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다. 참고로 나는 당의 이름을 '희망의 당'이 아니라, '희망이 없는 당'으로 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여성 정치가'의 동향을 보기 위해 배경을 설명하기로 하겠다.

 

중의원 선거는 기본적으로 아베 정권을 연장해서 개헌을 하기 위한 국회 해산이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기에 해산을 한 것이다. 거기에는 제 일 야당인 민진당이 당수였던 렌호 씨가 사퇴하면서 그 후 이당을 하는 등 내부 분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지리멸렬하게 망해간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그동안 블로그에서 소개했지만, 민진당 대표였던 렌호 씨가 표면적으로는 동경 도의원 선거에 패배한 책임을 진 것으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적 논란(그것도 당내에서)이 결정적인 이유로 사퇴를 당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렌호 씨를 사퇴시킨 것이 자민당의 저격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민진당이 붕괴를 초래한 것은 대표를 당내에서 저격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정작 렌호 씨가 물러난 다음 민진당을 이끌어 갈 강력한 리더가 없어서 망한 것이다. 렌호 씨를 뒤이어 민진당 대표가 된 것은 보수계의 마에하라 세이지였다. 마에하라 씨가 간사장으로 앉히려고 했던 '여성 정치가'가 야마오 시오리라는 그야말로 육아에 관해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를 국회에 알려서 유명해진 '실력파'였다. 그래서 정치경력이 짧은데도 주목을 받으며 인기가 올라간 것이다. 민진당 대표에 마에하라 씨가 되면서 간사장으로 야마오 씨를 지명했는데 사양했다. 야마오 씨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에서도 '여성 정치가'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비서를 폭행한 토요타 마유코 의원이 화제에 올라서 매스컴이 들썩거렸다. 이전 스피드라는 오키나와 출신 인기 걸그룹 출신인 이마이 에리코 의원이 '불륜 소동'으로 화제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멤버였던 우에다 다카코의 전 남편 자살이 그녀의 불륜이 이유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같은 그룹 출신이라고 매스컴에서는 덩달아 난리가 났다. 거기에 야마오 시오리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다른 '여성 정치가'가 여성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스캔들로 주목을 받으면서 원래 '여성 정치가'의 입지가 약한 일본 정계에서 '여성 정치가'의 클린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남성 정치가에게 볼 수 있었던 온갖 부정부패에 파렴치한 행각이 지긋지긋했던 사람들이 보면 여성이나 남성이나 다름없이 평등(?)하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인상을 줬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이미지가 실추하는 면이 있다.

  

고이케 유리코에게로 돌아가자. 고이케 유리코는 여성으로서 최초의 동경도지사가 된 것은 작년이다. 당초에 고이케 유리코가 도지사로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이시하라 신타로가 4기라는 장기집권에서 일본유신회에 동참한다면서 도지사를 그만뒀다. 다음은 이시하라 씨와 같은 작가 출신의 이노세 나오키가 동경도지사를 하면서 동경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일으킨 스캔들과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물러났다. 그 다음은 마스조에 요이치였다. 마스조에 씨 또한 불법 정치자금을 비롯한 온갖 스캔들로 해임이 되었다. 고이케 씨가 당선된 것은 전임 도지사들이 정치자금이나 추한 스캔들 등의 반사이익을 얻은 면이 크다. 동경도지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언동이나, 불법 정치자금, 여성문제등 추악한 스캔들에 넌덜머리가 났던 것이다. 동경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도저히 국제무대에 세우기에 부끄러운 남성들이었다. 고이케 씨가 도지사가 된 것에는 동경 도민의 기대하는 '여성 정치가'가 가진 클린한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고이케 씨가 동경도지사가 되자, 당황한 것은 자민당이다.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서 자민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쓰키치시장 이전 문제로 이시하라 시대에 저질러진 부정이 밝혀졌다. 동경도지사가 된 후에 능력을 발휘하면서 도의회에서 지지를 얻어내 올해 도민 퍼스트회(물론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라는 당을 창당했다. 그래서 동경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을 꺾고 최다 의석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자민당에서 아베 일강 체제에 반기를 들 세력이 없다. 아베 정권은 개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학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북한을 최대한 이용해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마저 있다.

 

그런 타이밍에 국회가 해산과 시기를 맞춰서 고이케 유리코가 기다렸다는 듯이 '희망의 당(모체가 도민 퍼스트회라는 것에 당의 지향성을 알 수 있다)'을 창당, 고이케 유리코가 중의원 선거에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거기에는 민진당에서 빠져나가 합류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민진당 대표가 된 마에하라 씨가 아베 정권의 연장을 막겠다는 의미로 '희망의 당'에 합류하기로 합의로 봤다고 한다. 새로 창당한 '희망의 당'이 제 일 야당인 민진당을 흡수 합병하는 식인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당'에서는 민진당을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공인 조건으로 개별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 민진당에서 보수계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갈 곳이 없어진 민진당의 리버럴한 사람들이 '입헌 민주당'이라는 당을 창당해서 대표로 에다노 유키오가 되었다. 에다노 씨는 민진당 대표선에서 마에하라 씨와 겨뤘던 인물이기도 하다. '입헌 민주당' '개헌반대'를 내세워서 자민당이나 희망의 당이 내거는 '개헌'과 맞서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고이케 유리코가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마지막에 가서 출마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력욕과 승부수에 강한 사람이라, 마지막까지 정세를 읽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경도지사가 된 것이 일 년 남짓하다. 고이케 씨의 정치적 수완을 평가받은 것은 동경도지사가 된 이 후이며 동경도의회에서 기반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것이다. 그럼으로 중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동경도를 버리는 것이 되며, 배신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출마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하지 않으면 잃는 것이 많은 것이다. 한편으로, 아베 정권의 연장을 바라지 않는 흐름이 있다. 돌풍이 불고 있는 타이밍을 놓치면 그녀가 총리가 될 찬스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희망의 당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온 사람들이라, 당으로서 뭔가를 하기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 아베 정권의 연장을 막는다면 희망의 당을 중심으로 공산당을 제외한 야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될지도 의문이지만, 아뭏든 고이케 유리코가 이번 중의원 선거에 태풍의 눈인 것만은 확실하다.

 

고이케 유리코의 당선으로 여성 최초로 일본의 지도자가 탄생한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바람직한 정치가가 아닌 것은 유감스럽지만 '여성'이다. 아베 정권의 연장을 막을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찬성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 이상의 '극우'적인 성향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어서 '희망의 당'이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희망이 없는 당'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번 중의원 선거의 최대의 변수는 북한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면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