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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봄이 오는 부엌

2018/03/16 봄이 오는 부엌

 

오늘 동경은 습기가 많고 더운 날이었다. 어제 더워서 땀을 흘렸던 관계로 복장을 가볍게 반팔을 입었다. 생애 가장 이른 시기에 반팔을 입은 게 아닌가 싶다. 3 중순에 반팔을 입으면 앞으로 어떻게 지내라는 말인가?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세금관계 장부정리를 했다. 도서관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볕이 들어 온실이 된다. 오늘 난방을 껐는데 실내 기온이 25도였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 벌겋다.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서도 덥다고 생각했지만 얼굴이 벌겋게 정도인줄 몰랐다. 반팔을 입고 가서 다행이었다.

 

도서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신문이 놓여있다. 오늘도 신문을 훑어봤다. 오늘은 데모 뉴스가 없었다. 어제도 데모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황이 바뀌었나 보다. 지금까지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전 국세청장이었던 사가와라는 사람이 나온다. 증인으로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고 개기고 있었다. 문제가 커지니까, 좀 전에 사직했다. 사직을 해도 아베 총리가 뒤를 봐줘서 증인으로 나오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명 야당에서 증인으로 나오라는 아베 총리 부인은 안 나온다. 서류도 원본이 나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대담한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원본이 나오는 것은 공무원이 진상을 밝힐 보험으로 보관했던 것이 나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2월 모리토모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아내나 내가 관여했다면 수상도 국회의원도 사직한다고 했다" 자기 목을 걸고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총리 부인이 증인으로 나와서 속 시원하게 밝혀주면 좋으련만 나오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부인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뿐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증인으로 나왔다가 관여한 것이 들통이 날까 봐 증인으로 나서지 않는 걸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도 그렇지만 그 부인도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런 일도 한 것이겠지만, 너무 무책임하다. 아베총리도 국회에서 공적으로 사직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사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작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베 총리 부인이 나와서 증언을 했으면 좋겠다.

 

이전부터 의혹을 제기했던 가케학원도 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리토모만이 아니라, 가케도 다시 불거질 것이다. 일본 야당이 시민을 등에 업고 얼마나 추궁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일본 야당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것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총리부터 권력을 남용해서 문서를 조작한 것이 용인되면 모두가 그렇게 해도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이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오늘도 심리학 연구실에 책을 빌리러 갔더니 문이 닫혔다. 전에도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맞춰서 일부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문이 닫혀서 책을 빌릴 수가 없었다. 내일 다시 가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일본에서 뭔가 하려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른다. 이유도 없이 어려워서 포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도서관에서 할 일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다. 날씨가 바람이 불고 뒤숭숭하다. 내일은 다시 겨울로 돌아간다. 무더운 도서관에 심리학 연구실에 가는 것도 너무 문턱이 높아서 불쾌하다. 정국도 이상하게 돌아가고 날씨마저 이상하다.. 마음을 달래려고 마트에 갔다. 꼭 살 것은 없지만 뒤숭숭한 마음을 달랠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우울한 기분이 상쾌해지고 싶어서 과일을 많이 샀다. 무거우니까, 들 수 있을 만큼 샀다. 마트에서 나와서 금방 한라봉, 일본에서는 배꼽이 나왔다고 해서 데코퐁을 하나 까서 먹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이라길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구름이 재미있었다. 기분이 좀 좋아졌다. 그래, 좋은 일도 있어야지.

 

마트에서 산 과일을 부엌에 늘어놨다. 봄이 오는 색감이다.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고 봄을 맞이하자. 장식처럼 쌓아서 먹어가는 것이다. 봄의 색상이니까, 내 몸에도 봄이 들어오겠지. 아베 총리를 추궁할 수는 없지만 내 부엌에 있는 과일은 지배한다. 다 먹어 치울 거야!!

 

 

사진은 요새 찍고 있는 동백꽃과 대학 캠퍼스 벚꽃나무 밑에 가장 먼저 핀 민들레, 한송이 밖에 안 폈다. 봄의 색상을 입은 과일이다. 첫 번째 사진 동백꽃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봄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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