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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올여름은 동경에서

2011/06/30 올여름은 동경에서

 

동경은 그저께부터 다시 더워졌다.

최고 기온이 32도라고 하지만체감 온도는 35도 정도이다며칠 전까지도 다시 선선해서 갑자기 무더워진 걸 느낀다그런데 햇살이 예전 같지가 않다햇살이 피부를 뚫고 내부로 침투하는 바늘처럼 따갑다. 오늘 아침 뉴스를 체크했더니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더위를 먹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도 많고 죽은 사람도 몇 명 있다고 한다.
세상에 아직 유월인데 믿을 수가 없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는 길에 전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와 아주머니와 얘기를 했다너무 덥다고여름을 어떻게 지내야 하냐고.... 할머니는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아주머니는 목에 젤 얼린 걸 목에다 감고 있다. 

요즘 아침에 나갈 때 창문들을 닫아놓고 나간다지금까지는 창문을 열어놔야 환기가 돼서 시원했는데 올여름은 창문을 닫는 게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이런 현상은 지금까지 없었다바깥공기가 마치 난방기에서 나오는 열풍처럼 느껴진다

더위는 자연현상이라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야 한다근데요즘 참기가 어려운 것은 절전해야 한다는참고 견뎌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사회분위기이다사회분위기가 서로를 목 조르는 것처럼 답답하고 숨 막히게 압박한다대학에서 여자 선생들은 그 분위기를 못 견뎌서 세상이 이상하다고 불만을 얘기한다그런데 남자 선생들은 조용하다그래서 나이 드신 교수님께 물어봤다우리(여자)들 만 아우성을 치는 거냐고사실 나는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불평불만을 적나라하게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나도 숨 막히게 느꼈는데남들도 같이 느끼는 거라는 걸 알았다그 교수님 말씀이 남자들도 같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단지남자들은 여자처럼 불평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문화여서 말로 표현을 못할 뿐이지요.

 

그 대학에서는 교실에서 냉방온도를 조정할 수 없게 28도로 고정을 해놓고아예 철판을 덧붙여놨다교실은 같은 크기라도 학생수에 따라햇볕을 받는지 안 받는지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진다수업을 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여자 선생들이 학교 조치를 믿을 수 없어더운데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왜 우리가 죄진 것 없이 우리가 학생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지? 대학 등록금이 적기나 하냐고.....

학교에 따라서는 90분 수업을 60분으로 단축한 곳도 있다나도 수업내용을 실라버스에 쓴 차례가 아니라 마지막에 할 것을 먼저 한다고 했다학생들에게 이대로 가면 7월이 돼서 어떻게 될지그야말로 나도 제정신 일지 모르니까제정신일 때 해둬야겠다고 했다그야말로 비상사태이다

일본에서는 분위기를 봐가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얘기는 할 수가 없다얘기를 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아마 어떤 세계도 사람들이 싫어하는 얘기를 해서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일본에서는 그 정도가 대단히 심하다그래서 분위기 파악하라는공기를 읽는 게 아주 중요하다분위기에 안 맞는 말을 하면 무시당한다마치 말이 안 들리는 것처럼 무시함으로써 그 말이 없었던 걸로 친다그러나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는 일결국 분위기에 안 맞는 말을 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즉 의사표시 자유가 아주 제한된다의사표시를 자유롭게 못하게 한다사람들 스스로 자체 검열, 자주 통제를 해야 한다는한마디로 보통사람들끼리도 언론통제가 심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혼네와 다테마에로 구분을 해서 혼네를 말해도 되는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구분한다내가 아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혼네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고 한다. 아니 혼네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게 혼네라는 자신의 본심을 솔직히 말하는 것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이다그러나 다테마에가 거짓말은 아니다그리고 언제나 항상 혼네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참기 어려운 압박감을 느낄 때데모를 할 수는 없어도 불평불만이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약한 사람들이 견딜 수 없어 압착되어간다언제 어디서나 항상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먼저 무너져나간다

올여름 동경은 대단히 스트레스받는 도시가 될 것 같다
그야말로 살짝 생지옥 체험이 될 것 같다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적극적으로 동경에 오실 것을 권한다.
관광객도 지극히 적을 것이다

저는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해외로 피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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