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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크리스마스날에 쇼핑

2015/12/25 크리스마스날에 쇼핑

 

오늘 동경은 대체로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날씨가 따뜻하다는 것은 맑기도 하지만, 최저기온이 높다는 의미다. 최저기온이 10도 가까운 포근한 날씨였다. 그저께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밤에도 비가 와서 아주 추운 날씨였다. 어제는 날씨가 맑고 따뜻한 날씨여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지난주에 걸레질을 안 하고 지냈더니 먼지가 쌓여서 스트레스였다. 지난 주말은 학생들 수업태도 때문에 고민하느라고 푹 삭았다. 화요일에 종강을 해서 아무래도 피곤했다. 그래서 하루는 폐인처럼 집에서 맥없이 뜨개질에 열중해서 지냈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 크리스마스 이브는 나에게 별 상관이 없이 지나갔다. 아니다, 베란다와 유리창까지 청소를 깨끗이 했으니까 나름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예상으로는 후배네 가족과 같이 교회에 예배를 가려고 했는데… 후배에게 연락해서 조정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청소하는 날이 되고 만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고 집에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쇼핑을 가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오면 물건 값도 비싸지고 살 것도 적어진다. 방학이 되어 집에서 지내니 먹을 것은 더 많이 필요하다. 일을 나갈 때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금씩 사 온다.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사 오는 것이다. 살 것들이 있어도 쇼핑을 나가기 싫어서 안 사고 지냈다.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방에 콕 박혀서 밖에 나가질 않는다. 연말연시라 도서관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식량조달이 필요하다. 다행히 날씨가 좋으니까, 재빨리 한바퀴를 휙 돌려고 나갔다. 먼저, 가까운 농가에 가서 야채를 사러 나가면서 우체통을 봤더니, 친구가 구운 쿠키가 들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나도 나가면서 친구네 우체통에, 내가 담근 예쁜색 피클을 한 병 넣었다. 피클은 그냥 준비했던 것이다. 친구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은 따로 준비했는 데, 포장을 못했다. 다른 기회에 줘야지. 농가에서 무우와 가는 파를 한 단 사다가 집에 놓고 나갔다. 피클병 사진이 조정이 안된다. 피클이 쏟아질 것처럼 보인다

작년에 사서 집에서 입는 옷이 아주 좋다. 오늘 쇼핑의 목적은 그 걸 다시 사는 것이었다. 미쓰코시에 있는 무지에 다시 사러 갔다. 소재가 꼭 같은 걸 사야지, 비스무리한 것은 안된다. 모처럼 간 것이라, 몇 장 골랐다. 내 걸 사면서 생각했더니, 아는 분들께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사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정신없이 지내느라,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실은 뭘 선물하면 좋을지 잘 모른다. 내가 써보고 좋아서 한 분께는 작년에도 터틀넥으로 드렸다. 올해는 터틀넥이 아닌 걸로 티셔츠를 사고, 터틀넥은 검은색 밖에 없어서… 같은 소재로 레깅스도 샀다. 티셔츠도 좋지만, 레깅스가 아주 좋았다. 위로 길게 올라오고 다리도 14부라서 아주 따뜻하다. 배를 덮어주고 발목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 훨씬 따뜻하다는 걸 알았다. 작년에 같은 걸 산 것은 우연이었다. 이런 스타일이 찾아도 잘 없다. 내가 입어보니까 따뜻하고 쾌적해서 친구에게도 권했을 정도다. 포장한 것은 선물이고 포장 안 한 것은 내 것이다. 고마운 분들께 전하는 작은 마음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한꺼번에 사서 쓰는 편이다. 유니크로의 히트택이 좋다고 해서 히트택도 몇 장, 다른 것들도 몇 장씩 갖고 있다. 좋다면 사서 써본다. 그다지 비싼 게 아니니까… 유니크로 히트택보다 이게 훨씬 따뜻하고 쾌적하다. 아무래도 천연소재여서 그런 것 같다. 거의 면에 울이 조금 섞인, 폴리우레탄이 6%란다. 우선 입을 때 차갑지 않아서 좋다. 이번에는 번갈아 가면서 입으려고 몇 장 샀다. 실은 그 가게에 있는 L사이즈는 다 사고 말았다. 히트택이나 다른 것은 필요하면 입지만, 기분이 별로다. 이 걸로 겨울을 날 것 같다. 작년에 산 걸 입으면 쾌적하고 따뜻하니까, 벗기가 싫다

프라이팬을 사려고 봐 둔 것이 있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것과 코팅이 없는 오목한 것뿐이다. 중간 크기에 괜찮은 것이 있어서 사러 갔더니 없다. 할 수 없이 티팔을 샀다. 크기가 적당해서 쓰기로 했다. 전에 샀던 것은 헨켈이었는 데, 무겁고 싸구려와 별차이 없이 얼마 안 쓰고 눌어붙었다. 돈을 좀 더 내면 그만큼 일을 해야지… 실망이었다. 무지에서 선물을 포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니까, 백화점 식품매장에 가서 과자를 샀다. 과자를 사러 가끔 갔는데, 요새는 통 가질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가레트를 많이 이 건 먹은 적이 없지만 괜찮겠지? 별 생각없이 건포도, 오일코팅이 안된 걸 덜컥 샀다. 1키로 가까우니 무겁네. 옆 가게에서 프라이팬도 사고 다시 무지로 올라갔다. 산 게 많아서 부피가 크다. 가방을 작은 걸로 바꿔 달라고 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선물이 구겨져도 어쩔 수가 없다. 아직 쇼핑의 시작이니까.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서 카드를 긁었다

다이소에 휙 들러서 수세미와 건전지를 샀다. 어제 고구마를 찌다가 냄비를 태웠다. 거기에 소다를 넣고 끓여서 두면 벗겨진다기에 그대로 했다. 하루를 기다려도 벗겨지지 않더라. 수세미로 벗겨냈다. 첫 번째 마트에 들러서 사과와 치즈에 참기름, 인스턴트 커피 두 병, 야키소바 한 봉지를 샀다. 이 단계에서 짐이 벌써 꽤 무거웠다. 그렇지만 정작 필요한 야채나 과일은 부족하다. 두 번째 마트에서 사과를 세 개에 귤을 한 봉지, 당근을 좀 많이 샀다. 큰 토마토도 세 개, 서양배 네 개, 고구마도 사고 싶었지만 안 샀다. 짐을 들고 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토마토가 눌리지 않고 서양배도 눌리지 않게 신경 써서 패킹해 집으로 날아왔다. 고구마를 안산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고구마를 샀더라면 길가에 주저앉았을 것이다. 오도가도 못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했겠지… 쇼핑도 가끔 해야지, 오랜만에 가니까 이런 사달이 나는 것이다

오전에 나갔는 데, 쇼핑에서 돌아오니까, 늦은 오후가 되고 말았다.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야키소바를 만들어 먹었다. 농가에서 산 배추에 아침에 산 가는 파를 많이 넣었다. 배추와 파가 정말 맛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신문을 읽으면서 쉬고 있으니까. 네팔아이가 전화했다. 진로상담이다. 한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호텔에 취직이 정해졌지만 호텔은 가기 싫단다. 그래서 인도계 IT회사는 어떻겠냐고, 취직하면 인도에 가서 3개월 연수를 받는단다. 나는 연수로 IT를 배우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으니까, 그 게 좋겠다고 했다. IT회사에 취직할 준비를 열심히 하자고 했다. 아이가 고생한 보람이 있어야지, 그 아이가 다니는 대학을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 대학에 등록금을 내서 뭘 배웠냐고? 그 아이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너무도 미미하다. 시간과 돈 낭비에 가깝다. 대학이 사기치는 것 같다.

실은 살 것을 다 못 샀다. 날씨도 따뜻하니까, 저녁에 다시 마트에 갈까 생각했다. 쌀도 없고, 닭도 사고 싶었다… 쇼핑을 하려면 끝이 없다. 크리스마스 날에 몰아서 쇼핑을 했다. 그래도 필요한 걸 사서 기분이 좋다

오늘도 단풍을 보면서 가을이 끝났구나 했더니,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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