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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벚꽃은 피고

2012/04/21 벚꽃은 피고

 

오랜만에 주말을 맞은 기분입니다.
오늘 동경 날씨는 추웠습니다.

제가 그동안 블로그가 뜸했지요서울에 다녀오고그리고 나서 몸이 좀 아팠습니다요사이는 한국에 갔다 오면 갔다 온 기간만큼 피곤한데이 번은 갔다온 기간만큼 몸져누웠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더군요덕분에 개강 첫주 강의는 휴강했습니다.

서울에 다녀온 얘기를 간단히 하지요. 4 4-7일에 볼 일도 있었고 투표 직전에 서울을 보러 갔지요저는 투표일 직전에 그런 걸 보러 일부러 간답니다서울에 가면 가능한 택시를 타서 운전하시는 분과 말을 많이 합니다이 건 어디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그 사회 경제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실감하는 말을 들을 수 있거든요이번에 갔더니 거의가 투표 직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선거에 관심이 없더군요제가 얘기를 꺼내도 그것에 관해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눈치가 역력했답니다공기의 흐름이 아주 묘했고저도 이게 어떤 결과로 나올지 예감이 아주 좋지 않더군요. 그리고 정말로 묘했던 것은 제가 있는 동안 강남구(일원동과 교대사이)에서 지내서특히 대치동과 도곡동 사이에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야당의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겁니다아주특정 후보의 독무대이더군요오마이뉴스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 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더군요신문을 읽고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하려고 신문을 모아서 봤지요그래도 전혀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를 보니 결국여당이 이겼더군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건 지금부터입니다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정말로 있는 힘을 다해서 싸우셔야 할 겁니다.

요사이 저는 한국이 점점 외국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은 요상한 나라로서울은 고층빌딩과 돈이 난무하는 가장 피곤한 도시가 되어 갑니다외국에 가도 만날 친구가 있고 길거리에서도 사람을 잘 사귀는 데 한국에는 만날 친구도 보고 싶은 사람도 없습니다이번에도 서울에 가서 밥도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추운 거리를 다녔습니다저에게는 어느 곳 보다도 살벌합니다. 그래서 무척 피곤했습니다다음에는 단순히 관광객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가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돌아온 뒷날부터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그 사이에 창문 밖 벚꽃이 피고 지더군요작년 봄에 일본에 대지진이 나서 호주에서 돌아오는 게 한 달 늦어작년에는 벚꽃을 못봤지요제 창문에서 보는 벚꽃이 아주 괜찮았거든요과거형입니다글쎄작년 겨울에 거의 제 베란다까지 뻗힌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내서 벚꽃나무가 아주 볼품없이 단출해졌답니다. 나는 이 근처 환경을 정비하는 일을 하는 걸 보면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려는 게 주목적이 아닐까아주 궁금합니다제 집 주위가 나무가 많이 우거져서그 점이 참 좋은 데 그 걸 마구 베어낸답니다나무만 있고 가지를 완전 싹 잘라내서 그 후로 산책로를 바꾼 곳도 있을 정도로… 나무에 가지가 있어야지요그래야 잎사귀가 있어서 여름 땡볕도 가려주고가을에 낙엽도 지지요가지도 없이 볼품없는 나무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제 창밖에 벚꽃나무는 거기까지 안 잘렸습니다. 그래도 너무 볼품이 없어져서 볼 때마다 속이 상해서 창문 밖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답니다


위사진 두 장이 재작년이고요 . 아래사진이 올해입니다 . 

밑에 사진은 작지만 고고하게 서있었던 벚꽃(늦게 피는 것)과 한 그루가 멋있게 서있는 것, 학교교정에 피었던 벚꽃을 찍은 겁니다.

오마이 블로그도 사진을 올리는 게 점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블로거에게 인내력을 심어주는 쪽으로 바뀌었나요? 이 사진 몇 장을 올리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그나마 사진도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몇 장 지웠고요.

 

몇년이 지나 창밖의 벚꽃나무는 흔적도 알아 보기 힘들다. 아래서 두 번째 사진에 찍힌 벚꽃나무도 잘라서 주변 풍경이 삭막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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