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8 헤이트 스피치의 후폭풍
오늘 동경은 서늘하게 흐린 날씨였다. 요새 날씨가 선선해서 지내기가 수월하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갔다. 가는 길 오는 길에 길가와 강가에서 오디열매를 살짝 따서 먹었다. 살짝이라는 것은 아주 조금씩 먹었다는 것이다. 길가에 떨어져서 구르는 매실은 몇 개 주워서 들고 왔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새로 들어온 책을 열두 권을 보고 빌린 책은 두 권이다. 한 권은 친구가 편집한 책이다. 읽어서 감상을 전해야 한다.
지난번 포스팅을 한 다음 이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주 전 금요일에 있었던 사건의 후폭풍과 매일처럼 작은 사건이 있었다. 이주전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 나에게는 일본에서 대유행인 ‘헤이트 스피치’였다. 언어 폭력, 혐오 범죄인 ‘헤이트 스피치’라는 것이 표면적으로 꼭 험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화요일과 금요일에 강의가 있어서 비슷한 멤버들이 만난다. 사건이 있었던 금요일이 더 친한 멤버들이다. 사건이 있었지만, 주말과 월요일은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사건의 후폭풍의 영향을 잘 모르고 있었다.
화요일 아침 학교에 나가려니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주말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내면서 가라앉기를 기다렸는 데… 몸이 후들후들 떨리면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애써 자신을 달래 좀 늦게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서 사건이 있었던 현장에 가니 몸이 긴장해서 다른 반응을 보인다. 하필이면 내가 앉는 바로 앞자리에 앉았었다. 금요일에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다른 동료들도 몸이 안 좋았다고… 몸에 열이 나고 악몽에 시달리고 나중에는 허리까지 아파왔다. 작년처럼 허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까 봐 무서웠다.
화요일에 동료들과 금요일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사람이 후들거리면서 겨우 학교에 왔다는 나에게 열변을 토한다. 지금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보통인 세상이니까, 내가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나는 ‘이해’를 못하니 당신이나 ‘이해’해주라고 했더니, 자기는 싫단다. 그러면서, 그사람은 자신의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주길 원한 거라고 해설한다. 마치 내가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말을 한다. 결코 내가 과잉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다. 타겟이 된 내가 가장 상처를 많이 받았고, 악몽에 시달렸다. 동석했던 다른 동료들도 몸이 아플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설사 옳은 말이라도 적당한 타이밍이 있다. 당신이 ‘예수’냐고 묻고 싶었다. 정말로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 너무도 기막힌 타이밍에 상처에 소금을 뿌려줬다. 가만히 보니까, 상처받은 친구인 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서 자기가 잘난 척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일본에서 이런 일은 아주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세트로 일어날 줄 몰랐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잘난 척하고 있었다. 속으로 이사람과 친구관계를 유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실은 친구의 배신이 더 쓰라렸고 아팠다. ‘헤이트 스피치’ 사건보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친구의 배신은 누구에게 말도 못 한다..
수요일은 건강진단이 있어서 학교에 갔다. 여직원이 건강진단을 받는 날인데, 나는 늦게 도착해서 접수했다. 다음에 남자가 접수하는데, 사건을 일으킨 사람과 비슷한 목소리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듯 서둘렀다. 아니, X레이를 찍으려면 윗옷도 갈아입어야 하는 데, 남자가 바로 뒤라니 이해가 안 된다. 뒷모습을 보니 더 닮은 것 같다. 서둘러서 간격을 두고 자세히 봤더니 다른 사람이다. 그래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 내가 얼마나 쇼크를 받았는지, 몸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알아간다.
가까운 후배에게 사건의 전말을 말하러 갔다. 일어난 일을 자초지종 말하고 ‘처리’를 부탁했다. ‘처리’ 방법으로는 학교에서 정식으로 ‘문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처리’를 바란다고 했다. 정식으로 ‘문제화’해서 조사를 하고 받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동안 힘든 것은 ‘피해자’다. 잠을 못 자고 몸이 아파도 사건은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르면 더 복잡해진다.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금요일은 더 긴장을 했다. 아무리 피해도 마주칠 확률이 높으니까. 두 번 마주쳤다.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했지만, 마주친 다음은 다리에 힘이 빠져서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동료들이 다 걱정해서 일부러 내가 있는 교실까지 찾아와서 얼굴을 내민다. 나에게 ‘이해’하라던 사람도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찾아왔다. 자기가 뭘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나는 싫은 얼굴을 했다.
지난주 화요일에 갔더니 학부장이 나를 보자고 한다. 학부장에게 설명할 기운이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서 돌아오는 길에 학부장과 동료들과도 마주쳤다.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지금은 말하기 싫으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학부장에게는 현장에 있었던 다른 동료에게 다른 입장의 말을 들으라고 했다. 다른 동료들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말은 하지만, 해결을 위한 액션이 전혀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 아닌 일을 하는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를 쑤셔놨다. 그리고 일은 ‘해결’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 관련된 것이 책에 있어서 카피해서 학부장을 비롯해 동료들에게 돌렸다. 객관적으로 적당한 설명이 되니까… 그런데, 다른 일이 생겼다.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동료들까지 점심도 못 먹고, 쉬지도 못한단다. 기가 막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사건의 진상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가 친한 미국 친구는 점심 먹으러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내가 결단을 해야겠다. 힘들어도 내가 돌아가야 힘든 상황도 같이 넘기고 제자리로 돌아갈 모양이다. 사건은 해결도 빨라야 하지만, 회복도 서둘러야 한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은 혼자서 아프기도 힘든다. 사건 수습도 내가 주동이 되야 하고...... 문제는 친구라는 사람이다. 나는 싫은 얼굴을 할 것이다. 뭐 이제는 친구도 아니지만.
집 주위에 핀 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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