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8 위태로운 일상
오늘 동경은 눅눅하게 더운 피곤한 날씨였다. 비는 안 왔지만 장마철 날씨로 학교에서 수업 중에 냉방을 켜도 졸리는 날씨였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는 데,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선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몰입해서 읽는다. 거의 작은 문고본에 내가 들어갈 기세로 몰입해서 읽는다. 그런데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전방 2미터 이내 손잡이에 가려서 얼굴이 잘 안 보이는 데, 나를 계속보고 있던 젊은 남자가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눈으로 말했다. 내가 계속 보고 있었는 데, 이제야 알았어요. 한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몰카를 찍었는지, 아니면 찍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하도 몰카에 찍히는 사람이라, 그렇게 보인다.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그는 나에게 등을 돌리지 말라고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젊은 남자는 대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젊었다. 내 흰머리가 보이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런건 상관이 없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것이라, 그냥 등을 돌리고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학교를 향했다. 그래도 눈과 표정으로 그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내가 부딪치는 수많은 시선 중에 그다지 불쾌하지 않은 재미있게 인상적인 케이스가 되겠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전철이 다시 사고가 있어서 늦는다. 돌아오는 길에 영업소에 들러서 옆집을 계약하기로 예약했다. 계약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목요일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계약하기로 했다. 집손질이 필요한 곳도 말했다. 그리고 청소를 꼼꼼히 해달라고도 했다. 내일은 서류를 준비하고, 지금 사는 집을 해약하러 가야 한다. 해약하는 것도 최소한 2주전에 해야 한다. 월요일에 해약하지 못해서 집세를 이틀 치 그냥 내게 생겼다. 가장 간편하게 옆집으로 이사해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다. 계약을 해야, 이사도 준비하고 여름방학도 준비하고 할 게 많다.
같은 기관인 데도 불구하고, 집을 계약하는 곳과 해약하는 곳이 다르다. 계약도 쉽지가 않아 계약하기 전에 예약해서 서류를 넣고 심사를 거쳐야 계약이 된다. 그래도 현재 살고 있어서 서류가 간소화되었다지만, 아주 귀찮고 입주자가 불편하게 시간이 뺏긴다. 시스템이 관리하는 자신들이 편하게 만들어 놨다. 조금도 입주자 입장을 고려해서 만든 시스템이 아니다. 공공기관인데, 가격은 민간이고 서비스는 공공기관이다. 민간은 경기가 나쁘면 집세가 내려간다. 여기는 집세가 내려가는 일도 없다. 알고 보면 일본에도 웃기는 일이 적지 않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초등학생 꼬마가 자신의 똥구멍을 틀어잡고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바로 내 눈앞에서 사단이 날 것 처럼 왔다 갔다 하는 데, 정말로 전철 안에서 사단이 날까 봐 조바심이 났다. 다행히도 전철이 서서 꼬마는 뛰어 내렸다. 그 뒤를 중학생이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사달이 나기 전에 무사히 화장실에 도착했는지… 도착했기를 바란다.
요새 동경의 일상은 하루 하루가 위태롭게 간당간당하다. 전철이 사고로 약속에 늦어지고 수속을 하는 데도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계약을 예약하려고 영업소에 전화했더니 소장이 나와서 장황하게 말을 한다. 아주 단순한 용건이였는 데, 장편드라마를 써간다. 두통이 온다. 내가 보기에는 소장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오후에는 자기가 없다고, 참 다행이다. 소장이 있었으면 더 골치가 아플 뻔했다. 간단한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지, 정말로 모를 일이다. 참으로 다행이었던 것은 담당자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이라, 말이 통했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은 일상이라, 정상적인 사람만 봐도 기쁘다. 일이 진행이 되니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동경에서는 요렇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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