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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죽순의 계절

2018/04/23 죽순의 계절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흐린 날씨였다. 오후 늦게 흐린 날씨에서 안개가 것 처럼 시야가 흐려졌다. 어제 기온이 너무 올라간 영향인지 몰라도 흐리고 선선해서 다행이었다.

 

월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간단히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고 뉴스를 봤다. 아침으로 달걀프라이와 토마토를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거기에 통조림에 두유를 넣고 클램 차우더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든든한 아침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도서관에 갈 준비를 한다. 도서관에 갈 때 과격하게 이상한 바지에 고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과격한 기분이 되고 싶어서다.

 

드루킹이라는 사이비 종교 같은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며칠 주요 뉴스로 올라온다. 그가 블로그에 올렸다는 내용 중에 일본에 관한 것을 보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일본이 침몰한다, 개성공단에 일본인을 보낸다니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정상적인 범주가 아니다일본이 침몰해서 한국에 피난민을 받는다는 발상부터 이상하다. 작년에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던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유사시 난민이 대량으로 일본에 올 가능성이 있다. 무장 난민일지도 모른다. 경찰이 대응을 할지? 자위대나 방위가 출동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이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생각이다. 만에 하나 일본에서 난민이 발생해도 일본이 한국 몇 배나 큰 나라에 인구도 많아서 물리적으로 무리다이런 내용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믿기가 어렵다. 지금 이런 황당한 내용으로 초등학생도 속이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사람들이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고 단죄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요상한 소설로 사람들은 현혹시키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 이상한 소설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는지 알고 싶다드루킹과 관련된 것이 지금 한국에서 그렇게 중요한 뉴스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 가면서 오늘 아침에 캔 죽순을 세 개나 사서 짊어졌다. 죽순이 나올 때 먹어 둬야지. 학교까지 짊어지고 갔는데 너무 무겁다. 벚꽃나무 그늘에 앉아서 죽순 껍질을 벗겨서 버렸다. 한결 가벼워진 죽순과 야채를 가지고 도서관에 갔다. 카드를 연장하고 신문을 봤지만 별다른 뉴스가 없었다. 도쿄신문에 요 석 달 사이에 아베 정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불거진 게 13건이라고 표로 정리해서 1면에 실렸다. 다른 정권이라면 문제 하나 만으로도 정권교체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베 정권에서는 대수로운 문제가 아닌 걸로 넘어가고 있다. 아베 정권이 많은 문제가 있지만 연명하면서 장수하고 있다. 얼마나 장수할지 궁금하다.

 

도서관에 갔더니 학생들이 많이 있다. 마치 시험기간인 것 같이 학생들이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 낯선 풍경이다. 한산한 도서관이 좋은데 붐빈다. 도서관에서 새로 온 책을 봤다. 읽을 만한 책을 6권 보다가 3권을 빌렸다. 가는 길에 산 죽순을 어떻게 삶으면 좋은지 직원에게 물었지만 명확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웃에게 삶은 걸 얻는다. 쌀겨를 넣고 말린 고추에 소다를 넣는다고 한다. 쌀겨가 없으면 쌀을 넣어도 된다고 하지만 대답하는 걸로 봐서 죽순을 삶는 일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나는 주부들이 모두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죽순을 사서 삶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바깥 날씨를 보니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어둡다. 너무 흐리다. 도서관을 조금 일찍 나와서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다. 야채를 한 단 사고 마트에 갔다. 죽순과 닭고기를 조릴 예정이라, 닭고기를 많이 사고 싶었다. 2킬로짜리를 살까 망설이다가 평소에 사는 걸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2킬로는 많아서다. 죽순과 같이 조리려고 해도 큰 냄비가 없다. 한꺼번에 많이 조리면 요즘 날씨가 더워서 먹기 전에 상할지도 모른다. 국물을 낼 닭뼈도 같이 샀다. 야채와 죽순도 샀으니 많이 산 것이다.

 

집에 와서 죽순을 먼저 삶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삶아야 하니까, 시간이 걸린다. 죽순을 삶으면서 닭고기를 초벌 삶아서 조릴 준비를 한다. 삶은 죽순 딱딱한 부분과 닭고기와 닭뼈를 넣고 조리다가 양파를 두 개 넣었다. 역시 죽순이 맛있다. 남은 죽순은 물에 담가서 냉장고에 넣었다. 며칠 죽순을 먹으며 지낼 것 같다. 죽순의 계절이다. 단순하게 죽순을 삶은 것을 먹는 것도 좋다.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닌데 죽순이 맛있다. 저녁으로 아침에 먹다 남은 클램 차우더를 먹었다. 큰 냄비에 죽순과 닭고기 조림을 만들었다. 내일 아침에 먹고 학교에 갈 것이다. 맛있는 것이 있으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겁겠다. 죽순의 계절이다.

 

내일 학교에 갈 때 제주 4.3 항쟁 70주년 행사장에서 얻어온 동백꽃 배지와 행사 자료를 가져간다. 동백꽃 배지는 학생들에게 주면서 제주 4.3 항쟁에 대해서도 살짝 해설을 할 것이다. 동료에게는 자료와 배지를 나눠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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