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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아베 총리의 긴급 회견

저녁에 유튜브에 갑자기 아베 총리의 코로나19 사태에 관련해서 긴급 기자회견 라이브 중계를 하고 있다는 영상이 떴다. 토요일, 주말 저녁에 긴급 기자회견이라니 뭔 일인가? 설마 어제 '특별 조치법'이 통과했다고 '긴급 사태 선언'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봤다. 지난번 기자회견이 기자회견이 아니라 미리 짜인 각본처럼 기자들의 질문을 먼저 받고 그에 맞게 준비한 답변을 읽었다. 기자회견도 기자 얼굴도 보지 않고 쓰인 것을 읽는 낭독처럼 진행되었다. 마지막에는 기자회견을 하다가 시간이 되었다고 기자들을 무시하고 그냥 나가버려서 비판받았다. 오늘은 지난번에 비판받은 걸 의식하는 모습이 보였다.

 

먼저 어제 '특별 조치법'이 통과해서 필요에 따라 '긴급 사태 선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관해서는 현재 '긴급 사태 선언'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일본은 코로나19에 아주 잘 대처하고 있어서 한국이나 중국, 이탈리아, 유럽처럼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 않다. 한국에 특별히 강한 악센트를 넣은 발음한 것에 의도가 담겼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본도 현재는 하루에 6,000건 검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크루즈선에 대해서도 일본은 최선을 다해서 도왔다고 잘했다는 것처럼 말했다. 일본인 승객이 많았는데 돕다니, 자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도 않았고 감염을 증폭 확산시켰다. 나중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에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긴급 경제 대책을 마련한다.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할 것이다 는 등이었다. 하루에 6,000건 검사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하루에 몇 건 검사하는지,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사한다는 언급이 없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느끼는 불안감과 체감하는 경제적인 영향에 대해 안심시키는 내용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기자회견을 했지만 듣고 있으면 화가 나서 참기가 힘들다. 메모를 하면서 들었지만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진정성이 1도 없는 공허한 언변에 대해 폭력적인 충동을 느낀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 속이 뒤집히고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서 기자회견을 본 것을 후회했다. 아베 총리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히고 화가 나고 힘이 빠져서 우울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오는 걸 봐도 아베 총리를 응원하거나 한국과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도 소수 있지만, 대부분의 반응이 아베 총리를 조롱하는 것이었다. 그 실시간 반응이 기자회견 중계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지워진 것을 보면서, 이건 뭐지? 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충분히 받지 않고 끝내려 하자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거친 태도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스컴이 보도하는 아베 정권 지지율과는 다른 현실적인 반응이 실시간 댓글과 기자들의 태도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대학에서 느끼는 아베 정권 지지율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보인 실시간 반응과 기자들의 태도에 가깝다. 극히 일부 학생이 아베 총리를 열렬히 지지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아베 총리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지지율 조사에 나오는 숫자가 현실감과 동떨어져 높게 느껴진다. 매스컴의 보도는 아베 총리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나는 TV가 없다. 10년 이상 TV가 없이 살고 있다. TV를 없앤 이유는 일본 정치가들이 TV에 나와서 하도 오만방자하게 구는 꼴을 보다가 TV를 부수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국민이 보고 있는 TV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오만방자한데 카메라가 없는 데서는 어떨까? 생각하니 보지 않는게 내 정신건강을 위한 것 같아 TV를 없앴다. 정치가만이 아니라 코미디언이나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개그로 약자나 여성비하, 이지메를 하면서 웃음을 산다. 한류가 유행하고 나서는 한류의 팬인 중년 여성, 아줌마를 마치 공공의 적이나 되는 것처럼 공격 대상으로 삼아  비하하는 걸 보기가 싫었다. 그 후에는 아예 그런 경향이 정착하고 말았다. 

 

오늘 동경은 춥고 비가 왔다. 오후가 되어서는 비에서 눈으로 바뀌어 한참 눈이 오다가 나중에 비가 되었다. 눈이 많이 왔지만 지면에 닿으면서 녹아서 쌓이지는 않았다. 최고기온이 9도였지만 더 추운 날인 것 같다. 3월 중순에 눈이 오다니 바로 엊그제 20도가 넘었는데 다시 겨울로 돌아간 느낌이다. 지난 겨울이 아주 따뜻해서 이번에 벚꽃이 기상을 관측한 이래 가장 일찍 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지역에 따라 언제부터 피느냐는 지대한 관심사다. 일기예보처럼 벚꽃 전선에 관한 뉴스를 매일같이 전한다. 모두가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일 것이다. 동경에서는 코로나19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깜깜이라 불안해서 외출도 못한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중에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2주가 고비라고 해서 2주가 지났다. 그 결과 어떻다는 말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외출을 자제하고 조심하라는 것 밖에 없다. 학교가 언제 재개될지,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말을 듣다 보면 국민들과 공감하려는 자세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얼마나 불안한지,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어 있는데 위로할 마음이 없다. 외출을 자제하고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 생활을 하면서 조심하는 사람들에게 염장을 지른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기에 따라 전달되는 게 다르다. 

 

오늘 오전에 뉴스에서 WHO의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코로나19를 잘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선두에 서서 정부가 단결해서 대처한다. WHO가 특정 국가 지도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칭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그것만 봐도 일본이, 아베 총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참 재미있다. 일본 내에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을 WHO가 평가하다니, WHO가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것 같다. 

 

또 다른 기사는 '여성 세븐'이라는 여성 주간지에 실린 내용이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일반 국민에게는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라면서 정작 총리는 매일같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거듭하고 있다. 1월 15-3월 8일 사이에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식이 35회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긴박해진 시기 2월 16일 이후 3주에 걸쳐서도 회식이 8회였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책회의에 출석하는 시간은 짧으면서 회식에는 장시간을 쓴다고도 한다. 코로나19에 대해 갑자기 휴교 명령을 내려서 일본이 발칵 뒤집힌 날, 2월 29일에도 아베 총리는 모테키 외무상과 친구들이 가나가와현에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경제지나 남성지가 아니라, 여성 주간지에 실렸다는 게 흥미롭다. 

 

유튜브를 보려면 내각부에서 띄우는 주의가 뜬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봤다. 코로나19에 대한 주의 등이다. 일본어 버전이 있고, 영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이 있다. 한국어 버전은 없었다. 보통 일본에서 전철 안내에도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뜬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게 중국인, 한국인 순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중국인, 한국인 순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코로나19 주의사항 안내에 한국어 버전을 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각부에서도 이렇게 대놓고 한국이 싫다는 걸 드러내도 되는지? 역시, '혐한' 정권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 코로나19로 불안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일부러 염장을 질러서 화가 나고 스트레스받아서 일시적으로라도 코로나19를 잊게 하려는 깊은 배려심이었을까. 근데 몸에서 힘이 빠지고 우울해지면 우울증이 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를 보고 있으면 없는 병도 생기고 자신도 모르게 잠재적이었던 폭력적인 성향도 일깨워준다. 아베 총리 자체가 특수한 재능의 소유자라서 아베 총리를 지켜보는 것 자체를 삼가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일본에 살면서 수많은 총리대신을 봤지만 아베 총리처럼 희안한 캐릭터도 처음으로 보는 정말로 드문 캐릭터다. 우주에서 왔나?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코로나19 검사키트 100만 개를 기부한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아 철회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100만 기부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노인이나 장애자를 돌보는 케어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벌써, 마스크 메이커에 주문을 했다고 한다. 거기에 달린 댓글도 주로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마스크가 독점되어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등이다. 마스크를 사서 비축하거나 반출한다면 모를까, 같은 나라,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써야 할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배부한다. 배부받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않게 되니까, 결국 총 마스크의 양은 같다. 같은 물량에서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차이다. 손회장의 마스크를 기부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조선인' 출신이 통 큰 선행을 하는 손 회장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보인다. 자신의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사회가 엄청난 재난을 맞아 사회의 선순환을 위해 선의로 기부하는 것도 반대하고 막는 걸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일본사회가 그렇다. 한국에는 동냥을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동냥을 주기는 커녕 쪽박까지 깨고 짓밟는다. 그것도 '선의'를 가장한 이유로 깬다. 그런 것이 돌고 돌아 결국 사회를 빈곤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손 회장의 마스크 100만 장의 기부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위해서 정말 감사하다. 

 

온라인으로 일본 뉴스를 보면 코로나19에 관한 것은 정말로 찾아서 봐야 할 정도로 적다. 단신으로 나오지만 착실히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다. 유럽에서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나 정치가들도 감염되었다.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 상황인데 애써 일본만 특별히 코로나19가 감염 확산하지 않는 것 같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점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전염병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은 아닐 텐데. 이런 상태에서 올림픽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점점 모든 일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점점 더 키우는 쪽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3월 중순에 동경에 내리는 눈처럼 코로나19로 억눌린 현실이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눈이 지면에 닿기 전에 녹은 것처럼 코로나19도 어디선가 녹아 없어졌으면 좋겠다. 

 

다른 글을 쓸 작정이었는데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고 열받고 속이 뒤집혀서 다른 글을 쓸 정신이 없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서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유튜브에 이탈리아에 있는 사람 영상을 봤다. 집에서 음식과 물도 아끼는 생활에 들어갔다는 걸 보면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 저렇게 극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차분히 현실을 직시하며 견디고 있는데, 아베 총리 기자회견을 보고 우울해 있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눈이 오는 걸 찍었지만 사진에는 보이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지면에도 눈이 보이지 않았다.
공원에 핀 목련이 눈으로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