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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지금은 전시회 중

2016/03/12 지금은 전시회 중

 

오늘 캔버라는 아침에 맑게 개어서 햇빛이 강하게 내려 쬐기 시작했다. 늦더위에 햇볕이 강하다는 것은 결코 고마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전시회 중이다. 작품을 전시한 것이 그저께,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그저께 밤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어제가 오프닝이었다. 아는 사람이 적은 곳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열린 것이라, 사람이 적었다. 시간에 맞춰서 온 사람도 있기는 있었다. 어제 재미있었던 것은 ANU에서 텍스타일을 공부하고 있다는 학생이 흥분해서 달려와 작품이 굉장하다면서 얼싸안고 난리를 쳤다. 그 옆에 앉았던 아저씨도 자기 엄마가 했던 뜨개질 이야기를 하면서 끼어들었다. 남자가 뜨개질에 관해 자세히 말을 한다. 엄마와 가까웠다면서… 학생은 나를 인터뷰하고 가면서 ANU에서 웍샵을 해달라고 학교에 가서 결정권이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한다며 갔다. 너무 흥분해서 떠들어서 갑자기 피곤하다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자극을 줬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2년 전에도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방방 뜨고 흥분을 했다

그 전에는 이번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친구의 영어 선생님이 오셨다. 말을 나누다 보니 시간차가 있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다른 시간에 다른 걸 연구하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 저녁에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내용으로 소개하고 안내하는 메일을 보내 주셨다. 나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관심이 있을 것 같은 내 논문도 링크해서 보냈다

전시회를 하는 곳은 잘 알려진 문화적인 공간이다. 전에는 책방이었고, 지금은 카페에 전시회를 하고, 밤에는 콘서트를 한다. 카페에 온 다른 사람들도 작품을 보고 인사를 한다. 어제는 거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작가라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어제 처음으로 가격표를 붙였다.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 시드니에서 초대를 받았을 때도 가격을 냈다. 그 때는 내가 낸 가격에 캘러리에서 커미션을 합한 금액을 붙였다. 이번에는 내가 작품 사진에 가격을 썼다

내가 산 재료와 작품을 한 정당한 시간에 저렴한 시간급을 합해도 가격이 엄청나다. 그래서 이번에는 재료값을 빼고 시간을 미니멈으로 계산해서 저렴한 시간급을 곱한 금액으로 했다. 커미션도 뺐다. 완전 바겐세일인 것이다. 어제 ANU학생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얼마냐고 물었다. 학생이라도 알 것은 안다. 금액을 말했더니, 비싸지 않다고 했다. 그럼, 아는 사람에게는 싼 것이다

오늘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캔버라 전시공원에서 핸드메이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걸어서 갔다 왔다. 전시회 장에서 뜨개질한 작품을 낸 곳이 딱 하나였다. 아주 클래식한 패턴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 들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좀 올드한 것들이다. 거기서 가격을 봤다. 가격은 두 종류였다. 털실과 패턴을 파는 가격과 옷을 파는 가격이었다. 재료값이 7분의 3이다.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 그러나,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단지, 그런 옷을 입겠느냐가 문제다. 내가 뜬 것들은 패턴이 없이 하나하나가 다르다. 재료값을 뺀 가격을 냈으니 싼 가격이다. 바겐헌터인 내가 살 가격을 붙였으니까…

특히 캔버라와 관련이 있는 것은 캔버라 사람들이 입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좀 더 싸게 했다. 그 마음이 통 할지는 몰라도, 그냥 그렇게 했다.

2
년 전에 아는 친구가 내 작품을 사겠다고 했다. 가격을 말하기가 참 곤란했다. 뜨개질을 좀 알면 괜찮지만, 모르면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300불이라고 했다. 친구는 약간 놀랐지만, 300불을 줬다. 그 친구에게 신세를 진 보답으로 베스트를 하나 짜주기로 해서 친구에게 재료만 사달라고 했다. 재료를 사서 영수증을 줬다. 재료값이 거의 300불이었다. 친구는 그때에 내가 받은 돈이 아주 적은 돈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에게 남겨먹는 사람이 아닌 게 되어 다행이다

그러나 자신이 한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에 쫄면 안될 것 같다. 시간급도 최저로 했는데, 시간계산도 적게 하고 그 비싼 재료값도 안 받고, 커미션도 계산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것도 일을 해가면서 방침이 정해지겠지… 과도기다.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전하느냐.

이번에 가져온 것은 지난 2년 동안 작업을 한 것이 중심이지만, 지난 번 전시회에서 반응을 보고 너무 새로운 것은 거부감이 있을 것 같아 대표적인 걸 빼고 왔다. 대표적인 걸 가져왔어야 했다는 걸 알았다. 누구와도 다른 내 것을 보여줘야 했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새롭다’는 것이다. 괜찮다고 꼽는 곳에서는 바로 자기네에서 웍샵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제의를 다 받아들이진 않았다

캔버라에서 전시회를 하는 일이 다시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긴 인연을 가졌으니까, 헤어질 때도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지금은 전시회 중이다. 15일 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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