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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창밖의 가을

2014/11/09 창밖의 가을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가 걷히고도 여전히 흐린 날씨다. 어제도 흐리고 축축한 날씨였다. 흐리고 축축하지만 춥지 않은 이상한 날씨였다. 오늘도 최고기온이 최저기온보다 1도 낮다는, 즉 낮보다 밤이 따뜻하다는 아주 이상한 날씨라는 데…

나는 요새 허리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 뜨개질을 쉬고 있다. 적당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어딘가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대충대충 술렁술렁 일을 못하고 열심히 하는 성격이 원망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열심히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단지 일을 하는 요령이 부족해서 괜히 열심히 하는 것이다.

요즘 쉬는 날은 집에서 먹고 또 먹고 드라마를 보면서 지낸다. 현실도피처럼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우선은 몸을 추스르는 것이 첫째인 것 같아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다르다. 맑게 개인 날씨면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싶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면 이불을 널거나 빨래도 못하고 청소할 의욕도 낮아진다. 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수선을 떨었지만, 이제는 기분이 내키는 대로 한다

그에 따라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블로그에도 쓸거리가 별로 없다. 아니, 쓸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사는 세상이 너무 황량하고, 현실이 슬퍼서 차마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블로그를 써서 해소하는 것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자연도 그 모습을 바꾼다. 내가 사는 곳 창밖에도 완연히 가을이 온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부근은 가을 풍경이 좋다. 전에는 아주 좋았던 가을 풍경이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내서 숲이 빈약해지고 길가는 초라해졌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가을이라는 걸 알려준다. 황량한 마음의 쓸쓸함을 조금 달래주고, 슬픈 현실을 조금 잊고 마음을 추스르게 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

창밖에 큰 나무가 있다. 가로수이지만 나무가 크고 울창해서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그늘이 진다. 가을이 되었으니 나뭇잎이 노랗게 색이 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같은 나무이지만, 날씨와 빛에 따라 달라 보인다. 맑은 날에는 빛을 받아 맑은 표정이, 흐린 날에는 흐린 날 표정으로 운치가 있다. 새가 와서 지저귀면서 작은 변화도 보여준다. 이런 걸 즐길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낙엽이 지고 나뭇가지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면 맑은 날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흐린 날에는 좀 더 춥게 보이겠지

짧은 가을을 즐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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