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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버섯과 고사리모자

2014/03/04 버섯과 고사리 모자

 

오늘 캔버라는 아침에 잔뜩 흐렸다가, 지금은 구름이 예쁘게 떠있는 선선한 날씨다

어제 블로그를 쓰고, 아트갤러리에 사진을 첨부한 메일을 보내려고 NLA (국립도서관)에 왔다가, 카메라 건전지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했다. 그 대신 친구를 11시에 만나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2시 반에 다시 한 사람을 더 만났다. 다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캔베라가 좁은 동네다. ANU(호주 국립대학)와호주국립대학)와 NLA 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한 곳에서 만난 사람은 다른 곳에서 또 본다. 그러고 나서 또 한 명의 친구를 만나서 뜨개질을 같이 하고 저녁까지 얻어먹었다. 밤이 돼서 집까지 데려다줬다.. 이번 주말에 시드니로 가려니 볼 사람들이 많아서 갑자기 바빠졌다. 오늘도 오전에 메일을 보내고 블로그를 올리고 나서 ANU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빨리 마치고 호숫가를 따라서 걸어가야지... 

지난주에 모자를 두 개 떴다. 재료는 Op숍이라는 중고품 가게에서 샀다. 재활용이다. 여기는 겨울이 되면 모자를 잘 쓴다. 시드니에 있는 아트갤러리에서 모자를 중심으로 전시회를 한다고 작품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테마가 있는 데, 테마와 잘 맞는지 몰라서 페북에도 사진을 올렸다. 테마와 맞느냐고... 테마가 Space and the Planets, it's called out of this world란다. 적당한 것일까? 의견을 댓글에 써주세요

녹색실은 손으로 실을 감은 것이다. 염색도 따로 한 것이다. 공이 많이 들어간 좋은 실이다. 뜨기는 편하지가 않다. 아무래도 기계로 만든 것이 뜨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고 나면 맛이 있다. 사몬 핑크색도 따뜻해 보여서 만들었다. 꼭대기에 다른 실로 포인트를 줘서 색감을 도 두라 지게 했다

모자의 모티브는 식물에서 따온 것이다. 안드류가 버섯 따러 데려다줘서, 버섯 무늬를 만든 것이다. 꽃봉오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머리 꼭대기에는 고사리가 있다. 뒤집으면 보통 때에 쓰기가 좋다. 뒤집어도 무늬가 같게 만들었다. 주말에는 본색을 드러내서 흔들거리는 고사리와 같이 걷는다. 고사리는 안테나이기도 해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나, 지구에서도 같은 안테나(생각)를 가진 사람과 교신이 가능하다. 그냥, 교신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고사리를 묶기도 하고, 그냥 흔들거리게 놔도 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리라, 그러나 외계인과 교신이 된다는 것에 관해 완전히 비밀이 보장된다. 다른 통신망에는 이 안테나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주파수 조정은 모자를 돌려가면서 적당히 해야 한다

사진은 마리아네 집 마당에서 찍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토마토와 애호박, 무화과는 마리아네 집 마당에서 수확한 것이다. 아주 맛있다. 내가 짠 마리아의 여름옷과 행주를 밑에 깔고 사진을 찍었다

모자는 커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엉키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따로 놀기도 한다

나 만의 비밀과 작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모자다. 그러면서 지구와 다른 우주와도 연결이 된다는 상상력과 꿈이 있었으면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고, 삼성이 갤럭시를 만들었는 데, 나도 버섯과 고사리무늬로 외계인과의 통신 못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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