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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캔버라 전시회를 앞 두고

2016/03/07 2016 캔버라 전시회를 앞두고

 

오늘 캔버라는 맑고 더웠다. 최고기온이 36도나 되는 무섭게 더운 날이었다. 아침저녁은 선선하다. 낮부터 저녁까지 더운 것이, 특히 저녁에 덥다. 저녁 이후에는 갑자기 선선해진다

이번에 캔버라에 와서는 지인들이 차를 태워줘서 버스를 탈 기회가 없었다. 교통카드도 충전을 준비해서 오늘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를 찍었더니, 유효기간이 종료되었다고… 아니, 교통카드에 돈을 넣은 것이 일주일 전이다. 그때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당황스럽다. 내가 운전수에게 돈을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교통카드를 봐달라고 했다. 친절하지 않은 운전수는 내가 꼼수를 쓴다고 봤던지, 자기가 알바가 아니란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했더니 현금을 내고 타던지 버스에서 내리란다. 기가 막힌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현금으로 냈다. 카드로 찍는 금액의 배에 가깝다. 억울하다. 자리에 앉아서 영수증을 찾았다. 다른 운전수는 카드를 읽고 돈이 있으면 적어도 공짜로 타려고 꼼수를 부리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버스를 공짜로 탈 생각은 애초에 없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영수증을 보이며 내가 돈을 주고 카드를 샀는데, 그 카드를 못 쓰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카드를 산 가게에 가서 말을 하라네. 자기네는 관계가 없다고, 화가 났다. 정말로 화가 난 것은 고맙다는 말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맙다고 느낄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않았는데, 왜 고맙다고 하냐고? 카드를 산 가게에 가서 묻고,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고 다시 새 카드를 사서 그 전 카드에 든 돈을 옮기는 수속을 했다. 돈이 옮겨지는 데도 24시간이 걸린단다. 정말로 귀찮고 일도 느려 터졌다. 이런 것이 호주이며, 캔버라인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친구네 집에 가는 길에 카페가 있었다. 화가 난 내가 걷는 모습이 이상했는지 멀쩡한 점원이 나를 쳐다보다가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가 당황해서 성급히 나오다 나와 부딪칠 뻔했다. 열 받은 내 머리에서 수증기가 올라왔었나

이번 주 목요일부터 캔버라에서 전시회를 한다. 준비하는 사람이 웍샵도 하라고 야심 차게 두 개나 넣었다. 그리고, 작은 도시이지만 주된 곳에는 가서 알렸다. 보통 가게에서는 상대도 안 하지만, 괜찮은 곳에 가면 사진과 작품을 보고 금방 자기네 와서 교실을 하란다. 그러면서 내 전시회 안내도 해주겠단다. 내가 찾는 실이 없어서 시내를 벗어나 외곽까지 나갔다. 가게 사람이 소박하고 친절하게 대응해 준다. 요즘은 시내 인심이 전에 비해 각박해졌다. 아침에 본 운전수는 상상도 못 했다. 외곽에 나갔더니 이전에 알던 소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다. 위안을 받는다. 여기는 대체로 친절하다. 어쩌다 가끔 성질이 고약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가 없다.

목요일 아침에 전시할 작품을 직접 걸기로 했다. 작품 전시 담당자가 오후가 돼야 온다니까, 오전에 웍샵을 넣었는데, 작품이 하나도 걸려있지 않다는 것은 이상하다.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블로그를 쓰고, 내일은 전시할 작품을 다 꺼내서 마무리를 한다. 모레는 전시에 필요한 것을 다 준비하려고…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러 클럽에 간다. 친구네 클럽에 갈 때도 전시회를 알리는 전단지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시회가 모양새를 갖춰간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야심이 부족해서 문제인 것 같다.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해라, 저러면 어떨까, 말을 해준다. 그런 사람들을 만난 것이 반갑고 좋은 일이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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