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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마스크 대란, 한국과 일본

오늘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지인은 예전에 일본에서 살다가 서울로 돌아가서 일본 사정에 대해 좀 알고 있다. 지인은 서울에서 마스크를 사기가 줄 서야 하고 힘들다고 한다. 나는 마스크를 살 수나 있으니 다행으로 알라고 했다. 동경에서는 1월 말부터 지금까지 마트에 간 때마다 마스크가 있는지 보지만 볼 수가 없었다. 줄이고 뭐고 사질 못한다. 주위 사람들은 보면 가족을 동원해서 입수하고 마스크 입수 작전이 펼쳐져서 어떻게 하는 모양이다. 서울의 지인이 여기는 그렇지는 않아요. 동경은 마스크 만이 아니라, 휴지도 동이 나고 쌀을 사재기하고 난리가 난리가 아니다. 나는 매일 뉴스를 보고 지내는데 요전에 창고형 마트에 가서 휴지류가 동이 난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일본에 전쟁이 났나? 나는 어디에 살고 있나 싶었다. 휴지류가 동이 난 게 아이들 기저귀, 여성의 생리대, 노인들 기저귀까지 동이 났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지인이 어머나, 거기는 왜 그래요? 한다. 내가 한국 뉴스를 쭉 보고 있는데, 지금 마스크가 어쩌고 저쩌고 하잖아, 한국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마스크까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일본에서 보면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 행복한 줄 알아야 해. 한국처럼 정부가 국민들 떠받드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어. 일본은 정부가 국민을 버리고 있잖아. 일본에 고령자가 얼마나 많은데, 국민의 3분 1이 고령자인 초고령화 사회인데, 고령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데, 정부에서 하는 처사가 마치, 재수가 없어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죽어야 하는 느낌을 받아. 정말 화가 나지만 화도 못내. 내가 일본 사정을 얘기했더니 지인이 기가 막혀한다. 지금 일본이 옛날 일본이 아니야.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불안한 계층이 또 하나 있다. 의료보험에 들지 못한 사람과 의료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로 취약계층이다. 만약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어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걸로 보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에 들지 못한 사람 통계는 아직 보지 못했다.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국적으로 의료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세대가 15%라고 한다. 그 중에서 동경도가 22.3%로 가장 높다. 의료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 세대 3분 1에게서 의료 보험증을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빈곤율을 15%로 치고 그중에서 생활보호를 받아 의료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214만 명(2017년 후생노동성 발표)을 빼면 실질적으로 생활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의료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 속한다. 아예,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장 힘든 사람은 뺀 것이다. 고령자는 그래도 불안하다고 혼잣말이라도 하지만, 의료보험에 들지 못하거나, 보험료를 체납한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있어도 사기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기사를 볼 수가 있다. 일본에서 그런 마인드 자체가 빈약해서 국가나 사회에서 취약계층을 챙기지 않는다. 

 

오늘 동경은 촉촉하게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비가 와도 기온이 낮지 않아서 그다지 춥지 않았는데 밤이 되니 춥다. 오늘 블로그에 쓰려고 준비한 토픽이 있었는데, 다음에 쓰고 서울에 사는 지인과 통화한 내용을 쓰기로 한다. 

 

이번에는 한국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내가 동경과 서울을 왕복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있잖아. 내가 사는 주변에서 보면 그렇게 가난한 동네가 아니거든, 도시락도 저녁 시간이 되면 할인해서 가격이 매우 싸져. 근데, 도시락을 사는 곳에 가면 사람들이 많은데 보기에도 가난하고 피곤한 티가 많이 나. 나는 연구하느라고 일본에서 빈곤지역을 몇십 년이나 다닌 사람이지만 자기가 사는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아주 불편해. 그래서 도시락을 파는 곳에는 가지 않기로 했어. 서울에 가서 잘 사는 동네가 아니어도 주부들이 소비하는 걸 보면 10만 원정도는 아무 생각도 없이 쉽게 쓰더라고. 여기서 천 엔을 쓰는데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 일본 사람들이 은근히 허세가 아주 심한데, 이제는 허세를 부릴 수가 없어. 한국에서는 일본 사람들이 있어도 근검절약해서 그런다고 할지 몰라도 그게 아니라, 쓸 돈이 없어서 그런 거야. 

 

지인에게 자기는 일본에서 괜찮은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를거야. 나도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모르거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최소 중류층이잖아. 그 중류층의 생활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니까. 지인도 서울에서 결코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도 가끔 오고 해외여행도 나간다. 일본에서는 그 정도 생활을 하는 것은 아주 여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외국에 자주 장기로 여행을 한다. 근래는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면 사람들이 부자인 줄 안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지금 일본에서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살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 의식이 한국은 아주 국제적으로 넓어졌다면 일본은 반대로 아주 쪼그라들었다. 

 

내 주변의 구체적인 마스크 사정을 보면 가장 가까운 이웃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마스크를 항상 많이 사서 두고 있다. 지금도 비축했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참고로 일본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많아서 보통 2월 중순부터 마스크를 많이 쓰거나 사람에 따라서는 일 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사람이 허다하다. 다른 이웃은 가족을 동원해서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해 가능한 방법으로 마스크를 입수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능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낼 수 있게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지 않고 마스크를 하루만 쓰는 것이 아니라, 빨아서 며칠 쓰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은 2월 초에 마스크를 사러 주변, 버스와 전철을 타고 멀리까지 가서 마스크를 사 왔다고 한다. 마스크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지인이 구체적인 정보를 줬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때 마스크를 사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요전에 만난 친구는 일본 대학원 높은 직책에 있는 교수다. 남편은 그 업계 셰어 세계 1위 기업 중역이었는데 은퇴했다. 남편이 마스크를 사러 매일같이 약국을 돌아가며 문 여는 시간에 줄 서서 사 모아서 앞으로 3개월 정도 쓸 여유가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약국에 조금씩이라도 들어왔는데, 요즘은 아예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강아지 산책에서 만나는 이웃이 손자가 보육원에 들어가는 준비로 이불 커버를 만드느라고 유명한 수공예품 재료를 파는 유자와야에 갔다. 귀여운 프린트 거즈를 사려고 했더니 한 사람 당 제한이 있어서 아기 이불 커버 반 분량밖에 살 수가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마스크 재료로 쓸 수 있는 천은 다 나가서 물량이 달려서 사람당 제한한다. 거즈만이 아니라, 요새는 고무줄도 없다고 한다. 나도 들었다고 시중에는 마스크를 만들 천과 끈으로 쓸 고무줄도 동이 났다. 프린트가 있는 거즈는 보통 마스크를 하지 않을 텐데, 팔아주지 않더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정도 뉴스에 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르다가 사러 가서 알고 깜짝 놀란다. 세상에 지금 무슨 난리가 난 걸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일본 사람들은 전쟁 때와 그 후에 굶고 배급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 배급이라든지, 수량 제한과 같은 궁핍함에 트라우마가 있다.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에 공포를 느껴서 재빨리 사재기를 한다. 지진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 이웃이 요전에 가까운 마트에 가니까, 화장실 휴지가 있어서 두 개를 사서 오는데 사람들이 보고 사재기한다고 눈총을 받을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말을 듣고 내가 가족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했다. 사실이 그러니까. 시내에 사는 딸이 휴지가 떨어져 마지막 한 롤 밖에 없는데 가까운 데서 볼 수가 없다고 전화가 왔다고 한다. 집에 두 개 샀으니까, 주말에 와서 가져가라고 했단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서 시내에서 집까지 오는 교통비보다 휴지값이 훨씬 싸다. 하지만 휴지를 살 수 없으니 비싼 교통비를 들여서라도 가지러 와야 한다. 휴지는 일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물량이 충분히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마스크의 경우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국내 소비 4분 3은 중국에서 수입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정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안정되어 가고 있어서 마스크 생산이 정상화되면 물량이 공급되니까, 4월이 되면 마스크를 살 수가 있지 않겠냐는 남의 일 같은 발표를 했다. 지금 3월 초순인데, 4월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마스크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수요량이 증가한 것을 감안한 계산이 아니라, 코로나19가 없는 평소 수요량을 기준으로 발표했다. 수요량을 예측하는 복잡한 계산이 아닌 산수 레벨에서도 말이 안 되는 계산이다. 전문가나 관료가 예측하고 계산해서 스가 관방장관이 발표하는 내용일 텐데 초등학교 저학년 레벨도 안 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중국이 생산하는 마스크는 세계적인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일본에 물량이 안 들어올지도 모른다. 한국처럼 5부제? 일본 정부는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공급하려는 노력을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마스크 물량 공급에서는 스가 관방장관이 중국이 코로나19가 안정되어 간다고 했는데 며칠이 가지 않아 아베 총리가 한국과 더불어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를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손발이 안 맞는 엇박자 발표를 연달아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신뢰가 가질 않는다. 

 

한국 신문, '세계일보'에 [일본은 마스크 5부제 안해도 1인 1매 구매한다.. 시민의식+]라는 기사를 읽고 열 받고 말았다. 1인 1매라도 약국이나 마트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월 말부터 마트에서 마스크를 본 적이 없다. '시민의식'이 어떻다고? 정말로 웃기는 소리다. 국민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려고 애쓰는 한국 정부를 까고 한국 시민을 까려고 일본 시민을 들먹였다. 사실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외에 사재기를 하고 난리 치는 일이 없다. 한국 시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 시민의식이 일본에 뒤떨어진다고? 정말로 일본에 살아보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일본 사람들 정부를 신뢰할 수도 없고 오죽 불안했으면 화장실 휴지에 쌀에 인스턴트식품에 온갖 것을 사재기하겠냐고? 

 

마스크보다 더 부족한 것은 소독제 종류다. 소독제는 말할 것도 없고 소독할 수 있는 물티슈는 마스크가 부족하기 훨씬 전부터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소독제는 포기하고 손을 씻는 세정제나 소독 비누를 찾아도 없다. 일본에서는 보통 각 가정과 직장에 손 세정제를 세면대와 부엌에 비치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코로나19가 없어도 필수품이다. 목욕을 할 때도 고형 비누가 아니라, 액체 물비누를 쓴다. 보통 고형 비누를 쓰면 세면대나 목욕탕에 때가 낀다고 청소하기가 귀찮은 이유도 있다. 소독제나 손 세정제, 소독 비누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인데도 수요을 따라가지 못해서 온 가족이 가도 어쩌다 소독 비누를 하나 밖에 살 수가 없다고 한다. 한 달 이상 넘어 가는데 한국 같으면 벌써 해결했을 것이다. 소독제나 세정제, 소독 비누가 부족해서 속이 타는 것은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다.  주변에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서 들어서 알지 일본에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갑자기 일본 입국 금지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 글쎄 말이에요. 깜짝 놀랐어요. 내가 친한 이웃에게 한 말이 "집을 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여차하면 일본에서 나가야 할 경우 집이 있으면 골치가 아프다"라고 했다. 정말이다. 일본 정부가 생각 없이 내린 결정이 일본에 사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송두리째 흔들어서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모를 것이다. 한국에서는 불만이라도 말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그런 자유가 없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를 정도다. 한국의 지인이 말하는 불만을 듣고 일본의 상황을 말하다 속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지인도 일본 상황을 듣고 한국은 그런 일은 없다면서 한국이 훨씬 좋네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