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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흐름이 바뀌나?

2018/05/31 흐름이 바뀌나?

 

오늘 동경은 비가 같이 습도가 높고 선선한 날씨였다. 날씨가 널뛰듯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해서 정신이 없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이 아니라지만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은 탓에 쉽게 피로해진다.

 

나는 뭔가 이상한 걸 보거나 느끼면 나만 그런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학생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직접적인 답을 얻을 수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번에 재일동포 여성 작가가 쓴 소설에 나온 장면으로 재일동포와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한복을 입고 전철을 탔다가 수모를 당한다. 젊은 일본인 남성이 욕을 하면서 침을 뱉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두 군데 대학 수업에서 물었다. 소설에 나온 묘사지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느냐고 아니면 소설적인 상상력일까? 학생들은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혐오' '차별'이 흔하디 흔하게 일상적이다. 학생들이 한 명도 부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도 실은 부정해주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이 아니라, 소설적인 상상력이라고 부정해주길 바란 것이다. 슬프게도 학생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외국인, 피해자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는지는 몰라도 그런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인가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 기사를 읽고 기가 막혔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사람이 동성애자를 인정하면 에이즈가 어쩌고 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지 못할 망정, 그들을 희생양으로 단두대에 올려서 뭘 얻겠다는 것인가?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마이노리티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테러'를 부추기는 것과 같다.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의 발언 자체가 '폭력'이며 '범죄'인 것이다. 댓글을 보면 '바른 말을 했다'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넘치는 것으로 도배가 되었다. 성적 마이노리티가 아닌 내가 봐도 무섭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성적 마이노리티가 살기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너무 험난한 사회이다. 성적 마이노리티라는 것은 누군가의 잘못이나 죄가 아니다. 대다수와 좀 다른 사람들인 것뿐이다. 그 사람들이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실증되지 않았다. 아직 실증된 것이 없는 성적 마이노리티가 끼치는 해악보다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정치가가 사회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증명해줬다. 정치가 이전에 인간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타깃으로 삼아 '공격'하는 걸로 표를 얻겠다는 심보를 보면 서울시장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는 걸 알려준다. 위험한 사람이다. 정치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아닌 케케묵은 편견을 도구로 사람들에게 상처 주면서 절망을 뿌리고 있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마이노리티와 그 가족도 서울에 살고 있다면 서울시민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그들도 한 표를 행사한다는 걸 모르시나? 안타깝다.

 

 

학교에서 돌아와 인터넷으로 기사를 봤더니 '동양경제'에 한국과 중국에 대한 기사가 떴다.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에 대한 기사라는 것은 '혐한' '혐중' 기사를 뜻한다. 오늘 읽은 두 기사는 '정치, 경제란'에 실린 것으로 그냥 보통 기사였다. 그냥 보통이기에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그냥 보통이라고 한 것은 특별히 한국이나 중국을 억지로 추켜세우고 칭찬한 것도 아니지만, 막무가내로 까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서점에 관한 것은 일본인 여성이 썼고 중국 심천이 젊은이가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것은 중국인 여성이 썼다. 나는 한국과 중국에 관한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혐한'이나 '혐중'이 아니라서 두 번이나 읽고 말았다. 그런 기사가 올라왔다는 자체가 신기해서다. 한국과 중국에 관한 기사에 '혐한' '혐중'이 없는 것도 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얼마나 일본 사회에 팽배한 '혐한' '혐중'에 오염이 되어 있는지, 오염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혐한' '혐중' '상식'이며 '애국'이다. 일본에서 살면서 '상식' '애국'을 거스리기는 힘든 일이다.

 

또 하나는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한국에서 촬영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는 촬영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며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과 호의적이었다는 것이 놀랍다는 식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일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반증한다. 은연중에 자신들 속내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반일'이라서 일본 드라마를 싫어할 텐데 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혐한'이라, 한국의 모든 걸 폄훼하는 것과 같은 심정을 대입한 것이다.

 

아뭏든 오늘은 한국과 중국에 대한 '혐한' '혐중'으로 뒤범벅된 기사가 아닌 보통, 평범한 기사를 세 꼭지나 읽고 특별한 하루인 것처럼 느낀다. 평소에 얼마나 '혐한' '혐중'에 시달렸으면 단지 평범한 기사 세 꼭지로 감격할까? '차별' '혐오'가 난무하는 곳에서는 '차별' '혐오'가 당연하기에 그렇지 않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게 된다. 일본 정부에서 특별한 지침이 내려왔나? '혐한' '혐중' 만이 아닌 기사도 가끔 실어도 된다고? 아니면 매스컴에서도 '혐한' '혐중'에 질려서 흐름을 살짝 바꾸려나?

 

주위에서 일본인이라도 '혐한' '혐중'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사는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운 것이다. 중국 연구를 하는 동료가 '고독한 미식가' 기사를 페북에 올린 걸 보고, 그 친구도 기사가 참 반가웠구나 했다. 그냥 보통 기사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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